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연대, 시청 장애인복지과 기습점거

등록 2003.05.20 08:11수정 2003.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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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농성중인 이동권연대 회원들

농성중인 이동권연대 회원들 ⓒ 이철용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하 이동권연대)는 19일 발산역 지하철 리프트 추락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시의 책임인정을 촉구하며 기습적으로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를 점거했다.

중증장애인 30여명은 19일 오전 11시 30분경 광화문의 모처에 집결해 12시 15분경 삼삼오오 서울시청 별관 2동 1층 장애인복지과에 특별한 마찰 없이 진입했다. 장애인복지과는 대부분 점심시간인 관계로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진입에 성공한 이동권연대는 "발산역 리프트 추락참사에 대하여 서울시는 공개 사과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서울시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벽과 바닥에 스프레이로 표기했다. 뒤늦게 경찰 병력은 별관 곳곳의 통로를 차단하고 장애인들의 출입 제한에 들어갔다.

농성단, 발산역 사고에 대한 이명박 시장의 사과 요구

오후 1시 이미 예정되 있던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은 긴급히 농성장으로 장소 변경이 되어 진행되었다.

a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 ⓒ 이철용

박경석 공동대표는 "5월 19일이면 발산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가 일어난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송내역에서 시각장애인이 지하철에서 떨어져 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수많은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이동해야 합니다. 이렇듯 수많은 장애인이 떨어져 다치고 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은 여전히 그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발산역에서의 추락참사 또한 서울시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점거를 시작으로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발산역리프트 추락참사에 대하여 그 책임을 인정할 때까지 투쟁할 것입니다"라며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동권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2002년 5월 19일, 지하철5호선 발산역에서 윤재봉(지체장애1급)씨가 장애인용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지 1주년을 맞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며 "2002년 11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산역 사고의 원인을 리프트 결함 및 공공기관의 직무 소홀로 결론 내리고 서울시장과 서울도시철도공사장에게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 및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강구, 안내전담요원 배치 등을 권고했으나 여전히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발산역 사고에 대한 책임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마저 무시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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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용


그로 인하여 "계속적으로 2003년 4월 24일에는 시각장애인부부가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5월 10일에는 동대문운동장역 5호선 환승장에서 리프트의 고장으로 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하던 이규식(뇌성마비 1급)씨가 계단을 들려서 내려가다가 무게에 이기지 못해 추락하여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또다시 5월14일에는 송내역에서 장영섭(시각장애1급)씨가 선로로 떨어져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며 "이제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고 다치게 하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농성단은 오후 2시 30분경 요구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따르지 않음에 따라 물리력 행사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과 직원들과 농성단의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이날 농성장에는 많은 취재진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복지여성국장,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른다, 지금부터 검토하겠다.

a 이봉화 서울시 보건여성국장

이봉화 서울시 보건여성국장 ⓒ 이철용

오후 4시 13분경 당직실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측에서 이봉화 복지여성국장과 정성용 장애인복지과장이 이동권연대측은 박경석 대표와 박현 사무국장이 배석했다.

취재기자의 배석을 놓고 실랑이가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박경석 대표는 "발산역 사고에 대해 분명한 이명박 시장의 입장을 속히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시장과 전화통화를 통해서 책임있는 답변을 할 경우 즉시 농성을 해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하철리프트 고장에 대하여 즉각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안내전담 역무원을 배치할 것과 장애인전용콜택시 운전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장애인전용콜택시 운행 차량 대수와 운행시간을 확대할 것, 지하철 플랫홈 사이의 넓은 간격에 대한 안전대책을 즉각 강구하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복지여성국장은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오늘의 상황에 대하여 시장께 보고하겠다" 말했다. 농성단은 국장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농성단 장기농성 진입

a 정성용 서울시 보건복지과장

정성용 서울시 보건복지과장 ⓒ 이철용

농성단은 농성장에서 업무를 진행하던 직원들에게 오후 7시까지 퇴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농성단의 요구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기들을 내리고 본격 농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건복지과에 전달했다.

밤 10시경 박경석 공동대표와 복지여성국장의 면담이 다시 이루어졌다. 면담을 마친 박대표에 의하면 복지여성국장은 "시장과의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내일중 접촉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이에대해 박대표는 이것은 장애인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장기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농성단은 본격적인 농성을 위하여 집기들을 일부 이동시키고 본격적인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 밖에서는 농성장 진입이 제한된 이동권연대 관계자와 지지자 20여명이 함께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새벽 2시 30분 현재 장애인복지과 내부에 진입한 농성단은 박경석 공동대표를 비롯한 12명으로 경찰의 스치로폴등 취침 도구 반입불허 조치로 인해 찬 바닥에서 얇은 깔개 하나에 의지해 밤을 지새고 있다.

경찰병력은 모든 출입구를 차단한채 철저하게 외부인을 통제하고 있고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농성단은 경찰진입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집행부는 뜬눈으로 밤을 맞고 중증장애인인 대부분의 농성단은 하루간의 피곤한 일정으로 인해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서 수면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농성단을 지원하기 위해 10여명의 이동권연대 관계자도 출입이 통제된채 밖에서 노숙을 하며 농성을 지원하고 있다.

a 지쳐 쓰러진 농성자들

지쳐 쓰러진 농성자들 ⓒ 이철용

농성장에는 장애인복지과 과장을 비롯단 직원 5명도 만일의 사태를 위해서인지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 늦은 밤에도 직원들과 농성단은 간간히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농성단이 중증장애인인 점을 감안해서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취침도구 반입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장애인복지과 과장은 "그것은 허용할 수 없으며 퇴거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농성 2일째를 맞는 20일 오전 6시 50분 현재 박 사무국장은 "경찰병력의 강제진압이 곧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입수하고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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