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민들레처럼> <전망의 발견> <과외 한 번 안 해도...>

등록 2003.05.30 15:50수정 2003.05.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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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흔들 줄 아는 사랑을 위해
- 안도현의 <민들레처럼>


<민들레처럼>
<민들레처럼>이룸
'민들레의 홀씨는 바람이 날리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위해 제 스스로 몸을 뒤채는 꽃의 몸부림이 씨앗을 날린다'는 시인 안도현의 진술은 생경하다. 동시에 이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회귀어(回歸魚)인 연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와 고통을 담아낸 <연어>, 포착된 찰나의 순간이 영원으로 기억되는 사진을 추억이란 단어와 결부시킨 <사진첩> 등을 통해 좋은 동화는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안도현이 이번에는 '민들레'라는 매개물을 통해 진실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조용히 속삭여주고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 <민들레처럼>(이룸)을 통해서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는 일기장에도 꼬박꼬박 독후감을 쓰는 버릇이 몸에 붙어버린 '나'에게 어느 날 민들레 꽃씨가 말을 걸어온다. 그 꽃씨는 책으로만 세상을 만나온 '나'를 예기치 못한 여행으로 이끄는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몸을 움직여 험한 산을 넘고, 굽이치는 강을 건너는 민들레 씨앗의 '보잘 것 없지만 아름다운 힘'에서 안도현은 세상을 이겨내는 에너지라 할 자신과 타자를 향한 사랑을 본다. "사랑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흔들 줄도 알아야 해"라는 문장은 <민들레처럼>이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민들레처럼>을 더욱 향기롭게 만드는 건 안도현의 글과 어울린 화가 이종만의 삽화다. 97년 광주비엔나레 청년정신전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 화백은 현재 익산 지원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중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을 조망하다
- 양진오 평론집 <전망의 발견>



<전망의 발견>
<전망의 발견>실천문학사
1993년 <비평의 시대>에 '새로운 연대의 노동소설 읽기'를 발표하며 등단한 소장 문학평론가 양진오(38·경주대 문창과 교수)가 1990년 이후 한국문학을 두루두루 살핀 성과물을 내놓았다. 최근 출간된 평론집 <전망의 발견>(실천문학사)이 바로 그것.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양진오는 '문학은 인간에 관한, 인간을 위한 전망을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면서 원로 이문구(지난 2월 타계)에서부터 신예 김종광(32)의 작품까지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작가들과 독자의 불신이 있더라도 상심하기 않고 비평정신의 새로운 구상에 관해 치열한 고민을 거듭해야하는 것이 비평가의 임무"라고 말하는 양진오.

그는 이번 책에서 현실과 착근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 주목하면서 우애령, 전성태, 김종광 등 지역과 지방 민중의 현실을 조명한 작가들, '작가는 나이가 아니라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이란 말을 실감케 한 노장 박완서와 김원일 등을 해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책 중 1부에서는 주류문학과는 다른 경로를 걸어간 한국문학의 새로운 동향을 점검하고, 황석영, 송기원, 홍희담, 민경현 등의 최근작을 비평했다.

2부 '작품의 현존'에서는 한 작가의 문학세계와 동시에 작가를 조망하는 작가론이 실렸다. 여기에서 양진오는 공선옥의 <멋진 한 세상>과 이명랑의 <삼오식당>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 3부는 각종 매체에 발표한 짤막한 서평이 배치했고, '작품의 단상'이란 소제목을 달았다.

과외와 조기유학의 부담을 벗자
- 박명수의 <과외 한 번 안 해도...>


<과외 한 번 안 해도...>
<과외 한 번 안 해도...>열림교육
"세 살부터 준비해야 서울대학교에 갈 수 있고, 초등학교 3학년이 받는 과외가 12가지에 달하고,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를 공부 외에는 다른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오죽하면 열두 살 어린아이가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겠는가."

<과외 한 번 안 해도 우등생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열림교육)의 저자 박명수가 말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은 한심하다 못해 참혹하다.

고액과외와 조기유학 없이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고, 그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는 사람구실을 할 수 없다는 엇나간 의식들. 박명수는 자신과 아이들의 체험을 담은 책 <과외 한 번 안 해도...>를 통해 바로 이 잘못된 생각들을 교정시켜준다.

가정교육의 노하우와 참교육 실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 책은 IMF 구제금융 사태로 붕괴된 가정이 어떻게 희망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집의 성격도 지닌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부모를 향한 아이들의 믿음만 있다면 가족은 깨지지 않는 것. 바로 그 사랑과 믿음 속에서 부자 혹은, 모자(母子)가 자연스레 찾아가는 '올바른 공부방법'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고개 끄덕임을 얻어내고 있다.

부모가 솔선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질타보다는 칭찬으로 아이에게 신뢰를 보내고, 세세한 관심이 고액과외보다 더 유효적절한 교육법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박명수의 자녀들만이 아닌 어떤 아이들도 공부하는 재미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민들레처럼 -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안도현 지음, 이종만 그림,
자음과모음(이룸), 2003


과외 한번 안해도 우등생으로 키울수 있습니다 - 가난한 아빠와 두 아들의 사교육 탈출기

박명수 지음,
열림교육(박명수), 2003


전망의 발견

양진오 지음,
실천문학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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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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