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미 맛 있겠는거? 삼선교에서 동소문동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몇 개 익었더군요. 사나흘 지나면 죄다 익을 것 같습니다. 해강이 솔강이 주니까 냠냠 잘도 먹습니다.김규환
아까시꽃, 오둘개, 앵두, 때왈, 버찌로 이어지는 여름철 먹을거리
참꽃 진달래 꽃잎, 찔레 싹 찔구, 띠뿌리와 삐비, 칡깽이를 따고 꺾어 먹고 나면 아까시꽃이 만발해 허기를 채워줬다. 아까시는 물 건너 온 탓인지 다디달기는 했으나 왠지 확 당기는 맛은 아니었다.
이런 꽃과 잎, 줄기를 다 따먹고 나면 아이들이 실망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려 입과 눈은 더 즐거워지고 손놀림은 바빠진다. 바야흐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절이라 밭 가상이고 산자락이던 간에 열매가 푸릇푸릇, 볼그족족 살을 찌우고 이내 검붉게 익어가기 때문이다.
보리밭이 누렇게 바뀔 즈음 오둘개가 맨 먼저 익고, 앵두가 익어 소년 마음 설레게 한다. 차차 때왈도 따라 익는다. 때왈은 산딸기인데 밥그릇에 따 담아와 가족들과 나눠 먹으면 귀염둥이라 칭찬이 자자했다. 때왈 따먹고 나면 여름 한철은 버찌-범을 아버지 막걸리 받으러 다니던 한 되짜리 누런 양은 주전자를 갖고 산골짜기 계곡으로 먼 길을 들어가야 한다.
개구리 뒷다리로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고 열매를 먹어댔으니 풋 열매 무던히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던가? 하여튼 뱀 무서운 줄 모르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 검정고무신 찍찍 끌고 시간만 나면 산과 들로 쏘다닌 것이 엊그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