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그렇게 옥신각신 한 다음에 은빈이를 기어코 깨워놓고 은빈이에게 묻습니다.
"은빈아! 너 그래 무슨 생각을 했는데, 아빠가 깨웠다고 신경질 부렸니?"
"그냥 생각했어."
"무슨 생각인데?"
"통닭 닭다리, 뜯어먹는 생각!"
아뿔싸! 닭다리가 날아갔으니 억울할 만도 합니다. 우리 집 은빈이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잘 때만 그런 게 아니라 차타고 갈 때도, 집에서 놀 때도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란 것이 “어떻게 하면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들을까?”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고 예쁜 딸이 될까?” 그런 생각이 아니라, 맨 날 먹는 생각, 어느 때는 통닭 먹는 생각, 어느 때는 돼지고기 구워먹는 생각, 어느 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먹는 생각. 생각이란 게 전부 먹는 생각만 하니 얼굴은 동그래지고, 엉덩이는 불룩 나오고 배도 만만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