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주화'에서 2002년 'KSR-III'까지

[한국의 도전-우주항공] 액체추진과학로켓 발사성공 -3

등록 2003.05.21 16:31수정 2003.05.2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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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8일, 한국 최초의 액체추진과학로켓인 KSR-III 발사성공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5년간 연구비 780억 원을 투입한 끝에 독자설계로 최초의 액체추진기관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실험 성공에는 선진국의 수출금지품목규제로 기술을 전수받지 못한 3천 여 이상의 부품을 100% 국산화했다는 유무형의 말할 수 없는 성과까지 들어 있다.또 이 실험 성공으로 우리의 우주항공기술은 2005년 우리위성을 쏘아올릴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a 2002.11.28 한국 최초의 액체추진과학로켓(KSR-III) 발사장면

2002.11.28 한국 최초의 액체추진과학로켓(KSR-III) 발사장면 ⓒ KARI

그러나 최초의 액체추진제로켓발사 성공으로 로켓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긴했지만 한국의 경제력과 타 분야 과학기술수준에 비해서 우주항공 분야가 여전히 뒤쳐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반해 15년이나 늦게 출발한 북한의 미사일 수준은 세계적이다.

우리나라는 70년대 들어 박정희 정권의 자주국방계획에 따라 78년 '백곰'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사일 개발의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 20년간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적인 시련 등으로 인해 '백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 이후 계속 개발했더라면 '지금쯤 토마호크도 문제가 아니다'란 말이 농담이 아닐만큼 한국 과학자의 두뇌와 열정은 우수하다.

매우 짧은 시간동안 한국은 세계13번째로 보유하게 될 우주발사장에서 2005년 우리위성을 우리로켓으로 발사하는 우주선진국 초입에 들어설만큼 비약적 성장을 하였다. 백곰에서 KSR-Ⅲ까지 짧은 시간 경이로운 도전의 성공을 이룩한 연구원들의 몸 속엔 선조들의 숨결과 혼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 한국 최초의 로켓, 신기전(神機箭)의 발사장면과 모습

한국 최초의 로켓, 신기전(神機箭)의 발사장면과 모습

한국 로켓개발의 기원

우리나라에서 로켓을 처음 만든 것은 자그마치 지금부터 627년 전인 고려말 1377년. 당시 세계에서 화약을 보유한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이었다. 고려말 오늘날 화약무기연구소격인 화통도감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화약을 비롯한 18가지의 갖가지 화약무기를 연구하고 제작했다.


이곳에서 만든 18가지 무기 중에 '달리는 불'이라는 뜻을 가진 주화(走火)가 있었다. 이것은 한국 최초의 로켓으로서 지금의 로켓발사기술과 같은 동작 원리를 갖추고 있다. 주화는 1448년(세종 30) 이전에 불린 이름이고, 그 이후에는 '귀신 같은 기계화살’뜻의 '신기전(神機箭)'으로 불렸다.

신기전은 대·산화·중·소의 4종류로 나뉘는데 세종 1448년에 만들어진 대신기전은 사정거리 1.5~2km에 이르는 당시 세계 최대 로켓. 1451년 문종 때는 한번에 1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 로켓발사대인 화차까지 개발했다. 오늘날 후손들에게도 이어진 선조의 우수성은 그야말로 세계적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로켓의 설계도인데 1474년 편찬된 ‘국조오례 서례’의 병기도설에 있는 현존 최고(最古)의 이 설계도에 사용된 단위는 당시 우리나라 척관법으로 척(尺), 촌(寸), 분(分), 리(釐). 1척은 약 30cm, 1촌은 3cm, 1분은 3mm, 그리고 1리는 0.3mm다. 지금부터 550년 전 이미 0.3mm가 한 눈금인 자로 로켓을 설계하고 만들어 썼던 것이다.

a KSR-III 전체 구성도

KSR-III 전체 구성도 ⓒ KARI

액체추진과학로켓 KSR-III (Korea Sounding Rocket-III)

오존 및 자기장 측정을 위한 과학관측용 센서를 탑재한 KSR-III의 제원은 총길이 14m, 직경 1m, 중량 6t. 3000여 모든 부품들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개발한 순수 우리 토종의 국내 최초 액체추진제로켓이다.

특히 KSR-I, II와는 달리 액체추진제를 사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당시 KSR-Ⅲ 발사 성공에 국내 항공우주계가 들썩댔던 것은 액체연료로 추진되는 액체로켓이기 때문이었다.

액체로켓은 고체로켓과 달리 구조가 복잡하지만 로켓의 성능이 좋고,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또 추진제의 탱크 용량을 높이면 쉽게 대형 로켓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다. 고체로켓보다 개발이 훨씬 어려운 액체로켓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10개국 안팎에 그친다. 미국 등 강대국들이 군사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로 이 기술의 확산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술로 설계에서 부품까지 직접 액체로켓을 개발했으니 그 발사성공을 지켜보던 연구원들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유도제어용 관성항법장치를 이용해 로켓의 자세와 위치, 가속도를 스스로 파악해 화염이 분사되는 엔진의 노즐 방향을 제어하는 첨단의 추력벡터 제어방식을 도입했다.

a KSR-III 조립동과 구조시험동

KSR-III 조립동과 구조시험동 ⓒ KARI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로켓에 실어 우리 땅에서 발사한다`

이제 눈앞에 다가온 것은 우리위성을 실어나를 우주발사체(KSLV-1) 개발이다. 2005년에 발사될 우주발사체는 6~70t으로 이번에 발사된 KSR-Ⅲ의 10배로 100kg급 인공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규모다.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따르면 2005년까지 우주발사체와 과학기술위성 2호를 개발하고 전남 외나로도에 미국의 케네디센터 같은 우주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한다면 우리의 위성을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에 실어 우리 땅에서 발사한다는 꿈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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