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 언론'인가 '상업주의 발언'인가

김동민의 '노무현의 립서비스, 그렇게 잘못한 일인가?'를 반박함

등록 2003.05.16 18:58수정 2003.05.23 09:56
0
원고료로 응원
김동민 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 14일자 기고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범수용소'발언과 관련해 "<오마이뉴스>의 천박한 상업주의를 지적"했다.

그는 <오마이뉴스>가 "깡패나라 소굴에 가서 외교적 표현으로 가벼운 비유를 한 것을 두고 이렇게까지 흥분(<오마이뉴스>는 이 기사를 메인면 톱기사로 올린 바 있다...기자주)"하며 파문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판이 타당한가?

관련
기사
- "미국 없었다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북한 체제 겨냥한 노 대통령 발언 파문

기자는 지금 <오마이뉴스>의 편집방향을 두둔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자 역시 <오마이뉴스>의 편집방향이 맘에만 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개인이 특정 언론의 편집방침이 모두 자신의 맘에만 들 수 있기를 바라겠는가? 그러나 편집방향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과 그 편집방향을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지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운현 편집국장은 "김 교수의 글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한겨레>, 2003년 5월 16일자)고 말했지만 2만5천명의 시민기자와 수많은 독자들의 명예가 걸려 있는 문제다. 왜 대응할 가치가 없는가? 만약 김 기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마이뉴스>는 자성해야 될 일이고, 아니라면 모든 독자에게 근거없는 비난임을 입증해야 한다.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편집방침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비판을 읽어보자.

김 기자가 자신의 비판이 이유있음을 논증하기 위한 첫 작업은 <오마이뉴스>가 "'만약'이라는 표현은 아예 빼먹었다"고 흥분하는 일이었다. 흥분하지 말고 제목을 제대로 읽어보기 바란다. 제목은 "미국 없었다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였다.

만약이라는 표현이 사라져서 김 기자가 문제삼고 있는 "가정법"이 사라졌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므로 다시 확인해 주겠다. "…다면"이 가정법이 아니고 뭔가? 그는 표제를 간결하게 표현하기 위한 편집진의 고충을 "선정적인 제목"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는 이를 "'조선일보식'으로 표변"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거칠 것이 없다. 제풀에 신이 나서 "안정적인 수입구조가 불투명한 처지이니 그나마 광고를 유치하려면 조회수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을 걱정해준다. 한마디로 '조회수'(돈)를 위해 '조선일보식 표변'(왜곡)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김 기자는 어떻게 그렇게 '조회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오마이뉴스>의 독자들이 선거기간 중 노 대통령에 우호적이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노 대통령에 우호적인 기사가 조회수가 많을지 적대적인 기사가 조회수가 많을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가? 기자는 <조선일보>가 '조회수'를 위해 수구세력에 적대적인 기사를 쓴 일이 있었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조회수'라면 다른 언론에게도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 그 기사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못마땅해서 그런 비판을 한 것이라면 그것은 종이신문과 인터넷언론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종이신문적 언론학에 근거한 비판에 불과하다. 김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163건의 기사를 올리고도 여태껏 인터넷언론의 쌍방향성 기사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했는가?

인터넷 기사는 그 성격상 정제된 기사의 일방적 주입이 아니라 독자들과의 쌍방향성 의사소통을 통해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리플과 댓글도 기사다! 그러므로 인터넷 언론이 논쟁적인 기사의 비중이 큰 것은 단순히 천박한 상업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민주주의적인 의사소통의 특징인 것이다. 종이신문적 언론학의 관점에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기자도 더 이상 이해시키려 노력하지 않겠다.

이쯤에서 지루해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불만이 있으면 리플과 댓글로 기사를 완성해주기 바란다) 계속해보자.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시각처럼 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영향이 미미한 것이라 해도 그 발언은 결코 국가 원수의 대외적인 발언으로는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서는 김 기자도 "대통령의 표현이 적절했다고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으므로 굳이 긴 말로 부적절함을 입증하지 않겠다.

김 기자의 주된 비판요지는 문맥을 거두절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묻겠다. 왜 김 기자는 <오마이뉴스>가 노 대통령의 발언을 거두절미한 것만 문제고 자신이 <오마이뉴스>의 편집방향을 거두절미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안되는가?

기자가 알기에 <오마이뉴스>는 어떤 다른 미디어보다 자주적인 대미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기자는 왜 이런 <오마이뉴스>의 편집방침을 거두절미하고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조선일보식 비판'을 하는가?

거듭 말하지만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이런 편집방향에 공감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김 기자가 보기에는 <오마이뉴스>가 촛불시위나 이라크파병반대 등을 부각시키며 미국과의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것이 언론학자로서 못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점들을 정면에서 비판하기 바란다.

누구의 어떤 주의주장이 원칙주의적이고 비정략적인 관점에 있을 경우 순진하다라든가 아니면 비현실적이다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기자는 <오마이뉴스>가 특별히 그런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고 본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를 들어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오마이뉴스>가 아닌 인간의 이상을 모욕하는 것이다.

교회의 목사나 신부가 성경의 이상향을 설파하면 그것이 십일조를 위한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부르겠는가? 학교의 선생이 현실의 논리가 아닌 지향해야할 가치관을 얘기하면 그것을 학생들의 등록금을 노리는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비판하겠는가? 이렇게 지향해야할 가치관에 입각한 편집방향은 대한민국에서 단 하나의 언론도 나아가서는 안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가?

김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정 국장에게 "일제시대에 친일을 한 조선일보가 그 때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추궁하고 있다. 김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자주외교를 지향하는 원칙주의적인 비판을 "꼭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을 궁리"로 표현하고 있다. 말이 안되지 않는가? '원칙주의적인 비판으로 살아남을 궁리를 한다는 것'이!

기자가 보기에는 완전히 바뀌었다. 상업주의적인 표현과 정략으로 살아남을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은 노 대통령의 한국 현실이고 이를 원칙주의적인 관점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 <오마이뉴스>다.

원칙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원칙주의적인 발언이 해괴하게만 들리는 법이다. 원칙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답답한가? 그렇다면 <오마이뉴스>의 상업주의를 비판하지 말고 원칙주의를 비판하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