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로 스커드 요격할 수 있나?
시스템 결함, 美 MD 책임자도 인정

[MD와 한반도 (4)] PAC-3 실험 성공률 30%도 안돼

등록 2003.06.13 09:18수정 2003.06.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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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약 1600억원을 책정해 패트리어트 최신형을 구매하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작년에 예산 부족과 가격지불 방식에 대한 이견, 그리고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사업을 다시 졸속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미국의 무기 구매 및 MD 참여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와 함께 PAC-3가 탄도미사일 요격체제로 적합한 무기인지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향후 10년간 무기 구매 비용만으로도 약 2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의 '비용 대(對) 효과'를 제대로 분석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4월 9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소장인 카디쉬 대장이 PAC-3의 결함을 인정했을 정도로 성능에도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는 현실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 당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미영연합군의 전투기 2기를 격추한 오발 사고와 관련해 "나는 패트리어트 시스템 자체와 시스템 적용 둘 모두에 결함이 있다고 믿는다"고 진술했다.

아군 전투기 잡는 미사일?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미국 관리들이 3세대 패트리어트 미사일인 PAC-3가 이라크의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과는 달리, 패트리어트는 미영연합군의 전투기 2대를 격추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이라크 전쟁 당시에 PAC-2와 PAC-3로 구성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이라크 미사일 9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스커드미사일이 아니라 알-사무드와 아바빌-100 등 스커드보다 훨씬 느리고 사정거리가 짧아 요격하기가 훨씬 쉬운 미사일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PAC-3 발사 장면
PAC-3 발사 장면
또한 미국의 일부 전문가와 언론은 1991년 당시 미 국방부가 미사일 요격 성공율 100%에 근접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미 의회의 조사 결과 10%에도 못 미쳤고 MIT 공대 교수인 포스톨은 단 한 발의 스커드미사일도 요격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 점을 들어 이번에도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패트리어트의 결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이라크 전쟁 때 미군과 영국군 항공기 1대씩을 격추했다는 점이다. 이를 둘러싸고 이라크군의 교란 작전 등 '다른' 요인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패트리어트 시스템상의 문제라는 것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ADTOP@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5월 8일자 보도에서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레이더가 잘못된 목표물을 지정해 패트리어트 작전병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즉, 레이더가 자국군 항공기를 적의 미사일로 오인한 것이 사고의 중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패트리어트 레이더의 오작동과 작전병의 혼란은 항공기와 미사일이 집중된 전장에서 나타나기 쉽다는 점에서, 걸프 지역보다 훨씬 군사력이 밀집된 한반도에서 패트리어트 시스템에 훨씬 많은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할 수 있나?

PAC-3는 이처럼 실전에서만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 아니다. 2002년 2월 16일부터 5월 30일까지 네 차례 실시된 작전 실험(operational testing)에서 모두 7기의 PAC-3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2기만 요격에 성공한 것이다. '통제된 실험'에서조차도 요격 성공률이 30%도 안 되는 초라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3기는 발사조차 되지도 않았다. 이는 실전에서 요격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2002년 9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고, 한국과 일본에도 PAC-3 구매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이어 한국의 국방부도 PAC-3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요격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PAC-3 자체가 여러 가지 시스템상의 결함을 갖고 있으며, 한반도 지형상 탄도미사일 요격이 더욱 어렵다는 점에서 PAC-3 구매 계획은 마땅히 취소해야 한다.

PAC-3 요격 실험 장면
PAC-3 요격 실험 장면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을 검토해보면 탄도미사일 방어 계획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한반도는 전장이 좁고 산악지형이 많으며 종심(縱深)이 짧아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 식별, 추적, 요격한다는 것은 중동에서 이라크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더구나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이 남한에 도달하는 시간이 5분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요격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 등 북한 미사일의 비행이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점 역시 정확한 목표물 지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요약하자면, MD라는 것 자체가 갖고 있는 확률상의 문제, 패트리어트 시스템이 단 한 번도 스커드미사일을 요격한 사례가 없다는 점, 미영 공군기 2기 격추가 말해주듯 시스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 4차례의 작전 실험에서 요격 성공율이 30%에도 못 미친다는 점,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상 MD에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있다는 점, 북한 미사일의 비행이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PAC-3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는 우리의 적합한 국방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국방부가 MD라는 환상을 버리고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해 방공망을 튼튼히 하고자 한다면, PAC-3 이외의 대안은 마련할 수 있다. 비록 나이키 미사일이 노후한 것이 사실이지만, 공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상당량은 실전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성능 개량을 했기 때문에, 용도 폐기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또한 나이키 미사일 외에도 사정거리 40km의 중·고 고도용 호크 미사일, 사정거리 10km의 중·저 고도용 '천마' 미사일, 사정거리 5km의 미스트랄 휴대용 미사일 등을 실전배치 해놓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독자적인 기술로 한국형 휴대용 미사일을 개발하기도 했다. 나이키 미사일이 노후해졌다고 해서 방공망이 뚫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 정도로 방공 미사일 체계가 허술하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남한이 '여전히' 주적으로 삼고 있는 북한의 공군력을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수'적으로는 위협적일 만큼 많은 항공기를 보유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 노후한 기종인데다가 기름이 없어 제대로 훈련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북한의 전투기가 한미연합전력의 공격과 방어를 뚫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상당수 전투기들은 뜨기도 전에 지대지, 함대지 미사일과 전투기·폭격기 등을 이용한 공습을 통해 파괴될 것이고, 비행에 성공한 전투기도 '성능'과 '훈련'에 있어서 월등히 우월한 한국과 미국의 공군력에 제압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고 북한 이외의 공군력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면,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형 중거리방공미사일(K-MSAM)을 본격 추진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노무현 대통령은 아직 PAC-3 도입 사업을 재가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비용 대 효과 면에서 그 타당성이 의심스럽고, 미국 MD 체제의 편입 등 군사적 종속을 강화하며, 대북·대중 관계를 불안하게 하면서 군비경쟁을 야기할 수 있는 PAC-3 도입 사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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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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