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을 모두 외국으로 보낼 순 없잖나"

'통합교육보조원 예산 확보' 예산처 앞 1인시위

등록 2003.06.12 11:24수정 2003.06.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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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고달픈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통합교육시민연대는 지난 6월 9일부터 기획예산처 앞에서 '통합교육보조인력 예산 확보 및 제도화'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5월 23일 기획예산처에 2004년 예산안을 올리면서 통합교육예산 270억원을 책정했고 이중 45억원이 통합교육보조원 예산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산책정에서 통합교육보조원제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던 장애아 부모들은 교육인적자원부 내에서조차 통합교육보조인력 예산이 '문제예산'으로 되어 2차 예산심의를 거친 끝에 기획예산처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예산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a 통합교육시민연대는 지난 6월 9일부터 기획예산처 앞에서 '통합교육보조원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통합교육시민연대는 지난 6월 9일부터 기획예산처 앞에서 '통합교육보조원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 박신용철

6살의 장애아동(뇌병변, 정신지체)을 둔 김영미씨는 6월 11일 낮 12시부터 기획예산처 정문 앞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통합교육보조원제 예산 전액 통과와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장애인통합부모회 회원이기도 한 김영미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6살짜리 저희 아이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장애인통합부모회에 들어가면서 우리 아이와 같은 장애아동들을 보면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비장애아동들도 어릴적부터 장애아동들을 보고 함께 생활해야 자연스럽게 통합환경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영미씨는 "통합교육보조원 예산 45억이란 액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씨의 아이는 통합환경이 갖추어진 어린이집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태어났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6개월 후 목이 이상해 병원에 진료받으러 간 후 지금까지 원인도 모른 채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외상을 당했다면 일정한 치료기간을 거치면 정상으로 돌아올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병원에서 하루에 40~50분 언어치료를 받는 비용이 30만원 가량으로 돈이 많지 않으면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고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사교육비라도 들여서 특수교육을 할 수 있는 가정은 그래도 나은 편. 장애아동을 둔 가정 대부분은 서민층이기 때문에 사비를 들어 특수교육을 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비용이 저렴한 복지관을 선호하고 있지만 복지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대기자는 넘쳐난다. 복지관에서 특수교육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평균 1~2년 정도이다.

a 정신지체아동을 키우고 있는 장애인통합부모회 회원이기도 한 김영미씨.

정신지체아동을 키우고 있는 장애인통합부모회 회원이기도 한 김영미씨. ⓒ 박신용철

김영미씨는 "우리 아이는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반학교 보낼 수 있지만 학교에 들어가서 교사·비장애 학생들과 장애아동들간의 고리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것(통합교육보조원제)이 안 되어 있어 어머니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합교육보조원이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미씨는 또 "특수학교에 다니면 사회을 생활하기가 힘들다. 고작해야 복지관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단순노동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라며 "통합교육이 안 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를 줄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자신도 장애아동을 키우고 있지만 성인 장애인을 만나면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못하고 멈칫거린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지 못했고 통합교육도 받지 못해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 학령기 때부터 통합교육이 실현되어야 하는 중요성을 엿볼수 있다.

현재 2004년 정부예산을 심의중에 있는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에게 그녀는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지 말고 우리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얼마나 고통당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우리가 장애아를 낳고 싶어서 낳은 것도 아니고 이 아이들을 다 외국으로 보낼 수도 없지 않은가?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이민가고 싶은 사람이 많다. 복지예산 중 정말 필요한 것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그녀는 특히 "선거 때마다 내세운 공약은 빈 공약이 되어왔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봐달라. 치료비, 교육비가 많이 들어 생활이 안 된다"면서 "정부고위 정책결정자들이 특수학교도 자주 가보고 특수교육과 관련된 교육도 받았으면 좋겠다"며 장애인정책에 대한 마인드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서울시청, 서울시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 기획예산처 앞에서 '통합교육보조원제 예산확보와 제도화'를 요구해왔던 통합교육시민연대는 기획예산처 앞 1인시위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오는 13일 예산안 통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통해 통합교육보조원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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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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