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체계 '조직적으로 허술하다'

등록 2003.06.03 19:17수정 2003.06.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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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2일 '응급의료체계 개선과 응급의료기금 활용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2일 '응급의료체계 개선과 응급의료기금 활용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 박신용철

건강세상네트워크는 6월 2일 오후 3시 한국사회복지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의료응급체계 개선과 응급의료기금 활용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가 매우 허술하다고 지적하고 응급의료센터의 적절한 확충과 인력, 장비 등의 확충, 응급의료인력의 질적 관리와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와 대시민 홍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본 응급 의료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주제로 발제를 한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응급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preventable death)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현저하게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예방 가능한 사망(preventable death)이란 사망한 응급환자 중 적정한 진료를 받았을 경우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사례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응급환자 사망률은 10.6%로 이중 약 50.4%가 예방 가능한 사망으로 보고되고 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연보에서도 응급환자의 약 1/3을 차지하는 외상 사망률은 세계 3위, 45세 이하의 사망률은 1위, 추정손실년수(potential life years lost)도 1위라고 발표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란 것은 이미 상식적인 이야기다.

지난 99년 한국보건산업진흥회가 발표한 '응급의료기관 평가 및 모니터체계 구축' 자료에서도 응급치료센터에서 사망한 외상환자 중 50.4%가 예방 가능한 사망이었으며 이들 중 병원단계에서 진료오류로 인한 경우가 40.5%, 병원 전단계 진료오류로 인한 경우가 9.9%에 이른다는 것이 밝혀졌다.

구급차서비스의 질적 수준 낮다


a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시민의 입장에서 본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시민의 입장에서 본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박신용철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은 응급환자의 높은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높다는 것뿐만 아니라 구급차서비스의 낮은 질적 수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

응급환자는 환자의 의학적인 상태에 따라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의 '응급의료체계 운영평가' 조사에 따르면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된 환자 중 이송 의료기관 선정이 부적절했던 경우가 27~40%에 이르고 있으며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전 적절한 처치가 시행되었는가를 나타내는 처치시행율은 36.8%에 불과했다. 그밖에도 외상사망환자 중 병원 전 단계에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비중이 10%이상으로 조사되었다.


조경애 공동대표는 "처치시행률이 낮은 것은 119 구급대원의 응급처치능력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1997년부터 응급구조과에서 매년 약 700여명의 1급 응급구조사가 배출되고 있으나 119 구급대원으로 활용되는 인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현재 행정자치부 소방국의 소방행정통계에 의하면 119 구급대원 중 법적으로 생명을 좌우하는 응급처지를 할 수 있는 1급 응급구조사의 비중은 2.3%(4,136명중 97명), 119 구급대원 중 응급구조사, 간호사 등 유자격 인력의 비중은 31.7%에 불과하다.

응급의료센터는 과다한데 응급의료서비스 질은 낮다

선진국 대비 응급의료센터의 수는 과다하나 응급의료센터의 질적 수준은 낮다는 지적이다.

조경애 대표는 "2000년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7개의 병원이 응급의료체계에서 3차병원에 해당하는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어 있으나 이는 중증 응급환자의 수요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많은 수"라면서 "응급의료센터는 인구 100~150만명당 1개가 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는 107개로 인구 40만명당 1개의 센터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응급의료센터는 과다한 수와 반비례해 증증 응급환자를 진료할 만한 인력, 시설,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전체 외상 사망환자의 약 30% 정도가 선진국 수준의 진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는 환자라는 것이다.

또한 응급의료센터 진료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법적 기준인 전담전문의를 배치하지 않은 응급의료센터가 36.6%, 법적 상근의사 수인 5명에 미치지 못하는 센터도 36.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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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용철

조경애 대표는 응급의료센터 이용환자 중 '적절 이용'으로 판단된 환자는 전체의 11.8%에 불과하고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전체 병원급이상 의료기관의 40%가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어 있는 반면 일부 지역은 6%에 불과해 의료기관의 구성과 분포가 불균형적인 것도 문제이며 공공보건서비스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질 평가 및 모니터링, 응급의료 관련 지침 개발 등 국가의 관리기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최단시간 내에 적정진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응급의료기관의 균형배치와 응급 취약지역의 응급의료기관 확충 △응급의료기관간의 의료체계 구축과 시급하고 신속한 이송체계를 위한 정보센터 기능의 단일화 운영 △응급의료전문의, 구조구급사 등 전문인력 양성 △응급의료법상 기준에 맞도록 인력, 장비 지원 등이라고 했다.

정부의 역할에 있어 조경애 대표는 "본인의 판단으로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도 비응급환자일 경우 일반외래진룔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야 한다"며 "야간 및 휴일에 비응급환자가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우 비용부담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당직병원의 지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애 대표는 특히 "응급의료기금 대불제도는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응급환자가 의료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 의료기관이 응급의료를 거부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홍보 미비로 이용이 제한되어 있다"면서 "노숙자 등 빈민, 외국인 노동자,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등 취약계층이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대불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의료기금에서 대불제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현재 진료비가 없는 경우 보증인을 세우거나 개인이나 단체에게 요청해 돈을 모으는 식의 사례가 종종 발생되고 있다.

응급의료는 국가책임, 법적 체계와 응급의료체계 활성화 위한 다양한 유인책 절실

a 유인술 대전충남권역 응급의료센터 소장이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유인술 대전충남권역 응급의료센터 소장이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 박신용철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주제로 두 번째 기조발제를 한 유인술(충남대 의대 응급의학교실) 대전충남권역 응급의료센터 소장도 응급환자 발생신고체계가 119, 112, 1339로 나뉘어져 있고 응급의료기관의 90%가 민간의료기관으로 응급의료체계는 영리가 개입되어서는 안되는데 응급의료기금은 국가일반회계에서 나오는 있어 안정적 기금 확보가 문제가 된다고 했다.

유인술 대전충남권역 응급의료센터 소장은 병원 전단계(현장단계)에서의 문제점은 △구호자 보호법이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적 보호장치 부재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대국민 홍보, 교육 프로그램 부재 △구급차의 장비 부족과 응급구조사의 미배치 △일반인의 무분별한 구급차 이용△구급의 질적 수준보다 건수위주의 실적을 지향하는 소방관계자의 인식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유인술 소장은 구호자 보호법 등 법제정이 시급하다고 전제하면서 "외국은 유치원에서부터 기본응급처치 교육을 시작하는 데 반해 우리는 대학에서도 기본 응급처치 교육도 받지 못한다"며 "학교 교과과정, 예비군 훈련, 민방위 훈련 등에 응급처지교육을 필수과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인술 소장은 또 "술취한 사람이 119를 불러 택시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구급차의 무분별한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비응급환자에 대한 일부 유료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구급차 장비 확보나 응급구조사 충원을 위한 국가적 재정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전단계(이송단계)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이송중 구급차내 응급처치가 거의 전무하고 정보센터에 대한 의료기관의 정보제공도 부실하며 현장 및 이송 중 처치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 및 개선작업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 응급의료정보센터 접수건수는 9만2419건이었으나 구급차 출동지시는 517건뿐이었으며 정보센터가 가장 잘 운영된다는 부산의 경우 총 8만379건 중 119 의뢰건수가 7893(7%)건, 의료기관 의뢰건수가 2766건(3%)으로 정보센터에 대한 의료기관의 정보제공이 부실했으며 응급의학학회에서 지난 97년 구급차 이용환자들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구급차내에서 응급처치가 이루어진 경우도 25%에 불과했다.

유인술 소장은 이송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급차에 환자 탑승시 의사의 지시 수령 의무화 △의료기관의 정보센터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 소홀히 한 경우 불이익 조치 강구 △중앙과 지역응급의료위원회 조기 발족을 통해 현장 및 이송 중 처치의 적절성 평가, 개선명령 수행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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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용철

응급의료체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고 투자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단계가 병원단계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유인술 소장은 "다른 의료분야는 원가의 80~90%가 수가로 매겨지지만 응급수가는 원가의 35%에 불과하고 응급의료관리비도 원가의 약 60% 정도에 그쳐 응급시설 확장에 투자할수록 병원에서는 마이너스가 된다"면서 "따라서 응급시설에 대한 병원당국의 투자의욕이 미비할 수 밖에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병원 응급실, 중환자실 이용순서가 응급환자보다 외래환자 우선인 경우가 많다"며 "비응급환자가 많이와 정작 응급환자가 들어왔을 때 치료할 장비 등이 분산되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응급의료학회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급실은 폭력배, 음주자, 난동자 등으로 치안유지가 되지 않아 전체의 64%가 응급실 근무를 회피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는 다른 전문의들은 지정 진료비가 있으나 응급의료사들은 지정진료비도 없어 병원측에서 보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자기 수입이 없는 것이 되어 병원 내 발언권도 갖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연평균 5억, 지역은 2억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이런 병원단계의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법상에 명시된 시설, 인력, 장비에 대한 철저한 감독 및 인센티브 제공 △국가의 재정지원 또는 응급의료수가 현실화 △응급환자 전용 중환자실, 입원실 운영을 권고 및 이에 따른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유인술 소장은 응급의료는 국가책임이라고 전제하고 응급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유인책과 함께 중앙 및 권역별로 계획있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지역응급의료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응급의료기금 활용에 앞서 안정적인 재정 확보 절실

a 이신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사업단장

이신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사업단장 ⓒ 박신용철

한국보건산업진흥회 이신호 보건의료사업단장은 '응급의료기금의 관리 및 운영방안'이란 발표를 통해 2002년까지 응급의료기금은 평균 40억원수준으로 주로 대불금으로 사용되었으며 일부가 응급의료체계 개선 연구비로 사용되었는데 2002년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 응급의료기금은 수입규모가 작아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는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응급의료에관한법률 개정 후인 2003년부터 응급의료기금이 정부출연금 434억을 포함해 475억으로 대폭 확대되어 응급의료 전반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다.

이신호 보건의료사업단장은 지난 1973년 11월 응급의료법을 제정한 미국의 예를 거론하면서 "미국의 정부지원금은 크게 응급의료체계 기획 및 적용, 프로그램 운용, 프로그램 개발 및 확장, 연구 등 크게 4부분으로 지원된다"면서 "지난 97년부터 79년까지 총 2억3790만달러가 지원되었으며 이 중 약 78%가 응급의료 서비스 개선에 사용되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체계란?

응급의료체계는 현장에서의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처치, 빠른 이송, 병원에서의 적합한 치료가 필수적이며 응급의료체계는 이러한 각 단계에서 필요한 구성요소를 조직하고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통합적인 체계.

응급의료체계는 병원 전단계, 병원단계 그리고 통신체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병원 전 단계에서는 응급환자에 대한 이송 및 병원 전 진료가 이루어지며 병원단계에서는 응급실 진료 및 입원진료가 이루어진다. 통신체계는 응급환자에 대한 신고접수·구급차 파견·이송중 통신 등이 포함된다. /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이신호 단장은 "응급의료기금의 활용보다 재정의 안정적 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법적으로 20%로 되어 있는 정부지원금이 적립되어야 체계적인 계획도 수립할 수 있고 응급의료서비스도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해다.

이번 토론회는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의료소비자로서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공의료기획토론으로 기획된 것으로 향후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병원, 정부를 한축으로 이를 이용하는 의료소비자를 한축으로 하는 의료개혁에 앞장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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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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