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불평이 많은 사람이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누군가(도미님)의 말에 '그럼, 내가 읽어봐야 할 책이네'라는 농담으로 손에 넣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루게릭이라는 불치병을 앓는 모리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친 교수님입니다. 저자 미치의 표현으론 졸업식 가운을 입은 모습이 꼭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와 크리스마스 꼬마요정을 합쳐 놓은 것 같다고 합니다. 책 앞장에 나오는 사진을 보니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백발의 자그마한 체구의 할아버지가 너그럽게 웃는 모습이...
오, 선장이여! 나의 선장이여!
기억하시나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은 키팅 선생님을 그렇게 부릅니다.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깃발이 꽂힌 뱃머리에 서서 지식의 감옥(웰튼 고교)에서 대학입시에 짖눌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감춰진 감성을 일깨우는 사색을 하라는 키팅 선장...
대학 졸업후 16년 동안 심장이 터질듯한 속도로 앞만보고 달려왔던 제자 미치는 우연히 텔레비젼 토크쇼에 나온 옛스승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스승이 죽어가고 있는 모습도.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키팅 선장의 충실한 선원이었던 것처럼 모리 선생님을 코치라고 부르는 미치는 모리 코치의 충실한 선수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제 모리 코치에게 남은 삶은 5개월정도이고 그는 그저 시름시름 앓다 정작 자신이 들을수 없는 멋진말들을 쏟아붓는 자신의 장례식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냐며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불러 '살아있는 장례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가치있는 일로 승화시키고자 자신의 죽음을 주제로 제자 미치와 마지막 논문을 준비합니다. 모리 코치와 미치 선수의 마지막 논문은 대학시절 늘 그랬듯이 화요일에 이루어졌고 그래서 그들은 화요일의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모리 코치는 미치 선수에게 말합니다. 죽어가는 배우라고 그러면 살아가는 것을 배울수 있다고. 또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시인 오든의 계시를 전해주고 돈, 명예, 물질은 결코 사랑이나 용서, 다정함, 동료애 같은 것을 대신할수 없다는 것을 속삭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제자 미치에게 삶의 정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키팅 선생님이 시인 휘트먼의 '나는 이 세상 지붕 꼭대기에서 내 야성을 지르노라!'와 같은 위대한 시인들의 시를 통해 제자들에게 감성을 깨우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쳐라.
자기를 둘러싼 지역사회에 자신을 바쳐라.
그리고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자신을 바쳐라.
이것이 모리에게 미치에게 또 세상사람들에게 죽어가면서 들려준 '의미있는 삶'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마지막 장면은 '나의 선장'을 부르며 복종을 강요하는 학교의 책상을 밟고 일어서는 제자들의 당당함으로 끝납니다.
키팅 선장의 충실한 선원들은 비로써 의미있는 삶을 위한 준비를 가지게 되었고 흙으로 돌아간 모리 코치의 충실한 선수인 미치 역시 의미있는 삶을 위한 준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수 있게한 책이었습니다. 나의 선장과 코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살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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