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서민 위한 법률서비스 제공할 터”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법률원’ 개원

등록 2003.05.22 13:45수정 2003.05.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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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높습니다. 일반서민들에게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률원의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정남기(36) 변호사는 노동자 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법률원의 문턱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지방 최초의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법률원’이 내부준비를 거쳐오는 23일 개원식을 갖는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에 소속 상근 변호사가 활동하는 예는 있었지만 지역본부 차원에서 소속 법률원이 개설되기는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처음이다.

a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법률원 정남기 변호사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법률원 정남기 변호사 ⓒ 이국언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동광주병원 노조에 대한 손배, 가압류 사례에서 보듯이 단위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쟁의는 끝내 법적 시비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손배, 가압류는 사용주에 의해 대표적인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법개정에 대한 여론을 불러오기도 했다.

“현장에서 법률적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적절히 대처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수 고용직 등 비정규직의 문제에서 보듯이 아직도 노동자들은 법적 약자에 있습니다.”

법률원에 개설을 주도해 온 홍광표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은 “시민사회나 영세서민들에게도 실질적 서비스가 미치도록 만들어갈 생각”이라며 “공공성 확보차원에서 지역의 인권침해 문제에도 적극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는 그동안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며 산재나 체불임금과 관련한 일들을 대처해 왔지만 소송까지 이어지는 큰 민원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겪어 오던 터였다.


이번 법률원 개설로 상담에서부터 소송업무까지 한꺼번에 대처할 수 있는 법률시스템이 갖춰지게 된 셈이다. 또 일부에서나마 민주노총은 투쟁만 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을 불식시키는 한편 일상적 권익보호를 통해 조직의 위상을 한층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금체불로 고발하면 노동청은 법원에 기소의견만 송치할 뿐입니다. 70~80만원 되는 임금을 받겠다고 소송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결국 포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신명근(36) 노무사는 “아직은 사용자에게 치우치는 법 해석이 많다”며 “웬 만한 사안정도는 사용주가 버티면 그만이다”고 말한다.

법 적용도 문제지만 법을 몰라 불이익을 당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일하다 허리를 다쳤을 경우 곧바로 진단을 받으면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 참고 견디거나 동네 한의원에 가 침 한번 맞고 마는 정도라는 것. 뒤늦게 문제가 생겼을 땐 '퇴행성'으로 판정하는 경우가 많아 산재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돈을 들여 민사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한 해에도 수 십명이 구속되면서도 노동관계법으로 구속된 사용주 하나 없는 것에서도 현행법이 얼마나 사용주한테 관대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법률원은 정 변호사와 신 노무사를 포함해 7명의 식구로 꾸려져 있다. 광양이 고향인 정 변호사는 지난 2002년 초 연수원을 마치고 그동안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일해 왔다. 법률원 일을 맡겠다고 할 때 처음 주위사람들로부터는 “나중에 정치하려고 하느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민주노총의 한 지역본부에서 일하게 된 것을 두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다. 학창시절 민주화운동에 관여해 부채의식을 느꼈다거나 하는 거창한 얘깃거리도 없었다.

법률원 동료들과 지정된 식당에서 3천원짜리 점심을 떼우고 있는 그는 “앞으로 갈수록 법률전문가들이 공익을 위해 활동해 가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미국의 경우 개인이 자문변호사를 두는 경우도 많은데 사법시험 합격자가 1천명으로 확대됐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의 경우 개인은 물론 공익적 차원에서도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

그는 “일이 터지고 나서 대처할 것이 아니라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약서 하나를 작성할 때도 법률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법률원은 앞으로 체계적인 노동법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의 사전대응 능력을 지원하는 한편 노동부, 노동위원회, 검·경 등 행정·사법기관에 대한 감시역할도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또 시민 생활법률 상담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열린 서비스 창구로 자리매김 해 갈 계획이다.

“근로시간이 같으니까 찾아오기만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수시로 현장을 찾을 생각입니다.”

서울 생활을 접고 광주에서 새 삶을 설계하고 있는 그의 단상이 엿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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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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