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K교수 성폭력 사건'

등록 2003.05.29 02:15수정 2003.06.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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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일화는 K 교수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이는 K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서강대 여성위원회 공동대표 조현지(국문 99)씨가 교지 <서강> 43호에 투고한 글 "K 교수 성폭력 사건, 그 보이지 않는 그물"을 토대로 했음을 밝힌다.

a K 교수 해임과 학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1인시위

K 교수 해임과 학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1인시위 ⓒ 송민성

2001년 10월 31일 K 교수와 학생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식사를 하며 계속 이야기를 해보자"는 제안에 우리는 회의 겸 회식을 위해 학교 근처 갈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갈비집에서 K 교수는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물론 술을 마시지 않는 남학생들에게 "불알을 떼버리라"고 소리쳤다. 지난 겨울 박피수술을 했던 나를 보고는 "쟤가 얼굴에 돈들이더니 많이 예뻐졌어. 쟤가 크리스탈 박피를 했어"라고 말했다.

K 교수는 식사를 하면서 계속해 "야, XX 새끼야" 등의 욕설을 남발하였으며 남자 대학원생들에게 "대가리를 대"라고 하고는 숟가락과 고기집게로 머리를 때렸다. 고기집게를 들고 남학생들을 향해 "이걸로 네 배를 확 쑤시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한바퀴 돌리는거지.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는지 아냐? 내장이 딸려나오면 그 내장을 내가 씹어먹는거지"라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1차 회식을 정리하고 갈비집에서 나온 학생들의 일부는 학교로 돌아갔다. 나는 남아있던 석사과정 여자 후배들을 돌려보내고 K 교수와 다섯명의 남학생들과 호프집으로 갔다. K 교수가 내 지도교수이고 간담회를 주선한 것이 나였기에 나도 참석하게 되었다.

호프집에서 K 교수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귀 뒤로 넘기면서 "얘가 얼굴은 예뻐졌는데 허리도 가늘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내 손을 잡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라고 했다. 그리고는 앞자리에 앉은 영화전공 학생과 다섯차례 이상 손을 잡으라고 하면서 "너같은 놈이 얘랑 결혼하면 너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교수님께서 제 칭찬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제 얘기를 너무 자주 하시면 제가 학생들에게 욕을 먹고 교수님도 좋지않은 얘기를 듣게됩니다. 그러니 다른 학생들과도 말씀을 좀 나누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면 K 교수는 다시 남학생들의 뒤통수를 때리며 욕을 하고 머리를 손이나 포크 등으로 때렸다. 그리고는 내가 거절하는데도 불구하고 두 번씩이나 러브샷을 강요했다. K 교수가 자꾸 손을 잡으려고 해서 아예 오른팔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아야했다. 그랬더니 K 교수는 테이블 밑으로 손을 넣어 왼손을 잡으려고 했다.

K 교수는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포기하지 마라" "내가 너를 여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너를 안고싶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K 교수는 "너한테 키스를 하고싶다"고 말하면서 은근슬쩍 키스를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1인시위에 나선 마이씨

- 1인시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여성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K 교수 수업 저지, 유인물 배포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 교수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학우들은 점차 이 사건을 잊어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K 교수 사건이 흐지부지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1인시위를 통해 많은 학우들이 K 교수 사건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했다."

- 학우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또 K 교수?'라며 지겨워하기도 하는 학우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우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고 있다."

- 대학원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학생과 교수간 관계가 긴밀한 대학원내에서는 직접적으로 반대 여론을 드러낼만한 공간과 사람이 부족하다. K 교수 수업을 듣는 원생들 중에는 공대위측의 수업저지를 자신들의 수업권 침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심정적으로는 동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한다. 다만 현실적 여건의 차이로 드러내지 못할 뿐일 것이다."

- 앞으로 K 교수 사건 해결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할 계획인가?
"학내 성폭력은 드러나지 않을 뿐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MT나 술자리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쉽게 일어난다. 학내 성폭력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교수의 학생 성폭력은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가 권력을 부여하므로 특별한 위계 관계가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드러나기도 힘들고 드러난다 해도 해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울대 신 교수 사건만 해도 근 10년만에 판결이 났다. 사건의 특성상 해결이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벌금을 냈다고 해서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경우처럼 사건을 통해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고통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활동할 것인가를 물었는데 획기적인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더욱 고민해보아야할 것같다. 중요한 것은 획기적인 방안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지속적으로 이슈화시키고 고민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이다."
/ 송민성
사건 발생 후 피해자는 가해자 K 교수에게 공식사과를 요청하는 메일을 세 차례 보냈다. 그러나 K 교수는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놀랍군, 앞길이 구만리같은 자네가…"라는 내용의 답메일을 보냈다.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과의 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피해자와 여성위원회는 학교측에 공식적으로 총장 면담을 신청하는 한편 K 교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조직하고 K 교수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서강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강대 홈페이지에는 사건을 해결하라는 학우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서명운동에는 2300명이 넘는 학우들이 동참했다. 학우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교측에서는 방학중인 12월에 교내 성차별 진상규명 위원회를 열고 K 교수 사건을 '성희롱'으로 판정, 교원징계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이 무렵 피해자는 K 교수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기소 판정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찰측에서는 "이제껏 이런 성희롱으로 기소된 판례가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고 만약 기소 판정이 나지 않을 경우 학교측의 처벌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도 컸다. 그러나 공대위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각 대학과 여성단체에 진정서를 보냈고 마침내 검찰측에서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

학교측의 징계위원회는 2002년 1월 21일 1차 회의가 열린데 이어 2월 4일에 2차 회의, 2월 20일에 3차 회의, 3월 7일 4차 회의, 3월 11일 5차 회의가 열렸고 3개월 정직 처분이라는 징계가 결정되었다(학교측에서는 이 사실을 피해자와 학생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3개월 정직이란 가해자 K 교수가 3개월동안 강의를 할 수 없으며 월급의 30%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징계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었다.

교육부에서 지정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중인 교수는 재판이 끝나는 시점까지 교수로서의 직위가 정지되는데 학교의 징계기간은 형사재판이 진행중인 시점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재판 진행중에 가해자는 강의를 할 수 없고 월급의 50%를 받는 반면 징계중의 가해자는 강의를 할 수 없고 월급의 30%를 받는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가해자의 월급 20%가 깎이는 것이 징계인 셈이었다.

명목 뿐인 학교측의 처벌과는 달리 K 교수는 성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에서 징역 7개월 반에 해당하는 700만원의 벌금을, 민사 재판에서 2228만원의 피해보상액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개강 후 K 교수가 복직하여 비밀리에 수업을 진행하면서 피해자는 2차 피해로 인해 고통받아야 했다. K 교수는 재판이 있었던 기간동안 자신은 미국에 있었노라고 말하고 다녔고 자신의 책상을 피해자가 있는 연구실로 옮기겠다는 발언을 했다. K 교수의 동료 교수는 피해자에게 면담을 신청하여 "네가 내 수업을 듣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재판 당시 피해자는 논문 심사와 교수 임용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미래에 대한 추측이라고 해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그 추측은 개강을 하자마자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반대 여론이 또 다시 높아졌다. 이에 공대위측에서는 3월 28일 K교수 해임과 피해자의 학습권·생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과의 면담을 추진했다. 4월 1일 류장선 총장과의 면담에서 학생 대표 3인이 참여하는 성폭력 대책위원회 설치가 결정되었다.

5월 9일 1차 대책위원회가 소집된 데 이어 19일 2차 대책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대책위원회에는 가해자인 K 교수도 함께 참석해 성폭력의 2차 피해에 대한 사실 확인의 절차가 진행되었다.

대책위원회에서 공대위측은 피해자가 겪고있는 2차 가해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으며 이의 근거로 K 교수가 책상을 옮기겠다고 떠들고 다닌 행위, 동료 교수의 면담 요청, 피해자의 장학금 지급 탈락(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공부를 하기 힘들었으며 학칙상 장학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는 학생들조차 장학금을 받았다), 피해자가 장학금을 받을 수 없도록 낮은 점수를 준 교수가 사건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에 공대위는 선전전과 대자보를 통해 학내 여론화에 힘쓰면서 K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대위측은 피해자의 지도교수인 K 교수가 계속 학교에 남을 경우 2차 가해에 대한 피해가 불보듯 뻔한데도 불구하고 학교측이 K 교수를 복직시킨 것은 무성의하고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학내에서는 4월 1일 성폭력 대책위원회 설치가 결정된 후부터 학교측의 적절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해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 'K 교수 해임과 학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1인시위(1인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편 이러한 학부생들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대학원생들 역시 K 교수 성폭력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징계위원회 구성 여부는 오는 29일 소집되는 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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