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성 질병과 단오

단오, 예방치료의학 측면에서도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등록 2003.06.05 11:57수정 2003.06.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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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는 음력으로 매년 5월 5일이 되는 날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날을 맞이한 행사와 관련해서 미국장병들과 오는 6일에 전통 부채 만들기와 전통놀이 체험행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문화적인 측면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예방 의학적 측면에서도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진다.

우리 조상들이 단오에 했던 많은 일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인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들이라고 볼 수가 있다. 백성들이 우기에 그냥 놀고 있으면 병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 예방 차원에서 먹는 음식과 여러 가지 놀이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가 있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여러 가지 질병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치료예방약들과 방어적인 놀이문화가 생겼다. 단오 역시 민과 관이 우기에 발생되는 수인성 질병을 막기 위해서 목욕, 선풍용구, 액땜용구, 예방음식, 예방약, 놀이문화 등이 생겨서 지금까지 전래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질병을 막는 것의 근본은 몸의 청결이다. 그래서 단오에 여자들은 창포물로 머리와 얼굴을 씻고, 붉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전날 물을 받아다가 점심때 목욕을 하면 무병하고 아무 탈 없이 한해를 보낸다고 하여 그렇게 하였고. 아이들은 이슬이 묻은 상추를 뜯어다가 얼굴을 닦아주면 버짐, 땀띠,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 해서 그렇게 했다.

더위를 식히는 선풍용구로는 부채 만들기가 있었다. 조선시대에 단오부채를 공조에서 만들어 임금에게 진상하고 벼슬이 있는 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러한 부채에 아름다운 금강산풍경, 화려한 기생의 모습, 무당, 버들가지, 도화, 연꽃, 나비, 흰 붕어, 해오라기 같은 것을 그렸다.

부채는 혼례식이나 무당이 신에게 비는 용구로도 썼으며, 곤란한 일이 생기면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얼굴을 가리는 용구로도 썼다. 단오에 서민들도 손수 부채를 만들어서 썼는데, 선풍 외에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을 잡거나 쫓는 데도 사용했다.

신유복이 그린 '단오도'는 그 구도와 색채가 화려하고, 냇가에서 목욕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중의 익살스러운 모습 같은 것을 통해서,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에로티시즘이 있는 그림이다. 여유와 해학이 넘쳐 보이는 그림으로서 당시의 단오절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액땜 용구로는 부적과 인형, 비녀 같은 것이 있었다. 부적은 글과 그림의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붉은 글씨로 써서 문설주에 부쳤다. 옛날에도 천문, 지리, 역서를 관장하는 관상감에서 이러한 것을 궐내에 써 부쳐서, 민간뿐만이 아니라 관도 그렇게 했었다.


이러한 부적말고도 쑥으로 만든 호랑이인형을 만들어서 문에다 걸고, 말린 쑥 다발을 걸어두면 냄새로 인하여 재액을 물리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여인들은 액땜을 하기 위해서 창포뿌리로 만든 비녀에 붉은 색을 칠해서 사용했다.

예방음식은 술과 떡이 있다. 중국에서는 창포주와 웅황주를 마셨고, 초 나라 때는 대나무 잎으로 싸서 만든 떡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리취를 넣은 절편, 쑥덕, 망기떡, 약초떡, 밀가루지짐 등을 먹었다. 쑥떡을 수레바퀴모양으로 만들어서 먹은 것이 유래가 되어 단오를 수릿날(戍衣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간 예방약으로는 창포와 쑥, 익모초를 들 수가 있다. 창포는 다년초로서 연못이나 호숫가에 서식한다. 꽃은 6-7월에 황록색으로 피며, 수술은 화사하고 백색이다. 여러 종의 피부진균에 항균작용이 있으나, 냄새가 심하여 먹으면 구토가 나기 때문에 내부 약용으로는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민간인들이 쉽게 구하여 사용할 수가 있어서, 외부 피부치료제와 예방측면의 목욕물로 사용하는데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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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은 냉증에 좋다고 하지만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것은 떡을 만들 때 쓰고, 모기나 파리를 쫓는 역할로 많이 사용했다. 모기 불로 사용하면 그 냄새로 해충들이 사람들에게 달려들지 않아서, 지금도 시골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익모초는 산모의 몸에 좋고 입맛이 없을 때 즙을 내어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그래서 단오에 이러한 약초를 미리 준비하여서 필요할 때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단오의 놀이 문화 역시 우기에 편히 놀면 질병이 걸리기 쉽기 때문에 즐겁게 운동을 하는 경향의 놀이가 많아 보인다. 고대 마한의 습속을 적어 놓은 책에서 파종이 끝난 5월에 군중이 모여서 신에게 제사하고 가무와 음주로 밤낮을 쉬지 않고 놀았다는 것이 있다.

강릉단오제 역시 질병예방, 풍년, 풍어를 위해 대관령에서 서낭신을 모셔다가 제사를 지낸다. 백성이 신에게 질병과 재해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염원과 어우러져 즐기는 것의 다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한 단오 놀이로는 신에게 제사지내기, 농악놀이, 씨름, 탈춤, 사자춤, 가면놀이, 그네뛰기 등을 즐겼다.

지금까지 전래되어온 단오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명절 중에 하나다. 민과 관,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하도록 한 것 전부가 치밀한 계산이 있어 보이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질병 철에 몸을 청결히 하고, 예방약 준비와 보양음식을 먹으며, 동네 정자나무에 쉽고도 간편하게 그네를 만들어 놓고, 심신 달련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 등이 건강관리에 대한 일련의 일들로서 너무도 합리적이어서 지금의 국민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단오는 여름철 우기에 남녀노소가 함께 먹고 마시며 즐기는 날이기도 하지만, 건강을 돌보고 차후에 생길지 모르는 질병에 대한 예방약을 준비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현대의 과학문명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보다 더 지혜롭고 대단해 보인다.

아무튼 문화적 측면에서의 단오를 전승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리학 측면에서도 너무나 과학적이어서 감탄을 하게 된다. 문화관광부에서 이러한 면을 내.외에 알리는 일도 문화적 측면을 알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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