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민주당 고문.오마이뉴스 이종호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과 특검수사 기간연장을 앞두고 제2차 특검 논란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이기호, 임동원, 박지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 잇달아 소환·구속되는 상황을 두고보고만 있던 민주당이 억눌렸던 울분을 일거에 토해내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갑·정균환 등 구주류 쪽 핵심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겨냥, "정상회담 특검은 수준 이하의 국가경영"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또 특검 수사에 비교적 타협적이었던 신주류 쪽과 청와대도 항로를 이탈하고 있는 특검호(號)를 정면 공격하면서 방향타 조정을 요구하는 등 모처럼만에 같은 화음을 내고 있어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민주당의 잇단 성명공세는 전날 KBS <일요스페셜> 녹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문제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발언과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이 임박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쪽이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구속하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마저 소환해 사법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사전 방어책의 성격이 크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정치권과 청와대의 협공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특검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현재 민주당 신·구주류와 청와대의 요구는 'DJ 수사 반대'와 '햇볕정책 훼손 반대'로 모아지고 있다. 다만 비판의 수위에 있어서는 신주류와 구주류가 조금 달랐다. 신주류는 '깃털'에 해당하는 특검에 '원죄'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구주류 쪽은 특검의 '몸통'인 노 대통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화갑 고문은 1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민족화해와 상생의 길을 개척한 주역들을 단죄할 수는 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한 국민의 정부 측근들에 대한 특검을 '국가경영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수준 이하의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정경분리 원칙과 추가적 조치 동의 등으로 햇볕정책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주류 쪽 이상수 사무총장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나 국민감정을 봐서라도 해서는 안 된다"며 DJ 수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해찬 의원도 "정상회담 부분은 사법처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쪽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만은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을 공포할 당시의 여야간 공감대를 감안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DJ 수사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비록 문 실장이 "개인적 의견"이라며 노 대통령의 재가를 부인하고는 있지만, 노 대통령이 특검 문제에 관해 문 실장 명의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돈 뒤의 발언이라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