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비봉산성 역사 다시 써야 할 듯

산성주변에서 삼국시대 토기편 발견돼 삼국시대 축조 가능성 커

등록 2003.05.22 15:50수정 2003.05.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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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봉산성에서 수습된 삼국시대∼고려시대 토기편.

비봉산성에서 수습된 삼국시대∼고려시대 토기편. ⓒ 최연종

화순 능주에 있는 비봉산성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비봉산성에서 수습된 토기파편을 분석한 결과 삼국시대∼고려시대 토기파편으로 확인돼 성의 축조시기를 수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헌에 따르면 비봉산성은 1256년 고려 몽고침입시 쌓았다는 설과 임진왜란 때 축조했다는 설이 있고 동학난 때 동학군의 거점으로 사용됐다고 전하지만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화순군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산성 주변 지표조사를 통해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의 토기편과 기와편을 새로 수습했다. 이번 지표조사에는 문안식 화순군 문화재 전문위원과 관계공무원이 참여했다.

이번에 수습된 토기편은 전남문화재연구원의 확인결과 삼국시대 ∼고려시대 토기편으로 확인됐다. 산성 주변에서 삼국시대 토기편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에 성이 이미 축조돼 조선 후기까지 계속 이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비봉산성 일대에서 청동기 유물로 추정되는 돌화살촉이 출토됐고 산성 주변에 있는 고인돌과 연관지어 볼 때 비봉산성이 이미 청동기 시대부터 지석강을 조망하고 해상교통을 감시할 수 있는 '보루'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제시대에는 중앙권력이 한성에서 육로보다는 바다를 거쳐 영산강으로 들어 온 뒤 중류와 상류지역으로 진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영산강 최상류인 지석강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 그 과정에서 비봉산성 일대에 산성내지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초소역할과 비슷한 '보루'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세한 내용은 정밀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해야만 알 수 있지만 늦어도 통일신라시대에 비봉산에 통치의 거점으로 산성이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발견된 토기편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당시의 하천은 오늘날 보다 수고(水高)가 3m ∼ 6m쯤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지석강일대의 강폭은 오늘날 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춘양 이양 도곡 능주 일대의 평야에서 채취되고 있는 골재를 통해 알 수 있다. 따라서 당시 농지경작도 오늘날 도곡 능주의 평야보다는 산골짜기 사이의 좁은 장소에서 행해졌을 것이고 천덕리 회덕 고분과 최근 발견된 능주 백암리 고분은 당시의 토착세력이 계곡일대에 존재하며 상당한 세력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a 화순 능주면과 도곡면의 경계인 비봉산에 있는 비봉산성.

화순 능주면과 도곡면의 경계인 비봉산에 있는 비봉산성. ⓒ 최연종

한편, 백제는 능주 일대를 직접 지배하기보다는 토착세력을 이용한 간접지배를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문안식 전문위원은 "최근 발견된 능주 일대 고분과 비봉산성 출토 토기편은 백제후기부터 이 지역에 중앙권력이 강하게 미쳤음을 의미하며 이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중앙권력이 진출해 성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며 "비봉산성의 축조 역사는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봉산성 정상에 서면 능주 도곡 일대를 포함한 화순읍 전체가 조망되므로 이 곳이 천혜의 요새였음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비봉산성 바로 앞에 있는 도곡천은 화순천과 지석천이 합류하는 합수목이다.

해상활동을 감시하고 교통이 편리한 천혜의 요새에 위치한 비봉산성은 백제이래 통일신라부터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영산강 상류지역의 거점지역으로서 그 영화를 누렸다. 능주가 고대시대 이래 화순의 중심 지역이었던 것은 영산강 수로를 통한 해상진출이 편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도로가 확장되고 육상교통이 중시되면서 해상교통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자 능주도 동시에 쇠락한 것으로 보인다.

비봉산성은 능주면과 도곡면에 걸쳐있는 비봉산(195.8m)의 자연지형을 이용한 테뫼식 산성으로 전체 길이는 약 925m, 높이 2∼3m, 해발 170m 일대에 걸쳐있다.

비봉산성은 특히 광주 등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데다 비교적 낮은 곳에 있어 등산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순 고인돌군이 위치한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이에 따라 이 일대를 근린 휴식공간으로 가꾸어 애국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고인돌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조성해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문안식 전문위원은 "비봉산성에 대한 정밀지표조사를 한 뒤 발굴 복원해 비봉산성에 대한 역사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비봉산성과 화순고인돌공원을 연계, 이를 관광벨트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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