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다음은 청도의 자랑 꺽쇠(뿔이 아래에 있고 다리 위에 검은 털이 있는 소)와 도끼입니다!"
"중량 1톤을 자랑하는 꺽쇠의 저 날카로운 뿔을 보십시오! 범의 시선을 가진 저 도끼를 봐주세요!"
"감히 우위를 점칠 수 없는 두 마리의 맹우. 밀고 들어가는 도끼!"
"농사 지으며 죽도록 고생만 했던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 싸움판으로 나왔소!"
"농업의 기계화에 밀려 우리 조상처럼 살기 싫어 싸움소가 되었소!"
"저 육중한 네 개의 다리를 보라! 그들의 몸값은 1억을 넘나듭니다. 1년 사육비가 500-600만원, 1년에 개 2마리, 경기 1개월 전에는 십전대보탕을 먹습니다!"
"단 한푼의 시상금 없이 우리의 두 소가 서울특별시 시민을 위해 청도에서 올라왔습니다!"
"투우사가 투우의 심장을 찔러 죽이는 스페인의 투우는 이미 승부가 결정나 있지요. 사람과 소가 싸우는 것이 아닌 소와 소가 겨루는 감동적인 진땀 승부입니다! 소싸움은 속임수가 없습니다. 깨끗이 지고 이기며 정정당당합니다."
"우리의 소들은 주인과 함께 고된 훈련을 합니다. 산악 달리기, 타이어 끌기, 모래에서 뛰기 등 각종 체력 단련과 기술연마(밀치기, 머리치기, 목치기, 옆치기, 들치기, 뿔걸이 등)를 통해 싸움소로 태어납니다."
"막상막하 혈전입니다!"
"막 밀어 부치는 도끼입니다! 이런 우리의 도끼가 똥을 싸는군요."
"똥싸는 소치고 이기는 소 본 적 없습니다!"
"꺾쇠, 우리의 꺾쇠가 이겼습니다! 박수! 박수 안치는 사람은 건강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전통은 '씨앗을 심는 것' 이라고 합니다. 도심 한 가운데서 들어본 황소의 콧 바람 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소싸움이 건강한 전통으로 성장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언제부턴가 '정직' 이 '바보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아니꼽고 치사한 세상. 계산 없는 순수한 소싸움을 우리네 세상살이가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합니다. 고요하게 응시하는 깊은 소의 눈을 당당히 마주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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