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김정일에게 끌려가나"
노대통령 실용주의 외교 잘했다

[찬반논쟁 1] 방미성과는 '굴욕외교'인가, '실용주의'인가

등록 2003.05.19 22:07수정 2003.05.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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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방미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굴욕외교 사죄하라"는 목소리가 높고 또 한편에서는 "실용주의 외교 잘했다"는 지지 목소리도 높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현안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을 위해 찬반 지상토론을 시작합니다. 이 글은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국제담당 특보를 지냈던 이충열씨의 '실용주의 옹호'입니다. 이에 대한 반론이나 동의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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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 로이터 뉴시스

6박7일에 걸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가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방미의 성공적 요소는 충분하다. 한미 양국간의 동맹과 신뢰를 재확인함으로써 그동안 양국 사이에 드리워졌던 불안과 불신의 그림자는 거의 완전히 제거되었다. 안보, 군사, 외교, 경제적 불안요소는 사라지고 양국 사이의 안정적 관계발전을 전망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 지지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방미가 국내에서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정부가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하여 부시행정부의 입장을 일정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추가적 조치’를 가능케 한 조항을 두고 비판자들은 햇볕정책의 포기이자 한반도에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을 가져올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리하여 대통령 스스로조차 자신의 방미결과가 지지층의 이반과 비판층의 환호를 불러일으키는 점에 당혹스러움을 표시할 정도다.


이번 방미에서 지지층을 헷갈리게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이 대선후보 당시의 그것과 너무 달라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굴욕감을 줄 정도의 과공이 문제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근거 있는 비판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배신감을 느끼는 지지층에게 ‘너도 대통령 한번 되어봐라’는 식은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정책의 전환시, 특히 대북정책과 같은 민족의 생존이 걸린 중요정책의 흐름을 바꿀 때에는 국민들의 양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최선의 과정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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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번 방미를 전후해서 청와대는 국민들이 노대통령의 태도가 너무나 갑자기 180도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또 ‘미국에 굽신거리지 않겠다’던 후보시절의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미국이 없었더라면...나는 정치범 수용소에’같은 비유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대통령과 참모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바둑에서 수순이 중요한 것같이 외교에서도 수순과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외교정책에서 수정이나 전환은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언제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의 동의속에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북핵문제 국외자 신세인 한국의 선택폭은 좁았다

향후 외교정책의 전개과정에서 노무현정부는 많은 교훈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과연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버리고 전쟁을 가능케할 방안에 합의한 것인가? 또 왜 갑자기 변화한 것인가?

3가지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첫째, 이라크침공을 승리로 끝낸 부시정부는 핵카드를 흔드는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강경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북한이 핵물질 재처리는 물론 핵보유까지 인정하는 사실상의 레드라인을 밟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는, 북한의 요구로 인하여 한국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배제된 점이다.

지난 5년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한 햇볕정책 혹은 대북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3자회담에 한국이 배제됨으로서 이 중요한 시기에 한국은 국면을 ‘주도’하거나 심지어 ‘중재’할 수 있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은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노대통령의 방미가 이루어 지게 되었다. 미국측의 최초요구와 최종발표문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관한 정보를 필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조항을 요구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추가조치’ 항목은 길고 집요한 협상의 산물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노대통령이 미국에 할 말을 다하고 타협에 불응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필자가 아는 바로는 미국은 그 경우 한국의 반응에 관계없이 마이웨이를 갈 계획이라고 알고 있다. 이 점을 비판자들은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UN 안보리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을 단행했다. 대테러 전쟁을 위해서는 예방적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부시독트린을 생각해본다면 한국의 반대는 선언적 측면에 그치고, 그 이후 북핵해법에 있어서 완전히 국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국내정치역학상 햇볕포용정책은 더이상 불가능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화해정책에 대해 얼마나 집요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아는 사람중의 한명이다.

그런 점에서 노대통령의 변화를 가져온 요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 그것은 DJ식 포용정책의 결함과 김정일 위원장의 오판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최초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에 대한 집념이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변덕이나 투정을 응석으로 받아들여주는 포용정책을 실시했다. 문자그대로의 햇볕정책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포용정책이 남북긴장완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또 한편에는 퍼주기라는 비아냥속에 국내반대세력도 급속히 늘어갔다.

이제 일방적 포용정책은 국내정치역학상 도저히 더 이상 끌어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검의 수용은 바로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특검이 북한지도부를 불편하게 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북핵해결과 북한체제 인정이라는 빅딜을 하는 중요한 과정에 김정일위원장은 한국을 당연히 협상의 한 주체로 인정하고 초청했어야 했다.

만약 그러했다면, 한국의 ‘주도’, ‘중재’ 노력은 빛을 볼 수 있었고, 햇볕정책은 실천적 검증을 거치게 되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한국배제라는 카드를 던졌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은 것이다.

혹자는 그럼에도 정경분리라는 카드를 고수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 군사조치라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가능한 상황에서 정경분리라는 것은 문제의 해결과정과는 전혀 동떨어진 의미없는 카드에 불과하다.

물론 남북교류의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아니다. 특히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핵협상과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다른 남북경협은 핵협상과 연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핵문제 해결을 위하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바탕으로 모든 카드를 구사하는 단계로 가게 된 것이다.

3가지 카드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3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했을 것이다.

1. 한미동맹의 파기를 선언하고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2. 한미동맹도, 민족공조도 아닌 제3의 독자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노선.

3. 미국과 일정하게 협조하면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해결하겠다는 방안.

각각의 시나리오를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과 2는 성립불가능한 방식이다. 3만이 현실적으로 선택가능한 방안이다. 부시행정부와 타협하여 북핵문제에 대처한다고 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처를 용인한다거나 심지어 전쟁으로 가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협상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최소한의 지렛대를 유지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노무현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포기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

김정일위원장의 '한국배제'전략이 최대 자책점

보수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행보에 매우 안도했다고 한다. 보수세력이라고 해서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진보세력의 경우 자신이 뽑은 대통령을 믿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민족의 운명을 가름하는 중차대한 외교문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인격과 철학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협상의 한 축인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필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민족공조를 외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국을 배제하는 것이 최대의 자책점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의 협상과정을 좌우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에 일차적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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