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 싹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부디 잘 자라 거라.느릿느릿 박철
상수리 알로 가루를 만들기까지‘지금 괜한 고생을 하는 거 아닌가?’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일단 상수리 알을 잘 말려야 한다. 햇볕에 닷새정도 말리면 상수리 알이 딱딱 소리를 내면서 갈라진다. 그걸 납작한 돌로 맷돌 돌리듯이 굴리면 껍질이 벗겨지고 알만 튀어나온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껍질을 벗긴 상수리 알을 방앗간에 가서 빻아온다. 걸쭉한 상수리를 고운 채반에 받혀서 물을 부어가며 거르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 않다. 큰 함지박에 물을 가득 담아 거른 상수리 녹말을 넣고 하루가 지난 다음에 물만 잘 따라 낸다. 그러면 고운 녹말 떡개만 남는다. 그걸 햇볕에 말려서, 고운 가루로 만든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이 많이 들어간다.
생각한 것보다 녹말가루가 많이 나왔다. 교동에 다니러 온 사람들이 몇 되만 팔라고 해도 팔 수가 없다. 얼마나 힘들게 해서 만든 녹말가루인데…. 동생들, 장모님 네, 친구들에게 한 되씩 담아 택배로 보내주었더니, 반 밖에 남지 않았다. 상수리 녹말가루로 묵이나 쑬 줄 아는지 모르겠다.
상수리 녹말가루는 절대 변질이 안 된다. 바구미도 쓸지 않는다.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아도 된다. 대단히 우수한 식품이다. 요즘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다고 한다. 가끔 상수리 묵이 밥상에 오르면 온 식구가 서로 먼저 먹으려고 젓가락이 간다. 중국에서 수입해 들여온 상수리 녹말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