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이나 도시 계획, 도로 확장 같은 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재물이 되는 땅은 학교 부지이다. 이렇게 학교 부지가 가장 먼저 계획도면 속에 들어가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개인의 땅을 수용하자면 여러 가지로 민원이 생기고 보상 문제 등 쉽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학교 대지야 같은 공공기관으로서 서로 조금 양보만 하면 가장 손쉽게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학교 부지를 도로 계획선, 소방도로 등에 포함시켜서 운동장의 일부를 내놓고 나서 학교의 운동장은 어떻게 되며, 아이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교감 시절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도로 계획선에 포함이 되어서 운동장의 일부가 잘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이런 상황을 지방의 유지들과 총동문회에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취해 보았지만, 같은 공공기관으로서 사실상 학교측에서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는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 이제는 총동문회와 지역유지들이 나서서 이 일을 막아 주어야겠다. 만약 측량을 하러 오면 즉각 알릴테니 모두 연락을 해서 쫓아 나와서 항의를 하고 무조건 안 된다고 버티고 측량을 못하게 말려라. 측량을 해서 도면을 그려 버리면 그 때는 바꾸기가 어려울 것이다"고 부탁을 하였다. 그리하여 측량을 하는 날 모두 나서서 학교 부지의 도로 편입을 최소한으로 막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인근 시, 군의 학교 중에는 양주군의 어느 학교는 도로 확장에 걸려서 운동장의 약 1/4 정도를 도로로 내놓고 3각형에 가까운 모양의 비좁은 운동장만으로 운동회는커녕 늘어나는 학생들을 수용하게 되면서부터는 조회조차 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어 버린 학교도 있다. 또 파주시의 1000명이 넘는 어느 큰 학교가 운동장이 좁아서 조회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편인데 이 비좁은 학교 운동장 마저 약 1/3 정도가 소방도로로 계획선이 그려져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와 교육청이 날카로운 대립을 하게 되고 지방민들의 항의가 일어나는 등 지역의 이슈가 된 학교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학교 부지가 늘 도시계획의 희생물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사업계획을 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사고 때문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라면, 그리고 자기가 졸업한 학교라면, 더구나 그 학교가 앞으로 늘어날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돼 도시 계획을 다시 하면서 학교운동장을 계획선 안에 포함시켜 좁은 운동장을 줄이도록 계획을 할 수 있겠는가?
앞의 어느 학교는 교실과 1,2m 사이를 두고 소방 도로가 지나도록 계획되어 있어서, 교실 뒤쪽으로 통하는 통로도 마련할 길이 없이 학교 울타릴 뜯고, 운동장의 한 쪽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학교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공공 사업이고, 공공기관이기에 서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학교라는 기관을 우습게 보고 쉽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양보만 하고 학교 운동장을 내어놓으라면 어찌하란 말인가?
적어도 내 자녀들은 아니더라도 지역의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꿈을 키워야할 학교가 이렇게 옹색하고 지역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곳이라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그 지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리고 그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과연 지방에 공헌할 휼륭한 일꾼으로 자라줄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각 시·군에서는 지역의 지구계획이라던가, 개발 계획을 세울 때, 또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체 등에서는 이 일을 담당하시는 공무원이나 계획주무자가 먼 장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학교라는 곳이 가장 조용하고 안전하고, 어린이들을 보호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환경이 되도록 배려를 하여 그런 곳에 위치할 수 있도록 안배를 해주는 그런 장래를 내다보는 계획들을 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이제부터라도 지방의 사업계획에서 학교가 희생되지 않도록 모든 기관에서 협조가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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