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란의 주범은 바로 청와대"

민주당 신주류 핵심 이강래 의원, 노무현 참여정부에 '쓴소리'

등록 2003.06.05 13:40수정 2003.06.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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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류 핵심 중의 한 명인 이강래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강하게 질타하며 고언(苦言)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5일 대정부질문을 하는 이강래 의원.
5일 대정부질문을 하는 이강래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의원은 5일 국회 대정부질문 보도자료를 통해 △ 노 대통령의 리더십 △ 국정운영시스템 △ 위기관리시스템 △ 탈권위주의를 위한 권력 나누기 등의 총체적 한계가 국정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 NEIS, 새만금 등 나라를 뒤흔드는 대형사건이 터져도 청와대 내에 이러한 문제를 전담할 수석은 커녕 비서관 조차도 없었다"고 지적하고는 "국정혼란의 주범은 바로 청와대"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야당의 막가파식 폭로, 언론의 선정적 보도, 여당의원의 수사와 기소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야당-언론-검찰이 연합을 형성하여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뜻대로 검찰권력이 국민에게 가기는커녕 언론과 야당의 손에 넘어가 버린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우리의 권력문화 속에서 '책임총리제'라는 분권적 국정운영은 실현 불가능한 공염불이라고 비판하면서 국정운영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그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북송금 특검수사와 관련, "진상규명보다는 실정법의 잣대를 일방적으로 앞세워 사법처리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단순히 실정법 위반을 밝히는 차원으로 협소화할 경우 남북간의 신뢰 훼손과 경협사업에 위축을 가져올 것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새만금 사업의 추진여부와 관련해서는 "수 차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쳤고 12년 이상 계속돼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 이를 일거에 폐기한다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중단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고건 국무총리는 이 의원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는 말로 대신했으나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서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기 보다 법적·합리적 리더십의 중요성이 보완돼야 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고 총리는 또 청와대 비서실 시스템 개편 주장에 대해서는 "새로운 청와대 시스템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오는 과도기적 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며 "이 의원의 제안대로 수석비서관제로 다시 돌아갈 것이냐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 총리는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제도가 현실적으로 구축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해, 책임총리로서의 권한 행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고 총리는 새만금 신사업구상위원회에서 새만금 사업의 중단문제까지도 검토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환경친화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이 중단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다음은 이강래 민주당 의원의 대정부질문 보도자료 전문이다.

[참여정부 100일 - 위기인가, 기회인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존경하는 의장님,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새천년 민주당 전북 남원·순창 출신 이강래 의원입니다.

참여정부는 어제로서 출범 100일을 맞았습니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100일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결코 긍정적이지 못합니다. 100일간의 평가만으로 참여정부의 성패를 속단할 수 없지만, 그 동안의 국정혼란에 대한 정확한 원인진단과 올바른 처방 없이는 참여정부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저는 책임있는 여당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국정혼란의 원인과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국무총리께 질의합니다.

1. 참여정부, 한국정치의 구조적 한계에 적응 못해

90년대 이후 민주 정권들은 집권 초기에 열망-실망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도 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민주화세력과 개혁세력의 지지로 당선된 정권은 인적 자원의 절대 부족과 정부운영에 대한 경험 미숙 때문에 보수적인 관료집단의 도움을 받아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고 집행하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득권 보수세력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 선거 때의 지지계층인 민주개혁세력과 기득권 보수세력 사이에 방황하면서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여 초기의 열망은 시간이 가면서 실망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지금 개혁세력들은 배신감을, 보수세력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노무현 대통령도 선거 경쟁에서는 개혁적이었지만 집권 후에는 점차 보수화될 수밖에 없으며, 선거전과 후의 격차에 따라 열망과 실망의 크기가 결정됩니다.

대단히 안타깝게도 대통령을 포함한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이 국정혼란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꿰뚫어 보고 국정기조를 "우향우" 하더라도 스무스하게 했다면 지금과 같은 지지율 급락과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개혁과정에서의 리더십은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비젼, 프로그램이 현실성이 있어야 하며 이를 추진할 수단들이 정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할 기득권 세력 못지 않은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즉 개혁은 정책적이기에 앞서 정치적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인수위 시절부터 민주당 의원들을 완전히 배제시키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는 민주당과 선을 긋고 국정운영을 하는 것 또한 국정혼란을 자초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이에 대해 총리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2.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어야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을 탈권위주의적 리더십, 감성적 리더십, 저항적 리더십, 온정적 리더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통찰력입니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탈권위주의적, 비권위주의적 리더십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권위주의(authoritarianism)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권위(authority) 마저도 버리려고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를 목욕시킨 후 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는 형국"입니다. 제왕적 권위행사를 포기했다고 해서 법적·합리적 권위행사에까지 소극적이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대통령으로서의 체통유지가 어려울 것입니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표현이나 가끔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나타나듯이 대통령 리더십의 중요한 특성중의 하나는 감성적 리더십입니다. 감성적 리더십의 흠결은 이성적 정당화(rational justification)를 생략한다는 점입니다. 방미전에 대등한 외교를 주장하다가 미국 방문에서 그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후에 그 이유를 정정당당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했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 리더십의 또 다른 특성을 저항성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여 비주류 의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코드를 강조하고 비주류의 정체성을 고수하여 국정운영에서 폐쇄성과 아마추어리즘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병이 장교가 되었을 때 졸병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으면 정체성의 혼란으로 볼지언정 겸손한 장교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온정주의입니다. 인간적 모습의 권력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법과 질서를 어기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단호하게 "NO"라고 할 수 없는 약점이 있습니다.

독일의 모 일간지는 사설에서 "한국은 큰 목소리만 내면 다 얻을 수 있는 나라"라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 NEIS의 처리과정에서 법이 미끄럼틀을 타는 현상을 꼬집은 것입니다.

이상의 네가지 유형중에서 긍정적인 것은 탈권위주의·비권위주의적 리더십 뿐입니다. 그것도 정당한 권위는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에서입니다. 참여정부가 지금의 국정혼란을 수습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감성적 리더십, 저항적 리더십, 온정적 리더십을 이성적 리더십, 적극적 리더십, 법의 권위에 의한 리더십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3. 국정운영시스템 전면적으로 바꿔야

①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정혼란의 주범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서울대 박세일 교수팀의 "대통령의 성공조건"이라는 저서에서 제안한 내용을 수용한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래 김대중 대통령까지 수십년간 골격이 유지되었던 부처담당 수석비서관제를 폐지하고 정무중심의 비서실과 정책중심의 정책실로 2원화하고 정책실 밑에 몇 개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대통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기능별로 수석실을 배치하여 각 부처를 담당케 하는 부처 담당 수석비서관제는 청와대가 부처위에 군림하는 폐해가 있었음에도 수십년간 지속되어왔던 이유는 각 부처에 대한 업무관장과 조정·통합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대통령제하에서 국정에 대한 모든 최종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귀속되며 날이 갈수록 각 부처의 업무가 복잡 다기화되기 때문에 조정·통합의 문제가 최대의 과제로 등장합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조정·통합을 위해 부처담당 수석제도를 유지해온 것입니다.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관행과 행정풍토 때문에 중요한 부처간의 갈등은 종국에는 청와대로 집중되어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국민의 정부 초기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이 제도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청와대의 역할을 연락기능에 중점을 두고자 했으나 부처 사이의 갈등 조정과 정부 차원의 통합성 문제 때문에 결국은 과거와 같은 역할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 운영의 핵심은 청와대와 중요 기관과의 관계(Relationship)에 있습니다. 부처담당 수석비서관제를 폐지하다 보니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중요 기관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갈등의 조정·통합기능이 마비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국정 혼란의 가장 커다란 원인이라고 판단됩니다.

이와 같이 부처담당 수석비서관제를 폐지하고 대통령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정책실로 전환하다 보니 "청와대는 보고만 받고 정책조율은 안해", "각 부처 중요 현안, 청와대 누구와 협의해야 할지 몰라", "대통령 관심 많은 노사문제에 수석실 4곳 달라 붙어", "행정경험, 전문성 보다는 코드 맞춰 구성된 진용"이라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심한 사실은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 NEIS, 새만금 등 나라를 뒤흔드는 대형사건이 터져도 청와대 내에 이러한 문제를 전담할 수석은 커녕 비서관 조차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청와대에는 노동, 교육, 환경, 보건, 복지 등을 관장할 조직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민정수석이 관여할 수 밖에 없으며 비서실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사건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되어 화를 입게 된 것입니다.

현재의 청와대 구조는 본래의 취지와 이상이 바람직한 것일지라도 현재 국정혼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지금의 청와대 시스템을 지속시킨다면 참여정부의 성공은 기대 난망일 것입니다. 하루 속히 청와대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② 우리의 권력 문화 속에서 "책임총리제"란 실현 불가능한 공염불

박세일 교수팀이 부처담당 수석비서관제를 폐지하고 대통령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책실을 제안한 데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역할 분담에 관한 중요한 전제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처럼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등 외치와 중장기적인 비젼프로그램만 관장하고 나머지 내정에 관한 일체의 업무는 총리가 맡는다는 구상입니다. 이것을 "내정책임총리제"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 제도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한강화가 필수적이므로 "국무위원의 임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총리에게 내각 통솔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국무회의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청와대의 부처관장과 조정·통합기능을 총리실에서 담당하게 하도록 하기 위하여 총리실의 조직을 정부부처별로 구성하고 부처담당 비서관을 둘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앞에서 제기한 "내정책임총리제"를 실시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없었으며 역대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을 대행할 아무런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처담당 수석비서관제를 폐지함으로서 부처에 대한 관장기능과 갈등의 조정·통합기능만 실종되어 버린 것입니다.

지금의 국정혼란의 가장 큰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박세일 교수팀이 제안한 이원집정제하에서의 총리의 역할과 같은 "내정책임총리제"가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실현가능한가? 우리의 헌법에 내각제적 요소가 있다해도 우리의 권력문화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누가 총리가 되건 우리나라의 총리는 재벌오너 회장 밑의 월급쟁이 사장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총리실을 개편하여 부처담당 비서관제를 도입하면 역대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우리의 권력문화나 관료제의 속성상 실현불가능한 일입니다. 총리에게 아무리 많은 권한과 역할이 주어진다 해도 대통령 1인 지배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의 풍토속에서 책임총리제가 하루아침에 정착될 수 없으며, 분권과 자율을 국정원리로 채택한다고 해서 책임장관제가 실현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청와대 부처담당 수석제 폐지, 책임총리론, 책임장관론이 오늘의 국정혼란을 가져온 것입니다. 청와대는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을 업적처럼 자랑하고 있지만, 역으로 잘못된 국정운영 시스템이 국정 혼란의 주범인 것입니다. 국정운영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을 촉구합니다. 이상의 주장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4. 위기관리시스템의 문제점

① 위기관리시스템은 부분 고장이 아니라 총체적 부실 상태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물류대란, 공무원노조, NEIS 등의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모든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여당의원인 저도 불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이 정부가 과연 5년 동안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깊은 회의에 빠져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노 대통령의 친노조성향과 온정주의, 청와대의 부처담당 수석비서관제 폐지에 따른 갈등의 조정·통합기능 실종 및 아마추어리즘과 전문성 부족, 국정원의 기능 축소, 총리실의 역할 부재와 장관들의 대통령 눈치보기, 당·정협조체제 미흡 등 수없이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위기관리시스템 어느 한 부분만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문제 덩어리입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으로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국정원·검찰·경찰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적인 가칭 "국가위기대책회의"를 신설한다는 뉴스를 접한 바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 5일 근무제, 외국인 노동자문제, 추곡수매가 결정과 FTA문제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널려 있습니다. 총리께서는 총체적 부실 덩어리인 위기관리시스템에 대한 대책과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대형분규에 대한 대책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② 국정원의 조기 경보기능을 재가동해야

지금까지 문제가 되었던 대부분의 대형 분규들은 예외 없이 지난 정부에서부터 갈등이 생성된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이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기 위해서는 갈등의 생성과 진화 그리고 촉발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기구의 어느 부서에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내재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들을 워치하고 조기경보해 주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지난 정부까지는 국정원의 역할이었습니다만, 지금은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국정원에 대한 편견과 이해 부족 때문입니다.

국정원은 지난 정부 5년 동안의 개혁노력을 통해 많은 변모를 해 왔습니다. 과거의 오명들을 대부분 씻어 냈습니다. 지금은 국정원이 국내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사찰·공작·도청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권력기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음습하고 불명예스런 이미지 때문에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릇된 편견과 이해 부족 때문에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이 위축된다면 국가 경영에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점에 관한 총리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5. 대통령의 탈권위주의를 위한 권력 나누기가 오히려 국정 혼란 자초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는 권력기관을, 야당에는 내각구성권을, 국회에는 회계검사기능을, 총리와 장관에게는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지방자치단체에는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참여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청산과 국가기능의 정상화를 위한 권력 분산의 노력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현실입니다.

① 감사원의 회계검사기능 국회 이관문제는 국회와 행정부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노대통령은 3. 21. 국회의장과 회동시, 그리고 4. 2.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감사원의 회계 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야당시절의 주장을 관철하고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려는 의회주의자로서의 높은 결단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헌법 97조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사무처는 국회법을 개정하여 "회계조사제도"를 도입하여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헌법논쟁과 헌법재판소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이 문제에 대해 행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총리께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②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주장은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시한 무리한 발상

노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은 물론 4. 2 국정연설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 합의해서 선거법을 개정한다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권을 이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벌써 한나라당에서는 대표 후보들간에 찬반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대통령의 주장은 지역구도를 허물 수 있는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되어 야당에게 내각 구성권이 넘어가고 프랑스의 2원집정부제에서나 볼 수 있는 "동거정부"가 탄생되고, 이로써 야기될 수 있는 국정혼란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입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민주당원들의 동의 절차나 국민적 합의를 생략한 채 야당에게 내각 구성권을 이양할 수 있다는 발상은 대통령직이 사유물이라는 또다른 권위주의적 사고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③ 성급하고 무리한 지방분권은 원심력을 키워 국가발전에 저해 요인이 될 수도

국가의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 옳은 일입니다.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은 절대적 선·악의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가치이며 집권과 분권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전에는 중앙집권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지방자치 이후에는 새로운 균형점이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러한 집권과 분권의 균형과 조화라는 관점을 넘어서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구한 대로 무리하게 실시하면 부작용이 커질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이미 감사원의 시정 조치 요구도 묵살하고 있으며 행정자치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르렀습니다. 민선 서울시장을 지내신 총리께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며, 지방분권에 관한 정부의 계획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6. 새만금 사업은 중단없이 지속되어야

새만금사업은 87년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공약사업으로 시작되어 89-01년에 환경영향평가 후 공유수면매립면허를 얻어 91년 11월에 공사를 착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한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지난 99년과 2000년에 공사가 중단되는 등 내홍을 겪었습니다.

그 후 정부는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하였고, 이를 토대로 2001년 5월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방조제 공사 우선추진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이 사업은 소모적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먼저 총리께서는 2001년 5월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 회의의 결정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2월 11일 전북대에서 열린 '분권토론회'에서 새만금사업과 관련하여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지만 간척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또 5월 27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새만금사업을 취소하진 않되 새만금사업의 내용을 새롭게 구상해서 모두에게 발전적으로 기여하도록 다듬는 게 좋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말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전제 위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환경과 개발이 보다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 일부 종교인과 환경단체 등이 새만금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삼보일배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 동안 환경과 생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그 분들이 전개해 온 헌신적인 노력은 존경받아야 하고, 또 그로 인하여 정부도 새만금사업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쳤고 또 12년 이상 계속되어,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사업을 일거에 폐기처분한다는 것은 향후 국가정책 전반에 미칠 파급을 생각할 때 가히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환경단체의 요구에 동조하고 있고, 심지어 현 정부의 장관들까지 이들의 시위에 동조하고 있는 현상은 개탄할만한 일입니다. 총리께서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는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참여정부의 일부 장관들이 환경단체의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과연 책임감을 느끼고 계시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인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법무부장관께 질의하겠습니다.

7. 야당·언론·검찰의 연합 형성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대로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에 일체 관여치 않고 있으며, 이는 단적으로 청와대에 검찰파견 공무원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뜻대로 검찰권력이 국민에게 가기는커녕 언론과 야당의 손에 넘어가 버린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야당의 막가파식 폭로 언론의 선정적 보도 여당의원의 수사와 기소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야당 언론 검찰이 연합을 형성하여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각종 게이트 사건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나라종금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재 야당이 공격하고 있는 노건평씨 사건이나 이기명씨 사건도 이런 과정을 밟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법무부장관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8. 검찰개혁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바로 이런 현상들을 불식하기 위해서도 검찰의 제도개혁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여정부는 정권출범을 전후하여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 왔습니다. 그래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검찰의 탈정치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어도 검찰개혁의 후속작업에 관한 윤곽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에 대한 기본 목표와 범위, 일정 등에 대한 전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사진의 부재는 검찰개혁이 또다시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까?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법무부장관께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장관께서는 지난 3월 17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현재 일원화되어 있는 검찰인사위원회를 "검찰간부인사위원회"와 "일반검사위원회"로 이원화하는 한편 금년 상반기 중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하고 외부인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통일부장관께 묻겠습니다.

9. 특검수사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최근 대북송금 특검의 수사상황을 보면, 진상규명보다는 실정법의 잣대를 일방적으로 앞세워 사법처리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북송금의 수사는 단순히 실정법 위반을 밝히는 차원으로 협소화할 경우 남북간의 신뢰를 훼손함은 물론이고 특수관계에 있는 남북간 경협사업에 위축을 가져올 것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통일부장관으로서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대북송금사건의 수사 초점은 첫째, 북한에 송금한 자금의 규모는 얼마인가, 둘째, 산업은행 대출과정에서 어떤 외압이 있었는가, 셋째, 북한으로 간 돈의 성격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첨예하게 민감한 문제는 북한으로 간 돈의 성격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경협의 대가라는 관점과 정상회담의 대가라는 관점, 그리고 포괄적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비용이라는 관점이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위 세가지의 성격에 따른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통일부장관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10. 남북간 신뢰회복 방안은 있는가?

방미 전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북, 대미외교의 기본방향에 대해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의 삼각관계 속에서 한국이 중간의 입장에서 중재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방미 중 대통령께서 취한 태도는 한국이 미국편에 기운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한 때 냉기류가 흘렀던 한미관계는 상당정도 호전되었습니다.

반면에 남북관계에는 상당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얼마 전 개최된 남북경협회담에서 보여진 북한의 태도는 기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서는 북한이 얻을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향후 북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부장관께서는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경우에 대비하여 남북간 신뢰회복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자치부장관께 묻겠습니다.

11. 전자정부정책의 일대 전환이 있어야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시민참여라는 화두가 전자정부의 최우선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행정효율성에만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최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태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발상에 의해 추진된 전자정부정책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NEIS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전교조와 국가인권위원회, 교총과 여야의원들까지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고,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개인정보 수집과 관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교육행정업무를 전자적으로 연계 처리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라는 목표에 집착하여 이 사업을 강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나타난 결과는 시스템의 효과는 커녕 교육현장에 치유하기 힘든 갈등만을 야기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전교조가 교육부총리 등 NEIS 추진 교육부 공무원 4명을 고발하는 현상이 벌어져 국가기강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전자정부의 추진방향을 행정효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적인 추진에서 벗어나 시민과 실사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이들의 참여에 의한 행정운영이라는 방향으로 정책목표를 일대 전환해야 합니다.

행정자치부장관께서는 전자정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NEIS 사태가 주는 교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며, 이와 관련하여 전자정부정책에 어떻게 반영하실 계획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12. 이·통장 급여인상의 필요성

이,통장들은 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가와 지역을 위해 행정의 말초신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준공무원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통장의 급여가 92년 월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인상된 일이 없이 동결되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이 통장 일을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하는 등 근무의욕과 사기가 많이 상실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전국 이 통장들이 급여인상을 청원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제에 이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여 근무의욕과 사기를 올려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 행정자치부장관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질문을 마치면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나듯이 참여정부 100일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부정적입니다. 출발부터 위기인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실패는 곧 국가의 실패이고 국민의 실패입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고 통일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며 지속적 경제성장의 길을 열려면 참여정부는 꼭 성공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출발은 클린턴 대통령의 출발을 많은 면에서 닮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출발부터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여 많은 업적을 남기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아는 슬기와 용기와 성찰이 필요합니다. 새로 출발하겠다는 각오이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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