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에 평화를"

5·18항쟁 23주기 전야제 … 금남로 1만여명 시민들 추모열기

등록 2003.05.18 06:50수정 2003.05.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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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 제23주기 전야제가 1만여명의 시민, 학생과 전국 순례단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7일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전야제는 풍물패의 뒤를 이어 80년 5월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거리행렬굿이 펼쳐진 가운데 광주역과 광주공원에서 출발한 시민, 학생 대열이 금남로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무르익기 시작했다.

a 이번 전야제는 과거의 대규모의 무대방식을 탈피해 시민들과 대동정신을 나누는 체험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야제는 과거의 대규모의 무대방식을 탈피해 시민들과 대동정신을 나누는 체험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이번 23주기 행사의 주제이기도 한 '평화'와 '통일'기가 무대 양편에 꼽히자 시민들은 '광주출정가'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올해 처음 펼쳐진 2막 5월 고싸움 놀이에는 동군과 서군 양편으로 나뉜 숫줄과 암줄이 서로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 비녀목이 꼽아지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신호깃발이 올라가면서 줄이 당겨지자 100여 미터 길게 이어진 대열을 따라 시민들은 "영차" "영차"를 외치며 양쪽 줄에 달려들었다.

이날 전야제는 과거 화려한 무대에 가수를 초청해 치르던 공연 중심의 방식을 탈피해 눈길을 끌었다. 전남도청 분수대 앞에서 (구)한국은행 4거리까지 금남로 곳곳에서는 80년 오월 열흘간의 항쟁기간에 보여준 대동정신을 재현하는 체험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졌다.

a 80년 그때 그들은 한 형제 한 가족이었다. 주먹밥 나누기 행사

80년 그때 그들은 한 형제 한 가족이었다. 주먹밥 나누기 행사 ⓒ 이국언

행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80년 오월 참혹한 상황에서도 형제와 같은 정을 나누며 싸웠던 시민들의 대동정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행사취지를 설명했다.

5월 체험마당에는 금남로 차량시위, 주먹밥 나누기, 양심수 석방 감옥체험, 개미장터, 5월 소리마당, 그밖에 인형극과 강령탈춤, 전쟁반대 엽서 보내기 등 다양한 '문화난장'이 펼쳐졌다.

또 효순이 미선이 두 여중생 살인자 처벌 서명운동과 오월 사진전과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반전평화 선전전, 80년 당시를 형상화한 518미터 협동화 등 다양한 기획행사들이 펼쳐져 시민들의 발길을 모았다.


"23년 전 그때를 기억하기 위해 나왔다"는 장상철(68·방림동)씨는 "80년 당시 도청 앞을 매일 출근하다시피했다"며 "오월만 되면 돌아가신 분들이 눈앞에 선하다"며 긴 숨을 몰아 쉬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민족 앞에 무릎을 꿇지는 못할망정 그게 무슨 태도이냐"며 "아주 철면피한 사람이다"고 목소리를 돋웠다.

월산동에 사는 60대 한 분은 "아직도 찾지 못한 시체들이 있는데 오월문제가 끝났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손으로 대열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장갑차가 밀어닥쳐 당시 이곳은 온통 피바다였다"며 "광주만 이렇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5·18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a 촛불의 열기

촛불의 열기 ⓒ 오마이뉴스

'우리 아들의 눈망울에 평화를'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4막은 아름나라 합창단과 희망새 공연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미선이 효순이 두 어머니가 무대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사뭇 숙연해졌다.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촛불이 어느새 금남로를 가득 메웠다. 두 어머니는 여중생 사이버 광주범대위에서 효순이 미선이를 대신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자 이내 참았던 눈물을 쏟기도 했다.

미선양의 어머니 이옥자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광주에서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을 보고 저승에서라도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효순이 어머니에게 마이크가 전해졌지만 그녀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금남로 차량시위 체험행사
80년 오월 시민군, 그날의 기억을 찾아

ⓒ오마이뉴스

체험행사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80년 당시 시위대들이 차량을 앞세우며 금남로로 돌진하자 계엄군들이 시위차량에 달려들어 시민들을 끌어내는 장면이었다.

유리창이 박살난 버스 곳곳에는 당시 상황처럼 "계엄령을 해제하라",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라는 구호가 나붙어 있었다.

"계엄령을 해제하라 좋다 좋다" "계엄령을 해제하라 좋다 좋다".
"군부독재 몰아내자 좋다 좋다" "군부독재 몰아내자 좋다 좋다


훌라 송이 울려 퍼졌다. 일부 시위대는 버스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며 "도청으로 가자"고 외쳤다.

"쏴!" "저 새끼 죽여" "머리 숙여! 저놈 잡아!"

갑자기 총을 쏘며 들이닥친 계엄군들은 버스에 있는 시위대를 구둣발로 걷어차고 보이는 대로 몽둥이를 후려갈겼다. 계엄군에 의해 끌려 나온 사람들은 차례로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기 엮듯 양손을 머리 뒤에 올렸다.

"야 저 새끼는 뭐야" "머리 안 박아! 이 새끼!"

다시 몽둥이와 군화 발이 이어졌다.

"죽더라도 같이 참여했을 것"

"갑자기 들이닥쳐 놀라고 무서웠다"는 윤혜림(15·양산중 2년)양은 "총을 들이대니까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며 "가상이긴 하지만 분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슬기(15)양은 "죽을 줄 알면서도 투쟁했다는 것을 생각하니까 5·18 광주시민들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당시라면 어떻게 했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죽더라도 같이 참여했을 것 같다"며 "분하기도 하지만 그래야 양심에 떳떳치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광삼(55)씨는 "계엄군들은 그때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 그만 죽이라고 옆에서 말리면 그 사람까지 잡아다가 대검으로 찌르고 결혼식장을 막 나선 신부한테도 총부리를 겨눴다"며 "그것을 목격하고 나면 누구든 돌멩이 하나라도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정한 민주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그는 돌연 "광주문제로 표 얻을려고 한 김대중 노무현이도 다 헛소리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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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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