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편집진에게 묻는다

"진중권, <한겨레> 생일상 뒤엎다"에 대한 비판

등록 2003.05.15 19:04수정 2003.05.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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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5일 오후 5시. <오마이뉴스> 메인면을 바라보는 기자의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함' 그 자체다. "진중권, <한겨레> 생일상을 뒤엎다"라는 제목의 글 하나 때문이다.

기자도 충분히 알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가 어떤 것인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툭하면 모른 척 시비거는 '시민기자제'가 가지는 장점과 그 한계까지도 보통의 <오마이뉴스> 독자 정도 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역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가 지니는 의미에 충분히 동의하기 때문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조차 하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이 기사를 보고서는, "진중권의 '낯설어진 한겨레'에 대한 반론"이라는 부제를 달아 메인면 톱에 배치된 이 기사를 보고서는 '기자클럽' 회원이 된 게 후회스러울 정도다.

기사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이 기사를 '메인면 톱'에 배치한 <오마이뉴스> 편집진에 대한 실망, 아니 실망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기사는 <한겨레>가 창간 15주면을 맞아 기획한 "이런 한겨레로"라는 이름의 특집기사에 실린 진중권씨의 "낯설어진 한겨레"란 글에 대해 시민기자 배성록씨가 '반론'(?)이랍시고 쓴 글이다.

배성록 기자는 진중권씨가 '<한겨레> 창간 당시 이 땅의 민주세력들이 가졌던 보편적 감성, <한겨레>가 진보세력을 대변해주고 노동자 농민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해주리라던 희망이 어느 순간부터 무너져버리고 그렇고 그런 신문으로 전락해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요지로 쓴 도입부부터 시비를 건다. 한 마디로 이게 진중권씨의 '몹쓸 미련'이라는 거다.

"진중권이 <한겨레>의 과거를 추억하건 미래를 기약하건 그건 알 바가 아니다. 그런데 그 몹쓸 미련 같은 것이 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객관적 판단이란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민주당 기관지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내지는 "<한겨레>가 빨갱이 신문임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다" 따위의 주장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생떼'에 속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배성록 기자의 논거는, 그 '몹쓸 미련'이 '객관적 판단'이 아니라 진중권씨만의 것을 증명하는 배성록 기자의 논거는 한 마디로 코미디다.

<한겨레>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보다는 주류 언론의 시스템에 동화되기 시작하면서 보수야당인 민주당의 정치적 지향을 대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우려를 상기시키면서 그래도 한겨레가 창간 당시의 민중들의 '희망'을 대변해줄 것이라 미련을 가졌던 게 '몹쓸' 미련인가? 이게 몹쓸 미련이면 '쓸만한' 미련은 대체 어떤 것인가?

이어지는 배성록 기자의 '생떼'론은 그야말로 '생떼'에 불과하다.

진중권씨의 "요즘 <한겨레>가 자처하는 진보성의 본질(?)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생각을 한다. 선거와 관련이 없는 한에서 <한겨레>의 지면은 온갖 종류의 진보적 담론으로 풍성하다. 하지만 그 담론들이 정치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순간에 이 신문의 진보성은 철저하게 민주당이라는 새장에 갇혀 버리고 만다. 앞으로 '민주당 기관지' 소리 안 듣게 하겠다고는 하나 솔직히 그 다짐이 내게 그리 미덥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용해 놓고 배성록 기자가 '생떼'라고 주장하며 쓰는 글을 보자.

"설마 <한겨레> 고정 칼럼 필자에서 '잘렸다'고 분풀이하는 것은 아닐테고(어린애들도 그런 유치한 몽니는 부리지 않는다!), 선거 때 민노당 안 밀어줬다고 이런 욕설을 퍼붓다니. <한겨레>의 생일상이 들썩들썩 요동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건 뭐 논거도 비판도 아니다. 배성록 기자의 글을 보면 알겠지만 진중권씨의 글을 인용해 놓고 아무런 논거 없이 곧바로 위의 글로 이어지는 '용감무쌍함'을 보여준다. 이걸 인신공격이라고 해야 하나? 막무가내식 욕설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시민기자제'가 좋긴 좋다. 이런 논거도 없고 비판도 없는 '막말'을 기사라고 쓸 수 있는 걸 보니….

'생떼'론 다음에는 '궤변'론이다.

진중권씨가 지난 해 서해교전 당시 '연평총각'이란 이름으로 올라온 글과 홍세화씨의 징계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궤변'이란다.

진중권씨의 이 기사가 어떤 기사인가? 창간 15주년을 맞는 '진보언론' <한겨레>가 "이런 언론으로" 가기를 바란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특집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 사회의 좌우익을 아우르는 몇 사람들의 필자들에게 글을 부탁한 게 아닌가? 특집에 같이 실린 보수논객들의 글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한겨레>가 수용한 것이리라.

그런데, 진보적인 언론을 표방하는 <한겨레>가 기자의 당적보유 금지를 내세워 홍세화씨를 징계한 것은 당시 <한겨레> 내부에서조차 지나친 처사라는 저항에 부딪쳐 곧 철회한 사건 아닌가? 진보적인 언론임을 내세운다면 우리 사회의 이런 돼먹지 않은 '금기'에 저항하는 게 백 번 올바른 일 아닌가?

이를 지적하는 것이 '궤변'인가? 궤변은 이런 게 궤변 아닌가?

"진중권 선생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진 선생 칼럼이 없는 덕분에 <한겨레> 볼 맛이 난다는 것은 '본인의 의견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객관적 판단'이다.(이것은 진 선생 특유의 나홀로 여론조사 수법임)."

이쯤 되면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진중권씨가 행하는 <한겨레>에 대한 비판은 그나마 최소한의 <한겨레>에 대한 애정에 기초해 있다. 애정이 없다면 이런 비판하지도 않는다. 아예 무시하고 말지. 자신의 말대로 지금 진중권씨가 <한겨레>에 대한 애정이 떠났건 말건 과거에 그는 자신이 지금 비판하는 만큼 <한겨레>에 애정을 가졌던 사람이다. 그런 그이기에 이런 비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백 번 들으면 들을수록 <한겨레>에 약이 되는 비판이다.

그러나 배성록 기자의 진중권씨에 대한 '반론'은 그야말로 '욕설'로 점철돼 있다. <오마이뉴스>의 오래된 독자들은 지난 해 진중권씨의 글에 대해 배성록 기자가 보여줬던 행태들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욕설과 마타도어로 점철된 배성록 기자의 과거를….

그런 점에서 배성록 기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고스란히 자기 자신에게 돌려져야 할 말이다.

"그런데 글 초반부터 끝까지 줄곧 옛날 얘기와 개인적인 원한, 그리고 신문에 대한 음해와 악담으로 점철한 이런 짓거리는 '진보누리'나 진중권 개인 홈페이지에서 그것도 아니면 술자리에서나 할 일이다."

여기까지만 하자. 더 이상 언급하기도 민망한 글에 왈가왈가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다만 기자가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오마이뉴스> 편집진이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기자 역시 <오마이뉴스> 기자클럽 회원이고 '시민기자제'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시민기자의 기사에 대한 최종편집권은 분명 <오마이뉴스> 편집진이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메인면 톱에 올라오는 기사들은 대부분 <오마이뉴스>의 '생각'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꼭 이렇진 않더라도 <오마이뉴스>를 보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렇게 유추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오늘의 이 황당한 기사에 대해서는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이 기사가 <오마이뉴스>가 지향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해석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그 지향을 떠나 이 기사는 기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에도 어긋나는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이지 기자의 지금 심정은 참담하다. 계속 <오마이뉴스> 기자클럽 회원으로 활동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해야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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