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근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강바람 포토에세이>

등록 2003.05.23 10:21수정 2003.05.2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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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생명의 근간이 되는 물의 근원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지만 돌고 도는 순환의 어느 기점에서 바라보아야 할지를 모르니 대답이 망설여집니다.


산의 가장 낮은 곳인 계곡으로 한 방울 두 방울 모이고 모인 물방울이 시원한 물줄기가 되어 마시는 이의 온 몸에 들어있던 갈증을 풀어줍니다.

물은 항상 낮은 곳을 향해 흐르면서 어떤 모양이나 빛깔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투영해 줍니다.

청자에 담긴 물은 청자의 색이요, 백자에 담긴 물은 백자의 색.
그러나 본질에 있어서는 전혀 다르지 않은 자신만의 모습을 간직할 줄 아는 멋이 물에게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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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자연은 자기 스스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산에 오르다 우연히 썩은 나무에 자리잡고 피어난 야생초를 보는 순간 이제껏 보아온 어떤 분재보다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곳에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우게 되었는지, 나무와 야생초의 묘한 만남은 인연이 되어 야생초가 나무를 먹고, 나무는 썩어가던 자신의 몸에 둥지를 틀은 야생초에게 자신을 쏟아 부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때로는 자기임을 분명하게 보여 줄 때도 있어야 할 것이지만 때가 되면 자신을 부정함으로 새로운 존재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래서 자신의 모습은 없지만 전혀 다른 모습 속에 내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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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꽃을 피우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둥지를 틀을 수 있는 작은 공간과 흙과 바람과 별과 햇살 조금만 있어도 여느 꽃 못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부족한 듯 풍성하게 살아가는 자연, 우리들은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들도 있는 법인데 소중한 것을 찾겠다고 하면서도 잡으려고만 하니 진정 소중한 것들은 점점 더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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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바위를 짠들 물이 나올 것도 아닌데 바위로 뻗어 가면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넝쿨의 생명력은 뿌리에 있습니다. 뿌리가 깊은 만큼 덩굴도 자유자재로 뻗어갑니다. 뿌리가 깊지 않고 잎과 가지만 무성하면 작은 바람에도 넘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어느 건물에 무성하던 담쟁이넝쿨이 시름시름 말라 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겨울철이라면 잎이 없으니 지나칠 뻔했는데 한 여름, 한창 푸르러야할 때에 잎을 조금 내다가 말라죽었습니다. 원인은 어느 몸쓸 사람이 넝쿨의 원줄기를 잘라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물이나 뿌리는 모두 생명의 근원입니다.

우리 삶의 생명의 근원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그 바탕을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척박한 곳에서도 풍성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의 소소한 풍경들을 보면서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바꾸고 있는 것들이 정말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명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그런 것인지,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풍성해지고 건실해 지는 것인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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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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