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32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2)

등록 2003.05.14 13:24수정 2003.05.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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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면 짓밟히는 상황이기에 무림의 모든 문파는 웬만한 희생 은 감수하면서라도 천뢰탄을 보유하기를 열망한다.

척박한 땅에 자리 잡아 소출이 부족한 주석교은 농사 대신 천뢰탄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꼭 천뢰탄이 아니더라도 그것과 버금가거나 성능이 약간 부족한 신병기를 제작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으로 식량을 구입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수년 전, 주석교는 화롱철신 구린탄으로부터 식량을 지원할 터이니 천뢰탄 개발을 중지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기에 한동안 평화가 지속된 것이다. 그런데 철룡화존이 식량 지원을 중지하자 즉각 천뢰탄 개발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에 주석교와 대치상태에 놓여 있는 선무곡을 비롯하여 인근에 있는 왜문과 화존궁, 그리고 일월마교가 바짝 긴장하였다.

만일 천뢰탄이 개발되고 그것이 사용되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한 전쟁이 발생되면 자신들까지 참전(參戰)하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지 모르겠기 때문이었다.


하여 주석교 교주인 고독서생 금정일을 달래는 한편 이런 문제를 야기시킨 무림천자성을 은연중 원망하였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받은 철룡화존은 만일 천뢰탄 개발을 계속하면 즉각적인 공격을 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마치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을 미리 예견하였다는 듯 신속하면서도 강경한 발언이었다.

그러자 주석교에서는 해보고 싶으면 해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전 무림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월빙보와 주석교 두 군데서 전쟁이 벌어지면 어떤 양상으로 상황이 바뀌어 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같으면 이런 상황에 선무곡은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을 것이다. 전쟁 직전 상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잔뜩 긴장한 채 병장기들을 손보고 있는 동안 제법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과 많은 재물을 긁어모은 자들은 식솔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킬 것이다.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무림천자성이다. 가장 막강한 힘을 지녔으니 그곳에 있으면 안전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선무곡은 남북으로 나뉘면서 주석교와 엄청난 일전을 벌인바 가 있다. 이후 현재까지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불상사가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여 자위 차원에서 곡도들 가운데 사내라면 누구나 일정 기간 동안 제자가 되어야 한다는 곡규(谷規)가 생겼다.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절름발이나 꼽추, 앉은뱅이나 소경, 맹인이나 벙어리 등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팔 다리가 없거나, 광인(狂人) 그리고 아주 바보 역시 예외였다.

사지 멀쩡한 사람한 가운데에는 아주 몸이 약한 사람을 예외로 해주었다. 이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체중이었다.

다 성장한 장정임에도 불구하고 몸무게가 일흔다섯 근이 안 되면 허약하다 판단하고 면제를 시켜주었다. 다만 이 체중이 일 년 이상 지속될 때만 이렇게 하기로 하였다.

이외에도 대를 이어야 하는데 특별히 손(孫)이 귀한 집안의 자손의 경우에는 복무기간을 단축시켜 주었다. 이들 이외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기에 선무곡 청년들은 나이가 되면 기꺼이 제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일정 기간 동안은 집으로 가지 못하고 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여야 하였지만 이를 묵묵히 견뎌냈다.

뿐만 아니라 임기를 마치고 귀가한 후에도 일 년에 몇 차례는 훈련에 참가하였다. 어렵게 배운 무공이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일조(一助)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일부 고위직에 있는 자들과 돈 있는 자들은 자식들이 제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온갖 더러운 방법을 다 썼다. 인맥이나, 권력을 이용하거나 금력을 이용한 것이다.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선무곡의 인물 중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던 사람이 있었다. 젊어서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다른 사람들 모두가 부패한다 하더라도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청렴결백하다 소문났기에 존경받은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몸이 몹시 허약했기에 면제받았다고 하였다. 면제 사유는 키가 육 척이나 되지만 체중이 일흔다섯 근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워낙 존경받는 사람의 자제이니 설마 비리를 저질러 면제받았다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것이 화제가 되었다.

선무곡의 의원 가운데 하나가 말하길 신장이 육 척인 사람은 아무리 몸이 약해도 일흔다섯 근은 무조건 넘는다고 하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뼈 열네 근 반(8.7kg), 골격근막과 근육 마흔세 근 반(26.1kg), 피부 다섯 근 반(3.3kg), 지방 열 근(6.06kg) 정도이다. 따라서 신장이 육 척 정도면 외형적인 신체를 이루는 부분만 일흔세근 반(44.16kg)정도라고 하였다.

여기에 대략 서른여섯 근(21.54kg) 정도 되는 뇌, 심장, 간, 폐, 위, 소장, 대장 등의 무게를 더하면 총 일백아홉 근 반 정도(65.7kg)가 최소 몸무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흔다섯 근(45kg)밖에 안 나갔다고 끝까지 우겼다. 하여 한동안 그의 아들은 살아 있는 목내이(木乃伊 :미이라)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았었다.

물론 비아냥거리는 소리였다. 그런데 얼마 전 그의 부인이 출산을 하였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또 한마디씩 했다.

목내이도 아이를 낳게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혼자 청렴결백한 척 해놓고는 뒷구멍으로는 권력이나 금력을 이용하여 비리를 저질렀다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꼈는지 그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었다.

최근 들어 선무곡의 지도층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도 이런 방법을 동원하여 자식을 빼돌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사람들은 분노하였다. 하여 제 자식 귀여운 줄은 알면서 남의 자식은 죽어도 된다는 심보의 소유자들인 그들은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개 같은 놈들이라고 하였다.

아니 개만도 못한 자식들이라고 하였다!

어떤 유명인사의 며느리는 출산하기 위하여 멀고 먼 무림천자성까지 갔다고 한다. 왜 거기까지 갔느냐고 물었더니 우물거리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더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비아냥거리길 그곳에서 출생한 아이는 무림천자성 사람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 하였다. 만일 선무곡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그곳으로 피신하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다.

선무곡의 부유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이 벌어질 경우 남는 것은 평범하거나 그 이하인 사람들만 남게 된다고 한다.

이들이 피 흘려 싸우고 난 뒤 평화가 찾아오면 다시 선무곡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다시 권력을 쥐고 편안하게 살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현재의 선무곡은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아무튼 철룡화존이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이에 맞선 고독서생 금정일이 할 테면 해보라는 배짱을 부리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선무곡 사람들은 전혀 요동이 없었다.

예전 같으면 사재기라고 하고, 아니면 짐을 싸서 도망가려는 사람들이라도 있을 법한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설마 동족들에게 천뢰탄을 투척하겠느냐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주변 여건 때문에라도 무림천자성이 으름장만 놓을 뿐 실제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차기 곡주로 내정된 일흔서생 때문이었다.

그는 곡주가 되면 주석교와는 대화로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며, 어려움이 있다면 돕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반면, 경쟁 상대였던 청죽수사 이법은 무림천자성의 의도대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하였다. 주석교로서는 당연히 일흔서생 노현이 차기 곡주가 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바람대로 내정되었으니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으음! 그렇다면 주석교에서 천뢰탄 개발을 이미 끝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잠시 뜸을 들이던 철룡화존의 말에 철기린은 즉답을 하였다.

"아직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도 없는 상황입니다. 확인된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으음…!"
"본성이 과거에 왜 선무곡을 도왔는지를 잊으셨습니까?"

철기린의 말에 철룡화존은 침묵으로 대답하였다. 모른다는 뜻이다. 사실 철룡화존은 부친으로부터 성주자리를 물려받기 전까지 한 일이라곤 주색잡기에 열중한 것뿐이다.

전대성주인 화롱철신 구린탄의 아들 가운데 하나인 그는 성주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아야 하였다. 천하를 다스리는 자리나 다름없기에 무공 이외에 학문도 폭 넓게 닦아야 하였다.

혼자 배우라고 하면 심심하기도 하고,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 판단한 구린탄은 두뇌가 명석한 자들을 선발하여 구부시와 함께 학업을 닦도록 하였다.

그 결과 무공 면에서는 어느 정도 화후를 이루었다.

색을 밝히려고 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무공 교두의 말이 있은 직후부터 죽어라고 익힌 결과이다.

하지만 학문은 달랐다.

마땅히 공부를 하여야 할 시간에 주색잡기로 소일하였다. 공부와 정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과거에 왜 선무곡을 도왔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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