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시혜 아닌 헌법적 권리서 출발"

전국장애인지도자 초청 "제 10회 한마음 교류대회" 인천에서 열려

등록 2003.05.24 20:05수정 2003.05.25 09:27
0
원고료로 응원
a 세미나에 참가한 발제자들

세미나에 참가한 발제자들 ⓒ 이철용

지난 5월 23,24일 양일간 인천 송도비치호텔에서 사)인천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주관으로 전국장애인지도자 초청 "제10회 한마음 교류대회"가 있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었다. 이번 대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계와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오후 2시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정책세미나에는 정부측을 대표해서 보건복지부 정준섭 재활지원팀장, 지자체를 대표해서 서울시 김용환 장애인편의증진팀 담당자, 대학교수로는 이수철 대구대학교 자동차 산업기계공학부 교수, 시민단체 대표로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가 참석했고 신연식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이 주제발표를 했다.

"장애인 대우가 선진국의 척도"

a 김학준 동아일보사 대표

김학준 동아일보사 대표 ⓒ 이철용

정책세미나에 앞서 기조연설을 맡은 김학준 <동아일보> 대표이사는 "세계의 역사 가운데 장애인이며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로 세계적 지도자로 활약을 했던 사람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비롯해서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며 "그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나라에서 장애인들이 생활, 학업, 취업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동등하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법적, 제도적, 정신문화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장애인의 대접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 나라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말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온 사회가 함께 해서 대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책세미나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연식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은 자신의 영국체류기를 소개하며 "영국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장애인이 한국에서는 별로 없었는데 93년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연구하며 이것은 장애인의 절대 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장애인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러한 결과는 장애인단체와 시민들의 공동의 노력으로 쌓아온 결과로 앞으로 우리도 이러한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전문위원은 "오늘의 주제가 장애인 이동권 확보인데 교통약자의 이동권확보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애인, 지하철 환승 불편 비장애인의 10배"


a 신연식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연식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 이철용

신 전문위원은 "지하철 환승의 경우 교통약자가 느끼는 것은 비장애인이 느끼는 불편의 10배에 달한다"며 "이러한 교통약자의 입장에서 편의시설 등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수단제공에 있어서 기존 대중교통 수단을 저상버스 등으로 대치하는 형태와 별도의 특별 수송 대책을 마련하는 ST서비스 중에서 현재 장애인이동권연대 등이 요구하는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투자는 이동제약자의 수, 지역의 대중교통 정비수준, 지역의 시설분포, 재원문제 등 여러 가지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획일화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선택을 통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신 전문위원은 "현재 편의증진법에 의하면 일반적인 사항은 의무사항이고 돈이 들어가는 것은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어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며 "속히 권고사항들을 의무사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신 전문위원은 발표를 마치며 "시민단체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시위가 너무 도에 지나친 면이 있다"며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잃어 되던 일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 집단에서 말이 있다"며 "이러한 점을 신경써 달라"고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저상버스 도입시 안전대책 수립해야"

a 대구대 자동차산업기계공학부 이수철 교수

대구대 자동차산업기계공학부 이수철 교수 ⓒ 이철용

두 번째 발제자인 대구대학교 자동차산업 기계공학부 이수철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대구에서 인천까지 오며 4개 지자체를 통과했는데 만약 중증장애인이었다면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의 문제를 제기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저상버스 등이 도입될 때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안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안전장치는 "국가별로 특성이 있는데 미국은 매우 엄격해서 바닥에 4개의 안전고리를 통해 묶는 반면 유럽은 바닥에 고정장치가 없다"고 했다. "유럽의 경우 모든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장애인만 묶인 모습 보다는 함께 생활한다는 의미로 그렇게 한 것 같다"며 "일본은 중간의 입장을 취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차량의 경우도 "차량만 준비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나 고령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중앙통제실에서 바로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장애인이 독립생활이 가능해야 하고 이것을 통해서 취업증대 등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며 "중앙부처와 지자체간에 긴밀한 교류를 통해 법률과 규정을 정비하고 함께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복지정책의 기본은 헌법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

a 정준섭 보건복지부 재활지원과 행정사무관

정준섭 보건복지부 재활지원과 행정사무관 ⓒ 이철용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준섭 보건복지부 재활지원과 행정사무관은 "장애인 복지정책의 기본 목표는 헌법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동권도 시혜적 접근이 아닌 행복추구, 신체장애자를 보호할 국가의 특별한 의무 등 권리적 측면에서 봐야"한다고 했다.

정 사무관은 정부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3가지 정책방향을 "1. 편의시설 확충 -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2. 본격적인 사회참여를 위해 대중교통을 타인의 도움 없이 접근, 3.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 지원" 등이라고 밝혔다.

정 사무관은 "다양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라고 하며 향후 "편의증진법의 개정과 건교부의 가칭 '교통약자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동권 투쟁 과격한것 아니다, 이동권 확산과 논의에 기여했다"

a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 이철용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전국장애인지도자 동지를 만나 감개무량하다"며 가장 멀리서 참석한 사람이 제주도라고 하자 "제주도는 지하철이 있는가? 제주도에서는 지하철을 만들지 말고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저상버스 도입의지를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오이도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며 "일반인들이 이동권에 대한 불편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고통을 모른다"고 하며 "장애인에게 지하철은 괴물이고 그로 인해 장애인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이 자리에서도 앞으로 잘하겠다. 경제적인 문제가 따른다"등의 답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늘 발제자중에 이동권 투쟁을 너무 과격하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시민들이 지하철을 막았다고 병신같다고 말하고 불쌍하게 봐줄 때 가만있지 시민의 발목을 잡느냐"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것이 과연 시민,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었을 것인가? 아니면 당위를 알렸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일부 부정적 인식이 있어왔지만 이동권의 문제를 대중화 했고 정부부처도 이러한 결과로 대책들을 마련하고 이 자리에서도 개정을 말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도 처음에는 저상버스는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후에 가능하다고 하고 기계적 문제를 말한다. 가능하다와 불가능하다는 돈을 투자하느냐 마느냐인데 정부는 장애인을 위해 돈을 투자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상버스는 지자체가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인 법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전국 모두에서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도입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발언에 모든 참가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사회를 맡은 김형식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장은 발제자들간에 논쟁이 일어나자 중재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하겠다"

a 김용환 서울시 장애인편의증진팀 담당자

김용환 서울시 장애인편의증진팀 담당자 ⓒ 이철용

마지막 발제를 맡은 김용환 서울시 장애인편의증진팀 담당관은 서울시의 저상버스에 대한 계획과 콜벤 운영실태에 대해 발제했다.

서울시는 "장애인 편의시설의 확충 및 정비를 통해 '무장애 공간'을 실현하기 위해 지하철 및 시내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을 편리하게 이용 가능토록 환경을 조성하고 장애인 콜택시 등의 특별교통수단을 확대 운영하여 door to door 이동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장애인 및 노약자 등의 이동편의를 위해 2004년까지 263개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682대를 설치하고 금년에 저상버스 20대를 시범운영 후, 2004년부터 대폐차되는 차량중 일정분을 저상버스로 교체하고, 2006년까지 모든 간선 및 도심순환버스 노선으로 확대하여 300대를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울시는 "장애인콜택시는 현재 본격운영중에 있고 장애인 해피콜 및 심부름센터는 운영내실화를 도모하며 운영비를 지원하고 현재 강북지역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무료셔틀버스는 금년에 강남권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도 2006년까지 95%까지 끌어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장애인콜택시에 관해서는 "현재 100대가 1,2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5개조로 하루 15시간씩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현재 가스비를 전액 서울시가 부담하고 차고지를 9개에서 20개로 확대하여 운전자들의 출퇴근의 편의를 도왔고 안전용구와 편의용품을 마련해서 안전하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청객, "정부의 정책 믿을 수 있는가?"

a 질문을 하고 있는 방청객

질문을 하고 있는 방청객 ⓒ 이철용

모든 발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는 "중증장애인 딸이 전철역에서 사고로 휠체어가 완전히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는데도 역무실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보상도 전혀 받을 수 없었다"며 "2004년까지 서울시에서 엘리베이터를 만든다고 하지만 역무실 관계자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고 상관없는 일이라고 답변을 했는데 정말 2004년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수 있는 것이냐?"라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이날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성실한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제시보다 원론적인 발표에 그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서울시의 발제에서 장애인콜택시에 관한 부분중에 다른 발제자가 지적한 부분인 현재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자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a 사회 김형식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장

사회 김형식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장 ⓒ 이철용

활발한 토론 막는 사회자, 아쉬움 남는 세미나

이날 세미나는 모처럼 정부관계자와 지자체, 학자, 시민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입장과 계획을 밝힌 자리여서 뜻깊은 자리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처럼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에서 준비한 발제물만 발표하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세미나 말미에 참가자들간에 토론이 이어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자의 일방적 종료 선언은 우리 토론문화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내 주고 있다.

"마지막, 마지막"을 외치던 장애인이동권연대의 박경석 공동대표는 세미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놓지 못했다.



a

ⓒ 이철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