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모교 뜰에서.김윤석
마침 그의 방문 기념으로 최근에 펴낸 <아버지의 목소리>에 서명해 주었다.
"몇 번째 작품집입니까?"
- 열 한 번째야.
"정말 대단하십니다. '꿈☆은 이루진다'라는 말을 써주셨네요. 정말 좋은 말입니다. 제가 지금도 선생님에게 배울 점은 바로 이 점이에요. 회갑을 앞둔 선생님이 아직도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시는 걸 보면 새파란 저희는 더욱 용기가 솟아요."
- 고맙네. 아무쪼록 자네의 큰 꿈이 이루어지도록 빌겠네.
"고맙습니다. '꿈을 가진 인생은 아름답다'라는 선생님 책에 나온 소제목을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 자네의 꿈을 들려주게나.
"저는 인생은 40부터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준비 단계이지요. 언젠가 꼭 청소년을 위한 전문 음악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축구는 어릴 때부터 기초를 가르쳐야 한다고 해외로 유학을 보내면서 왜 음악은 어릴 때부터 가르치지 않나요.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늦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오로지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음악전문학교를 세우려고 해요. 저 고교시절에 얼마나 갈등 많았습니까?"
- 아버님이 자네보고 공학도가 되라고 했으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아버님이 '좋다, 드럼 치라'하시면서 팍팍 밀어주셨다면 학교생활이 뒤틀리지는 않았을 테지요."
- 글쎄, 아버님이 반대하셨으니까 오히려 거기에 대한 반발로 드럼을 더 열심히 두드리지 않았을까?
"그 말씀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미친 듯이 두드려야지 제 마음이 가라앉았거든요."
- 예술은 말이야, 미쳐야 미치거든.
"'미쳐야 미친다.' 저도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미치지 않고서는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없지요. 근데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드럼은 시작은 쉬운 듯한데 끝은 한이 없어요. 보이지도 않고요."
- 그럼, 예술의 길은 끝이 있을 수 없지. 다만 늘 최선을 다할 뿐이지.
"다시 고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재미있게, 더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요즘 방송을 하면서 제 실력이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영어, 한문을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게 후회돼요. 그때는 목적 없이 공부했고, 솔직히 앞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건성으로 했지요."
그새 사제간이 역전된 듯, 그의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얘기에 내가 더듬으며 넋을 잃었다. 내가 화제를 바꿀 양 가족 얘기로 돌렸다.
- 아이가 몇이야?
"저 아직 없어요."
- 웬일이야?
"저나 제 집사람 신체에는 전혀 이상 없어요.(웃음) 다만 그 동안 집 사람이 부모님 간병하고 봉양하느라, 그 일 끝나자 제 막내동생 유학시킨다고 학비조달에 허덕였는데, 거기다가 제가 우리 아이 갖자고 그러지 못하겠더라고요. 게다가 우리 두 사람은 애정 결핍증이 있는지, 서로 사랑하다가 죽기로 했어요."
- 그래도 아이가 없다면 노후가 쓸쓸하지 않을까?
"글쎄요? 만일 아이가 있으면 걔에게 제 인생을 다 바칠 것 같아요. 그 점이 두렵기도 하고요."
- 하지만, 자식에게 내 모든 걸 바치고, 자식 때문에 속을 폭폭 썩이는 게 인생이야.
"이제 이 달로 막내 공부가 끝났으니 집사람과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 자네 정말 장하네. 하늘에 계시는 부모님이 얼마나 대견해 하셨을까? 막내가 미국에서 로스쿨(Law school)까지 마치는 그 힘든 뒷바라지까지 다 했다니 그보다 더 큰 효도가 없네. 요즘 어느 형이 그러겠는가? 아마 하늘에 계신 자네 아버님은 고맙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