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사태는 정보인권 중요성 깨닫는 계기"

[인터뷰] 전북대학교 김승환 교수

등록 2003.05.26 16:11수정 2003.05.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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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고3학생들의 정보 인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난해 하반기, NEIS 문제가 제기될 때부터, 꾸준히 NEIS가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정보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해 온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김승환 교수는 이번 교육부와 전교조의 NEIS 문제 극적 타결에 대해 오히려 양측을 꾸짖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일단 이번 교육부와 전교조의 NEIS문제 타결은 법적인 것은 아니고 교육부총리의 말대로 정치적 타결이죠. 법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원칙에 따른 해결이 아니라는 거예요.”

김승환 교수
김승환 교수최인
김 교수는 지난번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던 안암법학회 주최 학술발표회에서 지적했듯이 “NEIS는 건축물에 비교한다면 불법건축물”이라고 강조했다.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근거 법률을 만들고 그 법률속에 인권을 제한할 때 지켜야 할 원칙들을 분명히 규정해서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법치국가의 형식을 NEIS에서는 전혀 밟지 않았다는 점을 이제야 교육부가 인정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NEIS 사태를 바라보면서 가장 기가 막힌 것은 이처럼 법치국가의 형식조차 갖추지 않은 NEIS에 대해 전교조 교사를 비롯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일방적으로 결정을 따르라고 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는 교사들은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교육부의 발표였다고 말한다.

국가권력이 불법을 자행하고서도 그 불법에 따르지 않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논리적인 연결성조차 없는, 말그대로 '법을 위반하는 발언'을 교육부총리와 교육부 관리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 냈다는 점이다.

이번 타결의 가장 큰 맹점


김 교수는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여전히 문제를 남기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급한 불만 끄겠다는 심정으로 고3학생들에 한해 한시적으로 NEIS 체제 운용 방침을 밝혔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고3학생들에게 자신의 정보인권에 관한 의사는 전혀 묻지도 않고 교육부와 전교조가 타협한 것이죠. 학생의 인권을 학생들 자신이 아닌 제3자들이 모여서 타협해 버린 것입니다. 과연 인권이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냐는 것이죠.“


김 교수는 만약 고3학생들이 자신들의 정보가 개인의 동의없이 이용되는데 대해서 국가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낸다면 국가가 100% 질 텐데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고 반문한다.

김 교수는 이 점에 대해서 교육부와 전교조가 분명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3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도록 합의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3학생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는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집적하겠다는 발상은 말아야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NEIS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 법률의 보안등 모든 검토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교육부가 그동안 고집해온 초중등교육법 제25조나 전자정부 구현 및 행정정보 전산화에 관한 법률은 NEIS의 근거 법률이 아니었다는 점을 큰 홍역을 치룬 후에야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법률 검토를 해야 하나?

법률 기초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정부 제안으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거쳐 법률을 완벽하게 만든 다음 그것을 기초로 NEIS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문제도 간단한게 아니다. 특히 인권에 관련된 부분은 단기간에 검토를 마칠 성격이 아니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에 관한 개인 정보는 NEIS처럼 온라인상에 집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 개인 정보를 담겠다는 교육부 관료들의 발상 자체가 인권 의식이 한심한 수준이라 점을 보여준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가운데서 국민 개인정보에 대해 가장 취약하고 지탄받는 나라" 라며 "다시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자정부 사업에 인권침해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김 교수는 이번 NEIS 사태를 바라보면서 무척 놀랐다고 말한다. 외형적으로는 그런 대로 잘사는 나라로 인식이 돼 있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코리안드림'이라는 말까지 있는 나라인데도 인권에 관한 기본 의식들이 공직자는 물론이고 교사와 학부모, 일반 국민들 모두 낮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점에 대해서는 절망감을 가졌지만 어쨌든 이번에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많은 국민들이" 이제는 인권이라는 게 간단한 게 아니구나, 특히 정보사회에서 정보인권을 쉽게 다뤄서는 안되는구나”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통해서 “전자감시 사회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도래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분명히 국민들도 했을 것이라면서 그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말에 공식 출범한 전자정부의 세부항목에 대해서도 각론적으로 어떤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런 세부 항목에서 인권침해는 없는지에 대해서 이 단계에서 하나하나 챙겨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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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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