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현대산업개발
특히 현대산업개발이 해외에서 발행한 BW의 대다수를 정몽규 회장이 발행 직후 보유하게 된 점, 그리고 이 BW에 주각하락에 따른 ‘행사가격 조정’이라는 특혜성 조항이 부여되어 있어 대주주의 지분율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은 대주주의 일가의 무상소각으로 일단락됐던 (주)두산의 특혜성 BW 발행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7일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83회, 86회 해외BW가 지난해 문제가 됐던 (주)두산의 특혜성 해외BW와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됐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진상공개 및 금감원의 조사를 요구했다.
참여연대가 증권거래소 공시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99년 5월과 7월에 발행된 제83회, 제86회 해외BW를 발행 직후 각각 85%(892만6700주), 50%(354만9112주)씩 매입했다.
문제는 현대산업개발이 당시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83회, 86회 BW는 해외발행 BW며 사업보고서상 사모발행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발행했다고 한 이 BW 대부분을 납입일 직후 정 회장 개인이 인수했다는 것은 사실상 정 회장의 취득을 예정에 둔 국내 발행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83회 BW의 경우 주식값이 떨어지면 전환가격도 하향 조정되는 ‘행사가 조정조항’이 있어 발행당시 행사가격이 1만1340원짜리가 현재 5000원으로 하락했지만, 인수할 수 있는 주식 수는 오히려 892만 여주에서 2043만 여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83회, 86회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율은 현재 9.7%에서 31.5%로 크게 확대되지만,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현재 74.71%에서 56.68%로 대폭감소하게 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99년은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등, 정씨 일가 내부의 소유구조 정비가 이루어졌던 시기였다”면서 “99년 초 현대산업개발이 특혜성 BW를 사모형식을 발행하고 그 대부분을 정몽규 회장이 매입한 것은 대주주의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주 인수권부 사채(BW)는 회사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 인수권)가 붙어 있는 채권을 말한다. 특히 BW는 회사채와 신주 인수권을 분리해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 재벌의 편법상속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