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치는 사람들의 일손이 바빠질 시기입니다. 제주에서 이젠 경기도로 곧 올라오겠군요. 벌도 날이 건조하면 통째로 나와 고속도로를 제 세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하여튼 벌들은 아까시꽃 필 때 비가 많이 안와서 먹을 것 많아 좋겠다.김규환
“정말 대단하네요. 얼마나 많이 피었으면 이렇게 밀려올까요?”
”서울에서는 전혀 안 나던데 확실히 다르군요.”
”근처에 아카시아를 많이 심었는가 봅니다.”
" 생전 이런 강렬한 향은 처음입니다.”
”달큼한 맛이 입안에까지 퍼졌습니다. 꿀 한 숟갈 떠먹은 느낌입니다.”
내리자마자 꿀 차 한 잔씩을 마시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아카시아’라 잘못 알려진 '가짜 아카시아'인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 향의 정체를 찾기 위해서였다.
노래 ‘과수원 길’에서 노래한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향긋한 꽃냄새’가 천지를 뒤흔드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혼자서라도 ‘그 향기 가득 머금고 있는 밤의 여인’을 확인하기로 마음먹고 몇 걸음 옮기는데,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나무 밑으로 모였다.
아까시나무일 성싶은 나무 밑으로 가봐도 그 나무가 아니었다. 느티나무였고, 소나무였다. 간혹 버드나무가 있었다. 근처 나무를 죄다 새벽 2시가 넘은 캄캄한 곳을 쏘다니며 10여 분 조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러고서도 결국 우리는 아까시나무를 찾지 못하였다.
“없는데요. 못 찾았습니다.” 하니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정 상 더 지체할 수 없어 아쉬움을 안고 남쪽으로 향했다.
근처 산자락에 얼마나 많은 꽃이 피었으면 남정네 다섯의 혼(魂)을 이리도 앗아간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