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는 따뜻한 이웃이 있습니다"

화순군 이서면, 화재로 보금자리 잃은 동료돕기 감동

등록 2003.05.24 18:28수정 2003.05.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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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을 묵묵히 공직에 봉사하면서 모범공무원으로 소문난 사람입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뜻밖의 화재로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동료를 돕기 위해 화순군 공무원과 면민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산수동. 화마(火魔)는 강재춘(47) 이서면 총무담당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송두리째 할퀴고 갔다. 그 동안 알뜰살뜰 모아 장만한 집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것이다.

강씨는 이번 화재로 가재도구는 물론 옷 한 벌도 건지지 못한 채 시커멓게 타버린 희망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재산피해는 차치하고라도 소중히 간직한 사진 등 추억마저 도둑맞았다.

더욱이 조대여고 3학년에 재학중인 장녀가 대학입시를 코앞에 두고 땀방울이 밴 책들을 잃어버려 당장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씨의 딸은 전교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학업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씨는 불이 난 시각에 가족들이 집안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강씨 가족은 처가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김언태 이서면장은 경황이 없는 강씨를 대신해 광주시와 적십자단체에 긴급구호 요청을 한 뒤 동부경찰서 및 소방서, 보험회사 일까지 손수 챙겼다. 또한 이서 각 기관단체와 면민에게 강씨의 딱한 사정을 호소해 십시일반 성금을 모을 수 있었다.

a 염 부군수가 동료들이 정성껏 모은 성금을 강씨에게 전달하고 위로했다.

염 부군수가 동료들이 정성껏 모은 성금을 강씨에게 전달하고 위로했다. ⓒ 최연종

면민들은 화재로 인해 크게 낙심하고 있는 강재춘 총무담당을 위로 격려하는 한편 작은 정성을 모아 전달했다. 지금까지 김언태 면장외 직원과 이장단, 기관단체 협의회, 부녀회원, 생활개선회원, 의용소방대원과 적십자 봉사회, 면민들의 따스한 손길이 이어졌다.


딱한 소식을 접한 화순경찰서 모 과장도 16일 직접 이서 면사무소를 방문, 위로금을 전달하는 등 훈훈한 정을 나눴다.

이를 지켜본 김언태 면장은 "생각지도 못했던 경찰공무원이 방문해 놀랍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며 "직장 동료는 아니지만 어려움을 함께 하려는 그 과장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경찰서 과장의 작은 정성은 유관기관의 돈독한 정을 보여주는 귀감이 되고 있다.

또 화순군 산하 600여 공직자도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동료돕기 모금 운동에 동참 했다. 본청을 비롯한 13개 읍면 전 직원이 십시일반 작은 정성을 모은 것이다.

이번에 모금된 340여만원의 성금은 19일 염규상 부군수가 강 계장에게 전달했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강 계장에게는 큰 힘이 됐다.

이처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진 데는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이 한몫을 하고 있다. 김언태 면장을 비롯한 박수향씨의 각별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특히 박수향씨는 동료의 어려움을 보도자료를 만들어 널리 알린데다 G화순군 홈페이지에도 게재해 유관기관단체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도록 했다.

강재춘 총무담당은 “면장님을 비롯한 면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며 “열심히 공직에 봉사해 면민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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