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권 100일을 넘긴 노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싸고 ‘주요지지층의 이탈’에서부터 ‘지지층의 외연확대 시도’까지 다양한 평가와 분석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컨설턴트의 시각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가 지니는 전략적 의미와 그와 관련한 사례를 중심으로 몇 가지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노정권의 정치적 한계와 극복 전략
한국정치에서 개혁을 시도했던 이전 정권들에 대한 평가를 보면, 우선 YS의 개혁 실패는 보수집단을 기반으로 집권했다는 정치적 한계와 함께 ‘제도가 아닌 인치’에 의한 개혁에 치중했다는 점과 측근의 부패와 권력남용으로 IMF까지 초래하는 좌절을 경험했다는 지적이다.
DJ의 경우에도 DJP공동정부와 소수당이라는 정치적 한계가 5년 임기내내 개혁의 정치적 굴레로 작동해왔고 임기말 각종 게이트로 스스로 몰락하였다.
개혁을 추구했던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개혁’은 노정권에 있어서도 핵심적 화두이지만, 노정권이 개혁을 추진하기엔 역시 두 정권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노정권의 정치적 한계는 선거 직전 정몽준의 공조 철회로 공동정부 운영이라는 멍에는 천만다행으로 벗어났지만 다수 의석을 가지지 못한 소수 정파라는 한계는 DJ와 동일하게 가지고 출범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고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방안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으며, 현재 노정권은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와 시도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임기 초부터 현재까지 노대통령이 보여준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그 하나는 보수 정치세력과 개혁 집권세력간의 정치적 타협을 통한 공존전략(共存戰略)이다.
공존전략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잦은 회동과 정치적 타협으로 현상화하기 때문에 언론과 지식층에서 한국정치의 최고 가치처럼 지지하는 ‘상생(相生)의 정치’지만, 내면의 방식은 상호 이해에 따른 정치적 거래에 다름 아니며 정치적 명분이나 지지도 등 Power의 균형이 깨질 경우 언제든 해소될 성질의 불안정한 정치구조이다.
특히나,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보면 개혁의 후퇴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많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정책일관성의 부재 및 정책혼선으로 인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법인세율문제, 룸살롱·골프장 접대비 불인정 입장 변경 등과 최근 한총련의 광주시위에 대한 입장 혼선이나 NEIS문제에 대한 입장 번복 및 정책혼선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공존전략 이외에 소수의석을 가진 노대통령이 택한 또 다른 전략은 직접 국민을 상대로 대화하여 정책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여 개혁의 추동력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검찰 인사개혁을 위한 ‘검사와의 대화’ 같은 것이 이러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이 전략은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야당 및 언론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비판 이외에 이 전략이 가진 핵심적 한계 때문에 이 전략은 노정권이 개혁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활용할 전략이지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적 한계는 정책결정과정에서 매번 이 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과 그 과정 자체가 국회의 대의민주주의 기능 및 행정부의 정책결정시스템을 약화시키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설령 대국민 직접 설득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획득했다할 지라도 제도정치권 내에서 재설득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혁을 원만히 추진하기 위해서, 노정권은 현실을 우회하기보다는 정치판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해, 소수 의석을 가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의석빼내기’같은 수법이 아닌 지역주의 정당구조를 해체하고 다수 의석을 확보하여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지층 외연확대 실패와 기존 지지층 이탈
개혁에 정치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원내 소수파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기되는 ‘신당 추진’과 같은 정당구조 개편은 정치적 다수파가 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지 정치적 목표가 아니다. 정치적 목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해 정치적 다수파가 되는 것이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활적 요소는 다수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의회 내에서 정치적 다수파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다수 국민의 정치적 지지 확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지층 외에 추가적인 지지세력의 확보가 관건이며, 이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 일부가 이탈하더라도 더 많은 신규 지지층이 창출된다면 정치적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다수 국민의 정치적 지지 확보’라는 과제가 암초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지층은 이탈하고 신규 지지층은 의도한 만큼 확대되고 있지 못한 실정인 것이다.
노대통령의 후보 시절 자주 비판의 근거로 회자되던 덧셈정치 뺄셈정치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지층 외연확대와 지지층 이탈의 차이는 개혁정권의 성공과 실패의 차이에 다름 아니다.
<표> 노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변화추이
조사일시 | 잘하고 있다 | 잘못하고 있다 | 보통이다 | 기타 |
3월 4일 | 60.5% | 7.2% | 23.2% | 9.1% |
4월 4일 | 56.2% | 9.9% | 28.7% | 5.2% |
5월12일 | 43.4% | 18.8% | 33.5% | 4.3% |
(조사기관 : 폴앤폴)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전임 DJ의 경우 80%대였으며 YS의 경우에는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보였음에도,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과 함께 개혁에 실패한 정권으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노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보다 비교적 높은 지지로 당선되었지만 취임 100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국정운영 지지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폭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운영 지지율의 하락은 노정권이 강조하는 비우호적인 언론 탓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전략실패와 정책혼선 때문이다.
지지층 외연확대 방안인 이슈 선점 해결 전략과 노무현의 우향우 전략 실패
개혁의 성공 및 안정적 집권기반 유지를 위해 ‘다수 국민의 정치적 지지 확보’가 가장 절실했던 노대통령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가장 전통적인 전략인 이슈의 선점 해결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파병, 특검제 원안 공포를 시작으로 재벌개혁 입장의 후퇴, 대미 대북정책의 변화, 한총련에 대한 강경 입장, NEIS에 대한 입장 선회로 이어진 노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은 ‘지지층 역전(逆轉)’이라고 표현될 정도의 변화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정책노선의 변화는 정책의 성격 및 내용에 대한 판단 변화나 현실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선거 시기 우(右)측의 지지자를 담보하고 있던 정치적 경쟁자가 없어진 상황에서 지지층의 외연확대를 위한 정책노선상의 우(右)측으로의 변화 즉 우향우인 것이다.
지지층 외연확대를 위한 이슈 선점 해결 전략은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시절, 사회당이 국유화시켰던 산업을 모두 민영화시키는 것을 허용한 미테랑-시라크의 ‘보수-혁신 동거 정부’가 대표적이며, 이 외에도 92년 당선된 클린턴이나 2000년 당선된 부시도 같은 전략으로 정치적으로 성공하였다.
1968년부터 1992년까지 대통령을 단 한명밖에 배출하지 못한 민주당의 후보로 선출된 클린턴은, 80년대 이후 진보노선을 고수해온 당내 정통파를 비판하면서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 중산층문제에 포커스를 맞출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화당의 주요 이슈였던 범죄문제와 관련 사형집행(렉토 사건)을 용인하고, 복지혜택 수혜자들에게 근로에 나서라고 전당대회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하였으며, 조세문제에 있어 중산층에 대한 감세를 약속하고 연방예산 적자를 절반 규모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정통노선을 벗어난 클린턴의 이러한 노선상의 변화는 클린턴에게 재선 대통령이라는 영광과 함께 케네디 이후 민주당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게 만들었다.
앨 고어를 꺾은 부시 역시, ‘동정심을 가진 보수주의’를 표방하면서, 백인의 표만으론 이길 수 없다는 판단아래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기존의 공화당 정책을 벗어난 구애작전을 펼쳐 라틴계 유권자들에게서 많은 득표를 올렸다. 아울러, 민주당의 주요 이슈인 교육문제에 대해 공화당식 교육복지주의인 바우처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도노선으로 이동하여 2대(代)에 걸친 대통령 당선이라는 신화를 일궈냈다.
집권 이후 100일 동안 미테랑, 클린턴, 부시와 같은 행보를 보인 노대통령이 화려한 정치적 승리를 획득한 그들과 달리 국정운영 지지율 50%미만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안게 된 원인은 세 가지로, 하나는 정체성과 관련된 핵심 이슈에 대한 입장 선회로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한 점과, 노선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반대자들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점, 노선 변화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와 과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기존 지지자 및 반대자 양측으로부터 노선변화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전통적인 지지세력과의 공유영역의 확보와 유지의 중요성
먼저, 정체성과 관련된 핵심 이슈에 대한 입장 선회로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한 점과 관련하여 다른 정치인의 전략을 보면, 부시처럼 이슈의 선점 해결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경우도 교육과 빈곤문제에서는 당의 정통노선을 벗어났지만 낙태와 조세문제에서는 충실하게 공화당의 입장을 따랐다.
클린턴도 복지개혁이나 예산 적자 축소와 같은 이슈에서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차별시정 계획이나 교육, 환경문제 또는 노년층 의료보험 등에서는 민주당의 전통적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원보다 더 리버럴한 공화당원으로 평가받았던 넬슨 록펠러는 뉴욕주지사를 4선 연임하는 위업을 달성했으나, 60년, 64년, 68년 등 3번에 걸쳐 공화당의 대통령후보로 출마했으나 연속 패배를 기록했다. 그의 패배는 낙태 지지, 사형제 반대, 세율 인상, 흑백 학교통합 추진 등 공화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마저 폐기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조직을 바꾸고자 하는 지도자라면 넬슨 록펠러의 이 같은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추구하면 할수록, 지켜야 할 것은 그만큼 철저하게 본래의 모습대로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지켜내겠다는 대상이 있어야만 지지 세력의 흔들림 없는 뒷받침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이런 뒷받침이 따라야만 변화를 추구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넬슨 록펠러가 남긴 교훈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새로운 시장으로 접근하거나 새로운 표밭을 찾아나설 때는 자신의 전통적 지지세력이 이탈하지 않게끔 그들과의 공유영역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록펠러는 그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자신의 지지기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사람은 결국 이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모습을 보기 십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대통령의 실패를 비교 분석해보면, 미국의 경우 양당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민주 공화 양당이 제기하는 이슈에서부터 각 정당의 영역이 존재한다. 즉, 민주당의 경우 교육, 빈곤 노년층 등 복지문제, 환경, 인종 등 차별시정문제 등의 영역에서 공화당의 경우 조세, 국방, 낙태, 사형 등의 영역에서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의 경우에는 한나라당의 안보중시, 민주당의 재벌개혁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특정 이슈의 제기가 각 당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인식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각 정당의 대선공약의 차이를 찾아볼 수 없어 정책정당 부재로 평가되고 이는 지역주의 정당구조의 폐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당구조에서 전통적인 지지층이 엇갈리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존재하는 바, 그것은 남북 분단이라는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제약요인에 의해 형성된 대북정책과 관련된 지지층의 상반된 정치적 입장 및 이에 따른 정당선호도의 차이이다.
즉,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안보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상호주의를 선호하며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한미동맹의 유지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기조 하에 국가보안법 유지 및 한총련 합법화 반대 등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북정책에 있어 교류와 협력증진을 중요시하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미, 일 등 전통적 우방개념에는 동의하나 자주적 외교노선을 원하고 있다. 이런 기조 하에 국가보안법의 개폐 및 한총련 합법화문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노사문제를 비롯한 노동정책,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경제정책의 방향, 재벌개혁을 포함한 시장의 투명성 확보방안, 고교평준화 및 NEIS와 같은 교육문제, 의료보험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의료 복지분야와 같은 거대 담론은 물론이거니와 낙태, 사형제도, 동성애 와 같은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의 일치 또는 불일치에 의해지지 정당을 결정한다기 보다는 위에 제시한 남북관계를 둘러싼 이념적 정향성이 정당 선호도 및 지지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슈 선점 해결전략이 지지층의 외연 확대가 아닌 노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진 근저에는 재벌개혁의 후퇴, NEIS문제, 새만금문제 등이 작용한 것이 아니라 특검제 원안 공포, ‘추가조치 가능’ 등의 합의를 대북정책에 있어서의 입장변화로 받아들인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이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분석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대북정책을 비롯한 이념적문제의 영역에서 전통적인 지지세력과의 공유영역을 확보하고 커뮤니케이션 및 동의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노선변화로는 기존 반대층의 지지확보 어려움
전통 지지층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신규 지지층이 인입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지지율 폭락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은 지지층의 외연 확대에 실패한 주요 원인은 노선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반대자들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측면에 기인한다.
기존 반대자의 입장에서는 ‘특검제의 원안 공포’를 환영하면서도 ‘의외’로 받아들이고, 그 이후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동맹의 중요성 강보 및 추가조치 가능 등 대북정책의 노선변화에 대해 아직 노대통령의 철학이나 정치적 신념이 변했고 그들과 코드가 맞는다고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즉, 기존 지지층의 이탈은 가시적으로 보이돼, 기존 반대층은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는 DJ와는 달리 노대통령에 대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근본적 원인에도 맥이 닿아있는 문제로,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와 입장을 반영해줄 대안으로 노대통령을 선택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이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노선변화로는 기존 반대층의 지지를 흡수할 수 없으며,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핵심적 대립 이슈인 대북정책 등의 변화를 통한 신규 지지층 창출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결국, 신규 지지층의 창출을 위한 노선변화는 경제정책·사회복지분야에서의 정책적 유연성을 통한 가시적 상과로 외연을 확대하는 제한적인 형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이념적 변화에 의한 것보다는 현재의 정치현실 전반을 개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선변화과정에서의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와 과정의 중요성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노대통령이 노선변화과정에서 지지층의 외연확대에 실패하고, 기존 지지층의 이탈과 신규 지지층의 인입 좌절을 가져온 것은 기존 지지자 및 반대자 양측으로부터 노선변화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는 노선 변화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와 과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노대통령은 취임 직후 ‘토론공화국’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를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검사’는 지휘의 대상이지 국민을 상대로 한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가 있었으며, 그나마 그 이후 국민과의 토론과정이 절실했던 특검법이나 이라크 파병, 또는 NEIS와 같은 사안에 있어서는 일방적 조처 이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대북정책 대미관계에 있어서의 입장선회과정은 언론 및 지식인그룹에서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의외’의 측면이 많았다.
다시 말해, 노선변화과정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기존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배신감’을 토로하게 되었고 기존 반대자의 입장에서는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는 일부 지식인그룹의 ‘무시’(철학의 부재, 일관된 입장의 빈곤)경향마저 초래한 원인이었다.
지난 대선과정을 돌이켜보면,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상품성’이 정치적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코드와 일치한 측면도 있지만, 경선과정, 당내분열, 후보단일화과정, 선거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수준에 맞게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들의 이해와 지지를 설득해온 과정이었다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