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호남소외? 그거 다 윗세대 이야기죠!"

해뜨는 동쪽에서 뜨거운 남도를 지나 두얼굴의 광주까지

등록 2003.05.19 17:26수정 2003.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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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여행 대신에 좀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없을까 하다가 날도 날이니만큼 시기적절하게 광주를 한번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가 가겠다고 하니까 알고지내는 분께서 대학동아리 야유회에 같이 가자고 해서 광주까지 가서 그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서프라이즈 독자분(이하 '독자')의 학교 동아리(조선대학교 문학동아리 '터앗') 후배들과 1박2일로 갔던 야유회에 함께했습니다. 사심에 물들지 않은 제 나이나 제 후배 나이대의 평범한 대학생들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가기전에는 좀 위축되었거든요. 이거 또 갔다가 5.18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냐고,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꼭 그런 질문들이 아니라고 해도 썩 좋은 감정은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왠걸. 우리 후배들과 다를 게 없는겁니다. 술취하면 우는 애들부터 술취한 애들을 끝까지 챙기는 애들까지... 정말 다를 게 없는 조선대학생들을 보았구요... 둘째로 정말 남도음식은 대충하는거 같아도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음식 정말 기대하고 갔었는데 정말 기대이상이었습니다 ) .

거기에서 99학번 학생 하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의 골자는 호남소외론, 지역감정 이런거는 우리 윗세대 이야기이고 우리랑은 아무 상관없다. 텔레비전에서 지역주의 이야기 나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정말 뒷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아.. 진짜 다를게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들이 대선에서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내년 총선에서 이들이 한표를 던질거라고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지역감정이라는 구시대적 용어가 사라질것 같았습니다.

a 조선대학교 문학동아리 '터앗' 1학년생들. 지역감정은 이들에게는 해당사항 없음.

조선대학교 문학동아리 '터앗' 1학년생들. 지역감정은 이들에게는 해당사항 없음. ⓒ 장우식


그렇습니다. 저는 그걸 기대하고 갔던겁니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역감정, 호남소외론이란 건 그것에 기대어서 이득을 보는 일부 정치인들만의 허무한, 공허한 구호라는 것을요. 독자님도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국회의원들보다 지역자치단체장들이 더 썩었다고. 평소에는 민생 신경안쓰고 온갖 썩은 짓은 골라서 하면서 좀 틀어진다 싶으면 호남 소외시킨다고 들고나오는거 보면 정말 할 말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자리에서 모인 학생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은 대선때 투표하지 못했겠지만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앞으로 투표하게 될거다. 지금 대구 지하철 사고를 제대로 사후처리 하지 못하는 대구시장을 보면서 한표 한표를 정말 잘 던져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들도 다음 총선이나 지방선거때 어른들, 그것도 일부 썩은 정치인들에 의해서 회자되고 있는 지역주의에 흔들리지 말고 정말 광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말 광주시민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을 뽑아달라 그것은 여러분들이 살기 위해서이다" 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젊은 학생(1,2학년들)과 함께한 그날 밤이 지나고 땅끝마을( 콘도에서 2km거리에 있는) 로 향하였습니다. 그야말로 뜨거운 남도를 향하여 걸어갔지요. 거기서 사진도 찍고 돌아와서 독자님은 학원에 잠깐 들어가 봐야겠다고 들어가시고 저는 학생들과 함께 조선대 근처에 있는 닭도리탕을 먹으러 들어갔습니다. 밑반찬이 나왔는데 역시 밑반찬부터 다르더군요. 특히 동치미. 이건 완전히 입에 들어갈 때 맛 다르고, 씹을 때 맛이 다르고, 목에 넘길때의 맛이 또 다르더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닭도리탕도 정말 맛있었구요... 역시 음식은 전라도입니다.

a 해남 땅끝마을에서 한컷.

해남 땅끝마을에서 한컷. ⓒ 장우식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독자님을 만나 학생들이랑 헤어지고 5.18전야제 구경을 갔습니다. 정말 월드컵 이후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본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도 독자님은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진 거라고 하시더군요. 옛날에는 도청앞까지 싸우면서 들어와야 했다고 하시면서요. 그리고는 충장로를 구경을 했는데 아이러닉함, 도시의 두얼굴을 보았습니다.


금남로에서는 5.18전야제를 하면서 80년 5월을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충장로 뒷골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도시의 두얼굴을 보면서 저는 상당한 아이러니에 빠졌습니다. 지금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있는 광주학생들에게 5.18은 또 어떤 의미일까 하고 생각을 하니 광주 열번정도는 더 와야지 좀 알것 같았습니다.

a 전남도청 앞에서의 5.18 전야제

전남도청 앞에서의 5.18 전야제 ⓒ 장우식


a 5.18 전야제 모습

5.18 전야제 모습 ⓒ 장우식



그렇게 조금 구경하다가 광주시민공원 근처의 포장마차촌에 갔습니다. 거기서 전어구이 시켜놓고 소주한잔 하면서 독자님 첫사랑 이야기도 듣고 독자님의 선배님도 합석을 하셔서 밤새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덕분에 다음날(5월 18일)에는 망월동 묘역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그 무엇을 얻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내나이, 내 후배 나이대의 학생들에게 지역감정이란건 없다는 것을, 그 학생들이 내년 총선에 투표할 때는 지역감정이란 것은 박물관에 걸려있을 말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는 호남의 이름을 팔아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발붙일 곳이 없으리란 걸(독자님도 아무리 통합신당으로 간다고 해도 후단협 사람들은 안된다고 못박으셨습니다) 새삼 발견한 것. 그리고 평범한 광주시민과 밤새워서 이야기를 해보았다는 것 자체로 이미 제 생각으로는 망월동 참배한번 하는 것 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느 게시판에서나 호남팔아서 지역주의니 호남소외니 하는 놈들에게 마음놓고 핀잔을 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광주를 갔던거구요. 이 지면을 빌어서 사심없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수있게 해 주신 독자 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역시 지역주의라는건 정치인들만의 언어였다는 걸 즐겁게 확인하였습니다.

짧은 기간동안의 방문이라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정말 확인하고 싶었던 것을 확인한 기쁨으로 대구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우리는 다르지 않기에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의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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