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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이란 단어를 얼마나 깊이 또 슬프게 느끼십니까?
제가 사는 시골에 은퇴한 장로님이 살고 계십니다.
그 분 역시 평범한 촌로답게 자식들을 모두 도회지로 보내고
부인과 함께 농촌을 지키며 살고 계셨습니다.
두 내외분이 모두 연로 하셨고 자식들마저 같이 살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장로님 댁 일손을 많이 봐주고 계십니다. 허리가 많이 굽어 걸으실 때 뒤에서 보면 참으로 애처롭게 보이곤 했었습니다. 그분의 집은 산 밑에 있어서 마을끝에 위치한 우리집에서 보면 그분의 집이 먼발치로 보입니다. 저번 주 시골집에 갔었을 적에 집에서 보니 장로님이 평상 그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이더군요.
하지만 저에겐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오늘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하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며칠전 시골집에 갔었을 때 먼말치로 뵈었던 그 장로님께서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논에서 일을 마치시고 도로로 올라 오시던 중 술에 만취한 젊은이들이 운전하던 차에 치이셔서 돌아가셨더군요. 그것도 아주 참혹하게 말입니다. 순간 귀가 의심스러웠고, 상대방이 뭔가 잘못 알고 이야기 하는 줄 알았습니다.
분명히 저번주 시골에서 직접은 아니지만, 당신 집 평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뵙고 올라 왔던 저에겐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한 촌로를 그렇게 운명을 달리 하게 한 그 음주 운전자들이 정말 싫어졌습니다. 무엇으로 이 슬픔을 달래야 할까요? 더군다나 장로님 가족들의 충격은 또한 얼마나 클까요?
음주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는 그 구호가 지금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평생을 자식들 뒷바라지에 애쓰며
농촌을 지키시던 장로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이 가슴 먹먹하게 합니다.
앞으로 시골집에 가면 그 장로님댁쪽을 바라보면 참 많이 서운할 것
같습니다. 참으로 깊은 슬픔을 느끼는 그런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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