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호수에 발을 담그고...

해발 1300M 고원의 명경지수 미얀마 인레호수

등록 2003.05.17 17:02수정 2003.05.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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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나를 지치게 할 때 나를 알아보는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번쯤은 그 무엇도 하지 않고 그냥 푹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알려진 관광지가 아닌 문명의 이기를 피해 번잡한 것이 없는 곳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생활에 느슨한 풀림의 여유를 느긋하게 줄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대륙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 하지만 아직도 현대 문명의 손때가 덜 묻은 곳, 바로 미지의 땅 미얀마Myanmar이다.


미얀마는 은둔의 나라이다. 깊은 속살을 내보이지 않은 처녀의 수줍음 같은 것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불교를 믿고 부처님의 길을 따라 내세를 염원하며 수행자로 삶을 사는 미얀마 사람들과 세계 3대 불교 유적지의 하나인 천년을 이어온 고도 '버강Bagan'을 포함한 미얀마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문화유적지, 개발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 환경, 놀라움이 가득하고 경의로운 땅 미얀마

그러나 우리는 아직 미얀마를 모른다. 그러기에 미얀마를 찾는 여행자에게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미얀마의 대표적인 여행지는 물론 '버강 Bagan'이다. 48만 평방 킬로미터의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천년을 이어온 2227개의 파고다가 우리를 경탄하게 만들고 그 외에 약 2500년 전 석가모니가 다녀가셨다는
옛 버마 꽁바웅 왕조의 수도 '만들레Mandalay'와 '즈가잉Sagaing' '잉와Innwa' '밍군Mingun' 등의 주변도시들, 세계 어느 나라 수도보다도 자연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으며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미얀마의 수도 '양곤Yangon'.

정말로 볼 것이 많은 나라가 미얀마이지만 현대문명에 지친 이들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해발 1400M 고원에 자리잡은 하늘 호수 '인레호수Inlay Lake'를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레호수의 명물  다리로 노젓는 인따족 뱃사공
인레호수의 명물 다리로 노젓는 인따족 뱃사공정범래
인레호수Inlay Lake는 미얀마 샨주Shan State의 주도 따웅지Taunggyi 의 25km 남쪽에 위치한 고원도시 냥쉐Nyaungshwe에 있는 길이 22km 폭 11km의 물이 정말 맑은 자연호수이다. 평균수심은 4-5m로 그 주변에는 미얀마의 주 종족인 버마족의 한 갈래인 인따족(Inthas: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이 4개의 촌락군과 200여개의 작은 촌락을 이루고 살고 있다.

인따Intha족은 인레호수에 쭌묘(물 위에 떠 있는 밭: 부섬)를 만들어 농사를 짓거나 인레호수에서 고기잡이로 생활하는데 특이하게 발로 노를 저으며 원통형의 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의 산들이 맑디 맑은 잔잔한 호수에 잠겨 있고 그 위를 인타Intha족 뱃사공들이 발로 노를 젖으며 호수에 비친 산 속에서 고기를 낚아 올리고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욕심 없이 사는 미얀마 사람들의 깨끗한 마음 같은 맑은 인레호수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은 어느새 호수를 지나는 배들이 일으키는 물살에 실려 저 멀리 사라진다.

인레호수는 고원에 위치해서인지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를 연상케한다.
그래서 에어컨이 없이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 열대 몬순 기후인 미얀마에서 쌀쌀한 기운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세월의 흔적] 나무뿌리에 휘감긴 파고다 -까꾸-
[세월의 흔적] 나무뿌리에 휘감긴 파고다 -까꾸-정범래
날씨도 좋은데다 주변에 볼 만한 것도 많다.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 노천 온천이 있는가 하면은 새로 개방된 불교문화 유적지 "까꾸Kakku" 와 전혀 보수를 하지 않아 세월의 풍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허물어져가는 1500여개의 인 떼인Inn Thin파고다群이 있다.

인떼인Inn Thin 파고다群은 버강왕조 시대 이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버강Bagan의 유명세에 밀려 한때 잊혀졌던 곳이다.

1,000년 세월의 풍상을 보여주는 인떼인 파고다群
1,000년 세월의 풍상을 보여주는 인떼인 파고다群정범래
천년의 세월을 넘게 견뎌온 흔적들이 곳곳에 남겨져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세상사 모두다 쓰디쓴 고통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허물어져 가는 파고다들이 증언해 주는 것 같다.

인떼인Inn thin 파고다群을 돌아보고 보트를 타고 정글로 우거진 좁은 수로를 지나 인레호수로 돌아오는 길에 물건을 머리에 이고 가는 인따Intha족 아낙들의 수줍은 얼굴 속에서 피어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인레호수에 배를 띄어놓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왜 이토록 처절하게 살아와야만 했는지?
무엇이 나를 이토록 긴장시키며 살게 했는지?

인레호수가 나에게 답을 한다.
너를 긴장시키고 구속하는 것은 바로 너 자신이라고...

인레 호수에 발을 담그고 하늘 호수에 내 마음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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