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강바람 포토에세이>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등록 2003.05.19 22:38수정 2003.05.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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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를 갓 넘긴 나에게는 나와 아내를 닮은 아이들 셋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부모님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맘처럼 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생각한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아이들에게 내가 못한 것을 대행하는 한풀이식의 꿈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른데 부모의 한을 푸는 도구로 아이들이 전락된다면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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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큰 아이는 아내와 내가 첫 데이트를 했던 날에 맞추어 태어났습니다. 결혼한 후 몇 년 애를 먹이더니만 아내가 임신을 했고,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딸이면 좋겠다며 '다희'라고 이름을 지어놓았습니다. '많은 기쁨'이라는 뜻입니다.

광복절 아침, 예쁜 아가는 엄마와 아빠의 품에 안겼고 여는 아이들처럼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답니다. 아빠를 거의 빨아먹다시피하며 자랐던 큰딸, 엄마보다도 아빠를 먼저 불러서 아빠를 황홀하게 했던 큰딸은 벌써 사춘기가 되어 아빠가 같이 자자고 하면 기겁을 하며 근처에도 못 오게 합니다.

아직 꿈은 조금 더 바뀔 수 있겠지만 큰딸은 음악을 좋아하고, 제가 보기에도 음감이 좋아서 소질이 있습니다.

저는 큰딸에게 늘 말합니다.


"딸아, 네 꿈이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재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고 과정이 중요한 거란다. 그리고 네 꿈이 이루어졌을 때 너만 기쁘면 아무 소용이 없단다. 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그런 꿈을 늘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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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가 고민을 합니다. 둘째 이름은 '진짜 기쁨'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진희'입니다.


"아빠, 나 구강포스터 내일까지 그려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리지?"

둘째는 제가 볼 때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립니다. 그리고 마음이 너무 착해서 조금만 슬픈 일이 있어도 왕방울 만한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험한 세상 어떻게 살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조금 크면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 만큼 강인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딸은 작가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딸아, 너는 그림을 잘 그리니까 네가 직접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작가가 되려면 좋은 책 많이 읽어야 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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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드디어 그림을 완성시켰습니다.
사실은 제가 조금 도와주었습니다만 오히려 작품을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내일까지'라는 시간이 족쇄가 되어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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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막내 용휘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우리 집에서 자기가 대장인 줄 아는 개구쟁이입니다. 취미는 누나들 괴롭히기, 공부하는 것 방해하기 등등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누나들이 서로 끼고 자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림없는 소리, 아빠만 꼭 껴안고 잡니다. 물론 아빠한테 혼난 날은 엄마만 껴안고 잔답니다.

누나가 그림을 그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막내는 누나가 열어놓은 포스터칼라를 연신 갖다 그림을 그려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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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당연히 누나는 기겁을 합니다. 색이 섞여버리니까요. 그래도 작품 한 점 만들었습니다.

막내는 이 곳에 이사 온지 일년이 조금 넘었는데 병설유치원 다니는 것이 6학년 형, 누나들 이름까지 다 외우고 있습니다. 사귐성이 대단한 아이죠.

어떤 때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 얼굴에 점이 몇 개 있다는 둥 하면서 설명을 하고, 다음날 가서 얼굴의 점을 세어보면 영락없이 맞죠.
조금 더 지켜보아야 막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보일 것 같습니다.

저는 늘 우리 아이들에게 주문하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되든지 과정을 중요시 할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었을 때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꿈' 그것은 꿈이 아니라 자기를 죽이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그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말을 자주 들은 탓인지 큰딸이 전우익 님의 책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를 보더니만 "여기 아빠랑 똑같은 할아버지 있네"합니다.

저는 그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어느새 아이의 마음에 아빠가 전해주고 싶은 것들이 들어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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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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