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문

등록 2003.05.14 10:46수정 2003.05.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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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저녁(현지시간)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연례만찬에서 행한 연설문 전문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설문에는 노 대통령이 즉홍적으로 추가한 "미국 없었다면 나는 수용소에..."라는 발언이 들어있지 않지만, 대통령 발언의 전체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한다. - <편집자주>

5년전 김대중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맞아 미국에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경제가 회복됐습니다. 저도 이번 북핵위기를 맞고 있고 따라서 경제위기도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을 다녀가면 또다시 이런 위기들이 극복되리라 믿고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때 금융계 인사들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많은 금융계 인사들이 저에게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하라, 지금까지 많은 투자를 했지만 앞으로도 많이 투자할 것이다, 이렇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똑같이 격려를 주신 루빈회장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멀리 한국에서 같이 온 31명 경제인 여러분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인사말중 저를 각별히 소개해주신 이건희 회장께 감사합니다.

조금 전 식사하면서 제 생각에 (참석자들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은 코리아소사이어티 지도자들의 능력때문이라고 했더니, 그레그 회장께서 그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러 온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로운 제안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어느 쪽의 이유로 오셨든간에 여러분들이 한국에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셨고, 지지해주셔서 한국에 큰 힘이 됐습니다. 이번 방미에서도 성공을 위한 큰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도널드 그레그](Donald Gregg)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로버트 루빈](Robert Rubin) 회장과 이건희 회장,


그리고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원과 귀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오늘 이렇게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는 지난 40여년 동안 한.미 두 나라 국민들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해왔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관한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도 선도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회원 여러분이 이루어온 업적에 대해 충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두 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로서, 더욱더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전대미문의 '9.11 테러참사'를 용기와 단합으로 극복해내신 뉴욕 시민과 미국 국민 여러분께 한국민들이 보내는 각별한 성원과 격려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한국은 역동적인 사회입니다. 빠른 속도로 변화를 겪어왔고, 지금도 의미있는 변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물질적이고 양적인 성장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양적인 성장'을 넘어서,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원칙과 신뢰가 지켜지는 사회,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국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으로 대접받는 정부입니다.

작년 봄에 처음으로 치러진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이루어졌습니다. 12월에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선거가 치러졌고, 마침내 지난 2월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그리고 '분권과 자율'을 국정의 원리로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서 이루어나갈 것입니다.

저는 미합중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을 깊이 존경해왔습니다. 그는 정직하고 겸손한 정치인입니다. 인권을 존중하며, 분열을 막고 화해와 통합을 이루어낸 분입니다. 무엇보다 그분은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저 또한 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80년대에는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서 권위주의 정부와 맞서 싸웠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90년대 들어서 한국의 민주화는 상당히 진전되었습니다. 그러나 투쟁과 분열의 정치는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나가는 것이 또 하나의 심각한 과제였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고, 또 노력했습니다. 투쟁의 시대에서 대화의 시대로, 분열의 시대에서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호소했습니다. 원칙없는 분열과 대립의 정치에 항거하다가 선거에서 네 차례나 떨어지는 고통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끝까지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링컨]처럼 저도 '16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링컨]을 존경했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링컨]이 그랬듯이, '역경 속에서 연마한 건전한 상식'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그가 두 번째 취임연설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들 사이의, 그리고 모든 나라들과의 정의롭고 영원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귀빈 여러분,

올해는 미국의 한인사회가 이민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또, 한.미 동맹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지금도 감사의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최선의 노력으로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왔습니다. 걸프전과 東티모르 평화유지 활동에 적극 참여했고, '9.11 테러' 당시에는 대다수 한국민들이 미국민들과 슬픔을 함께 했습니다. 국제적인 反테러 노력에도 협력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적극 지원했습니다. 이 시간에도 이라크에서는 한국의 파병부대가 미군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에서는 한 미 동맹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은 그러한 걱정을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굳건한 한 미 동맹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미 동맹은 지난 50년 동안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 유지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와 한국 정부는 성숙하고 완전한 한.미 동맹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변함없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귀빈 여러분,

제가 여러차례 같은 약속을 반복해도 아직도 저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 자리에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만약 53년전 미국이 우리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이 해결해 나가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냉전의 땅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열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한국 정부는 아니 참여 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 받아서 '평화번영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가의 발전도, 국민의 행복도 평화로부터 출발합니다. 평화가 깨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북한의 핵 문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현안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또 대화로써 해결될 것입니다. 한.미 양국은 이러한 공동의 인식과 원칙 아래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한쪽 길은 막다른 길이지만, 다른 한쪽은 끝이 열려있는 길입니다. 그것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아오는 길입니다. 북한이 그 길을 선택할 때, 우리와 국제사회는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나왔습니다. '베이징 3자 대화'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저는 미국 정부가 '3자 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노력과 인내를 높이 평가합니다.

저는 이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라는 조급한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가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나간다면, 신뢰가 구축되고 평화적 해결의 길도 열릴 것입니다.

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오늘 점심때 금융계 인사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의 문제는 잘 풀릴 것이고 한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오늘의 한국을 일궈낸 한국인들이 이 약속을 뒷받침할 것입니다. 이미 기적으로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밝습니다.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물류와 비즈니스의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거대 시장인 중국과 일본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인천공항과 부산항, 광양항과 같이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물류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초고속통신망과 IT산업을 비롯한 정보화기반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적자원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한국이 동북아 경제의 허브로 명실상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저는 다음의 두 가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한반도의 평화정착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선진국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혁해 나가는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경제의 모든 분야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향상시키기 위해서 범국가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시장개혁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될 것입니다.

노동분야도 선진화될 것입니다. '대화와 협력'의 노사관계가 착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권익을 보장받고, 동시에 의무를 준수토록 할 것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국제수준으로 확보될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은 법과 원칙이 지켜질 때 보장됩니다. 대화와 타협 못지 않게 법과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하나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포괄적인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안에 이와 같은 노사관계 문화를 종합적이고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을 어느 곳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시장을 만들고, 내국기업과 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기업과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우리는 신념을 가지고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반드시 평화와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서도 미국의 도움은 꼭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한미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도와줄 것을 다시 당부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통상과 인적교류 면에서도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협력의 파트너입니다. 작년에는 120만명의 국민들이 양국을 왕래했습니다. 연간 교역규모도 560억 달러에 이릅니다.

한국은 미국과 가장 가깝고도 중요한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한 미 두 나라 국민의 상호이해와 존중이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반세기 동안 쌓아온 우리의 신뢰와 우정을 더욱 굳게 다져 나갑시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그리고 두 나라 국민의 영원한 우의를 위해서, 우리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여러분의 큰 역할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다시 한번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코리아 소사이어티'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면서,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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