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시민들.임미정
항상 잊지 못할 행사중의 하나는 4월 15일, 나랏길 시작점이 있는 인민대학습당 앞의 김일성 광장에서의 무도회다.
대략 4만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모여 춤을 추는 행사였다. 주로 미혼의 남녀들이 나와 즐기는데 마치 한가위 때 강강수월래 하듯이 수없이 많은 원으로 모인 사람들이 중앙의 가설 무대에서 연주되는 ‘반갑습니다’, ‘휘파람’, ‘우리는 하나’같은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
평양 청년이 가르쳐준 세박자춤
나도 처음엔 구경만 하다가 끼어들어 같이 추었는데, 두 마디 정도만 듣고도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춤을 추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런 군무에선 대략 대여섯가지의 형식이 있는 듯했다.
나와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춘 평양 청년은 내게 발 스텝을 가르쳐 주었고 음악이 나올 때마다 이것은 어깨춤입니다. 이것은 세박자춤입니다, 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런 때 나오는 음악들은 민요풍의 대중 가요들이다. 북의 대중 가요들은 부드러운 정서를 표현하며 자극적이지 않고 소박하다.
보름달 아래에서 치마 저고리를 입은 젊은이들과의 시간은 마치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의 강강수월래의 연장같이 느껴져 가슴이 벅차 올랐었다.
네 번을 방문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독일 예술단과 함께, 기증할 독일 악기들을 들고 갔던 아베 슈멜터 독일 문화원장(서울 남산 소재의), 프랑스에서 온, 유럽의 어느 콩쿨에서 만났었던 피아니스트, 미국 줄리아드 음대 동기생 바리톤 패트릭, 그들은 각각의 정부와 후원단체에서 연주료와 경비 등을 후원받고 참가했었다.
축전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북과의 교류를 위해 자체의 경비로 예술단을 파견한다. 우리 재미 예술단도 재미동포 후원단에서 호텔과 비행기 등 모든 경비를 후원해 주었다. 패트릭이 속해있는 미국 시카고팀은 종교단체인 퀘이커교에서 후원을 받아 참석했다. 국제 행사이긴 하지만 북 정부에서 많은 돈을 들여 유치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단체나 정부들이 북한과의 교류 목적을 위해 투자한다고나 할까?
가끔 이들의 북에 대한 인상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퀘이커 교도로서 단장 자격으로 온 미국인 제이미는 안내원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나라의 근대사나 현재 북의 입장을 되도록 총괄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핀란드에서 온 작곡가는 자기가 속한 종교단체에서 부탁이 있었지만 올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날 밤 갑자기 멜로디가 떠올라 ‘Korea is One’이라는 곡을 작곡했고, 와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단다. 연주회때 그 곡을 들었는데, 무척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술단원들은 아마도 그리 심각한 시간을 보내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마지막 폐막식에서 자기팀이 상을 타면 환호성을 지르고, 다른 팀의 연주시 마음에 들면 부라보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하는 등으로 북쪽의 청중에게도 영향을 주어, 그 전 보다는 북한 청중의 박수라든가 연주에 대한 호응도를 훨씬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촉매가 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