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미안한 마음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부모 마음
요즘 대부분의 집안이 부부가 맞벌이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녀와 함께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져서 늘 자녀에게 빚을 진 것 같은 마음으로 생활을 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분명 부모로서 미안한 생각이 들고, 자녀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부모의 마음이 아프기 마련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돈으로 보상하려는 부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경제적인 생활의 습관을 들이는 것은 장차 자녀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여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부모의 태도는 자칫하면 배급주의에 물들게 만들어서 자녀가 돈의 노예가 되어 일생을 편안하게 그리고 행복을 누리는 생활이 아닌 돈의 마력<魔力>에 짓눌린 채 오직 돈만을 모으기 위해서 살아가는 수전노가 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늘 맡겨진 풍부한 용돈 때문에 자녀가 어려서부터 돈이 너무 귀한 줄을 모르고 함부로 쓰는 낭비벽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돈으로 보상하여 주는 버릇에 길들여진 자녀가 돈을 달라는 대로 준다면 그 아이는 필경은 낭비벽에 길들여지게 될 것이다.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었다.
4학년 아이들이 가출을 해서 돌아오지 않아서 학교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원인을 제공한 아이는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서 용돈을 충분히 주기도 하였지만, 밤늦게까지 영업을 한 어머니가 새벽에 집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진 채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을 보지도 못하는 일이 많았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하면 지갑에서 가져가라고 하고 말아서 어머니의 지갑에서 자기가 가지고 싶은 만큼 가져다 쓰는 버릇이 생겼고, 혼자 집에 돌아가 할 일도 없고 하니까 돈을 가지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맛있는 것 많이 사주고, 오락실에도 들락거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날은 돈을 10만원쯤 가지고 학교가 끝난 뒤에 서울로 진출을 하였다.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불량 학생에게 붙들려 돈은 몽땅 빼앗기고 나서, 당황한 아이들은 집에 돌아갈 길도 제대로 몰라 전철을 탄 것이 반대 방향으로 갔다가 오는 바람에 막차를 놓치고 말았고, 서울 복판에서 멎는 전동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역사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에 전철을 타고 구파발에서 내렸으나 버스를 탈 돈이 없어서 약 10km나 되는 거리를 쫄쫄 굶은 채 걸어오느라고 정오가 다 되어서야 학교에 들어섰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서 경찰에 보호를 요청하면 될 것을 미쳐 모르고 너무 힘들게 고생을 한 것이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처럼 합리적인 생각으로 행동하거나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기 쉽고, 심지어는 자기가 잘못을 저지른 것을 부모가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쉽다. 앞의 아이처럼 돈을 꺼내 가면 자기가 가져간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지만 안 보았으니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돈을 주더라도 늘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버릇을 기르는 것은 자녀의 장래를 위한 가장 큰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함부로 다루지 않게 가르치는 것, 매월 정액 용돈을 주어서 쓰게 하여 낭비가 자신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 돈을 오락이나 투기성인 노름 같은 것에 낭비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은 부모가 반드시 깨우쳐 주어야할 경제교육이지만, 이런 교육은 하지 않고 어린 자녀의 이름으로 수많은 재산을 넘겨주는 것만이 자녀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처럼 위험한 것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남겨 주어도 그것을 지킬 능력을 갖지 못하면 불과 몇 년 사이에 날려 버릴 수도 있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옛 어른들이 수백 결의 논밭을 남겨주는 것보다 자녀에게 가르침이 더 중요하다고 한 말은 수 천년 전에 이미 오늘을 예언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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