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배
그렇다면 임성역에서 죽림마을 입구 현장까지는 3.7㎞로 시속 60㎞ 속도라면 대략 5분정도 소요됐고, 이 시간 내에 범인은 정씨에게 돈 보자기를 놓고 갈 장소를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런데도 정씨 차에 동승한 경찰 2명은 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로 곧바로 범인이 나타날 장소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동승한 경찰은 지난 11일 유족과 면담자리에서 돈 보자기를 내려놓고도 정씨가 범인과 전화통화연결을 끊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통화연결 상태가 끊긴 직후 차에서 내려(현장에서 240m 지점) 현장 쪽으로 행인을 가장해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교신이 가능했던 하차 직후에라도 범인이 나타날 위치보고를 했더라면 가까운 거리에 차량에 탑승한 채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돈 보자기를 갖다놓은 현장에서부터 목포 쪽으로 240m 지점에서 형사 2명이 걸어서 접근하던 중이었고, 잠복조는 290m 지점에 대기하고 있었다.
잠복경찰과 교신 의문
나중에 경찰은 정씨가 목포 쪽으로 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잠복조 역시 정씨가 범인차량을 충돌하기 전까지는 범인이 나타날 장소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이경수 수사과장은 말했다. 경찰의 설명대로 한다면 형사 2명이 정씨 차량에 탑승해 함께 이동중일 때, 범인이 철길 바로 옆에 돈을 갖다놓을 것을 요구한 사실을 안지 적어도 3분 가량 흐른 뒤 정씨와 범인 차량을 충돌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자메시지가 아니였더라도 최소한 목포 쪽으로 돌아가는 정씨 차에서 내린 즉시 범인이 나타날 위치를 보고했더라면 잠복한 경찰이 미리 현장을 주시하고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범인차량이 현장에 나타났을 때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차량은 목포 쪽으로 가다가 다시 돌아온 아버지 정씨 차가 아니라 경찰잠복조 차량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돈 보자기를 놓고 또 동승한 형사 2명을 내려놓고 목포 쪽으로 향했던 정씨가 다시 차를 돌려 가장 먼저 범인차량과 충돌했다는 점이 의혹으로 남는다.
현장에서 290m 떨어진 잠복조가 차량으로 격투현장까지 도착 시간은 시속 60㎞였을 때 20초가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실측결과 나타났다.
범인과 격투시간 주장 달라
정씨는 돈 보자기를 챙기고 U턴 중인 범인차량을 들이박고 난투극을 벌였고.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무려 아홉 군데나 찔렸다. 이런 와중에 딸 정양은 조수석 문을 열고 탈출, 목포 쪽으로 50여m 정도 달려가 뒤늦게 현장 쪽으로 오고 있는 경찰잠복조의 차를 만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전후해 범인은 흉기로 정씨를 제압했지만 정씨 차 때문에 진로가 막혀 있었다.
범인은 자신의 차로 정씨 차를 밀어제치고 현장에서 도주한 것이다. 정씨와 범인의 몸싸움을 하는 시간을 놓고도 유가족과 경찰의 주장이 다르다.
경찰은 20여초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가족들은 흉기로 찔린 상처 등 모든 정황을 봤을 때 최소 5분 정도는 더 소요됐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현장정황을 보면 잠복한 경찰이 있었고 범행현장(돈보자기 장소)을 미리 알고 접근한 경찰도 있었다. 그런데 정씨를 흉기로 제압한 범인은 30여m 후방 샛길로 도주하기 시작했고. 도로 중간에서 정양을 실은 잠복조 차량이 추격에 나섰다.
현장 지휘체계 허술
이처럼 범인이 나타난 현장에 접근하는 경찰의 움직임을 놓고 봤을 때 상호교신 등 경찰의 현장지휘체계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목포경찰서에 대해 자체감사를 벌였던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검거작전 지휘를 맡았던 수사과장이 사건현장에서 8㎞나 떨어진 곳에 있었던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목포경찰서 이경수 수사과장은 “당시 범인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었고 현장과의 교신상태 등 하당파출소가 지휘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의 두 번째 의문은 출동한 경찰의 무장문제다.
범인은 정양을 납치해 아버지 정씨에게 몸값을 요구할 때 “엽총을 갖고 있다. 경찰에 알리면 정양을 살해하고 자살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공범도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범인과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경찰, 아버지 정씨 차에 동승했던 경찰 2명의 무장정도는 범인이 협박한 엽총에 비해 너무나 초라했다.
지난 11일 목포경찰서에서 있었던 유가족과 면담 자리에서 정씨 차에 동승했던 이 아무개 형사 등 2명은 “가스총과 전자충격기 그리고 삼단봉만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바로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아버지 정씨가 최초 범인 차량과 충돌할 때 난 소리를 경찰은 범인이 엽총을 발사한 것으로 오인해 현장 접근을 회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내 딸 살렸다'
유족들은 정씨가 병원에서 숨을 거두기 전 의식을 회복했을 때 “내가 내 딸을 살렸다. 경찰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특히 납치사건임에도 수사책임자인 목포경찰서장과 수사과장이 현장지휘를 하지 않았던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사건현장 지휘 뿐 아니라 사건 최초 신고 때부터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가족과 면담 자리에서도 지휘를 맡았던 이경수 수사과장은 사건 개요를 설명하면서 “현장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보고내용을 종합한 것”이라 전제를 달았다.
정양을 납치하고, 또 정양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끝내 숨지게 했던 범인 강씨는 도주 50분후인 4일 새벽 1시 50분쯤 추격해 온 경찰에 검거됐다.
범인 검거작전 현장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자 경찰의 무사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
목포시 용해동에 사는 김용운(41)씨는 “경찰의 소홀한 대처가 정양과 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행을 가져다 줬다”며 재발방지 차원에서 철저한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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