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영원한 진도인입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문호 기자의 영면에 부쳐

등록 2003.06.17 13:22수정 2003.06.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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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지역언론 일꾼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적극 활동해온 고 김문호 기자는 1년 전부터 지병으로 투병해 오다 지난 6월 9일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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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석

김 기자님
하늘에 잘 기시지라
나 영석이요
1998년 12월 7일 석사학위 공부하러 진도로 들어갔을 때
김 기자님 박주언 선생님 조갑련 편집장님 창준이형이랑
항꾼에 사무실에서 살았지라
진도에 적응허지 못하고 쭈빗거릴 때 말 한 자리라도 따땃허게 해줬는디...

김 기자님이
<예향진도신문>에서 사회부 기자로
한편으로는 분주히 때로는 술취한 모습으로
진도 바닥을 누비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어느날 쓴웃음 지으시며 누군가가 봉투를 하나 주었다며
책상 위에 놓고 “이거 어쨔냐?”하며
저를 바라보실 때 저는 그저 "술 한 잔 사쑈" 하였지요.
하지만 당신은 그 돈을 건넨 사람 이름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내셨지요.

그런 당신을, 진도를 떠나며 잊고 살다가
올 4월 영등제 전에 보고도 따스한 말 한 마디 드리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제가 미울 따름입니다.

김 기자님이 병환 중이시라는 소식을 듣고도 찾아뵙지 못하고
황망하게 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간 진도 철마광장에는
진도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모두 모이셨더군요.


우중충한 하늘 아래 김 기자님 사진과
“당신은 영원한 진도인입니다”라는 글이 보이고
이남서씨의 처절한 통음과 창준이형의 눈물과 종호형의 외침이 뒤섞인 당신의 영정 앞에서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종호형이 그럽디다. 김 기자님한테 "당신은 하나의 돌이었다고"
저는 속으로 "맞져 맞져 정말 맞져"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돌이었다는 것을 깨지지 않을 돌이라는 것을


여기에 있는 가족들과 우리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알지요. 김 기자님 진도 사람들이 “얼매나 가슴팍이 땃땃한지”를
그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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