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최용훈한상언
- <돐날>은 어떤 작품인가
"<돐날>은 386세대 운동권에서 활동을 하던 주역들의 현재 생활을 담고 있다. 이미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접어든 주인공의 둘째 아이 돌날에 친구들이 모여서 벌어지는 한바탕 난장판이다. 학생시절의 치열했던 열정, 꿈, 희망을 삶이라는 현장 속에서 잊어버리고 상실한 채 하나씩 포기해 가면서 남루하고 비루하게 살아가는 386들을 통해서 우리 인생에서 가지고 가야할 것, 지켜내야 할 것, 그리고 결코 잊지 말아야 것들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작품이다."
- 사실적인 표현이 독특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김명화 작가의 희곡을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2001년도 1월, 김명화 작가가 대본을 들고 찾아왔다. 우리극단에서 제가 연출해서 이 작품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해서 읽어봤다. 여기 등장인물들이 다 386세대이다. 제가 386세대여서 그런지 내가 살아왔고, 내가 고민하고, 내가 좌절하고,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화씨도 386이고, 우리 둘이 잘 이야기하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흔쾌히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이야기하게 됐다."
- <돐날>은 사실적인 연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연극식으로 접근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은 사건도 없어야 하고 더 일상적인 드라마를 다뤄야 한다. 이 작품은 드라마틱하다. 희곡을 읽으면서 구상을 하다보니 이것이 요즘 이야기하는 하이퍼리얼리즘 계열은 아니지만 하이퍼리얼리틱(hyperrealitic)한 표현을 갖는 대단히 연극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희곡을 읽는 순간 연극적인 약속과 기존의 연극적 표현에 의존해서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느낌이나 정서를 전달하기에는 문제가 있겠다고 느꼈다. 386의 문제, 좌절, 고민들을 또 다시 연극적인 터치로 가기보다는 극장 안에 들어섰을 때 또 다른 일상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관객들에게 주고 싶었다. 그것이 이 작품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그게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살아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많은 연습을 통해 이루어진 것 같다. 연기지도를 어떻게 하는가
"지도라기보다는 연기자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연기자들이 전부 극단 작은신화 멤버들이고 많게는 17년, 적게는 6년까지 쭉 같이 작업을 해왔던 친구들이다. 서로 조금만 이야기하고 눈빛만 봐도 서로 맞춰주고 받쳐주고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연기지도보다는 '전체흐름으로 이렇게 가져왔으면 좋겠고, 연기의 톤도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초반부에 이야기를 하면 배우들이 빨리 받아들인다.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그들이 내 언어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이미 코드화되어 있다. 내가 어떤 말하면 빨리 흡수하고 그래서 특별히 연기지도보다는 그들과 많은 상황을 같이 공감하고 느끼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주력하고 있다."
- 2001년에 초연했고 극장을 바꿔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이전 공연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2년만에 재공연이다. 최대한 초연 때 참여했던 스텝, 캐스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연기자 같은 경우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초연 멤버들이다. 디자이너 스텝들 모두 초연 멤버들이 참여했다. 희곡도 미국에서 돌아온 경주 부분을 조금 더 일상적인 터치로 다듬었고, 배우들의 앙상블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초연 때 연기자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기의 성숙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초연을 보고 다시 보러 온 분들도 많이 계신다. 네 번씩 보신 분들도 있는데 초연 때보다 훨씬 좋은 공연이 됐다는 평가를 해주셔서 재공연하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