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 성패는 네트워크 구축"

광주·전남비전21 출범기념 토론회

등록 2003.06.19 12:21수정 2003.06.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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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광주은행본점 대회의실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지역내 민·관·산·학·정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립형 지역발전의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자 결성된 광주·전남비전21(이사장 최협)의 출범식과 이를 기념하는 토론회가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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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후

'광주·전남 지역혁신체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혁신체계 구성방안과 과제, 그리고 지역 현실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신봉호 청와대 정책기획조정비서관은 중앙정부에서 바라본 광주·전남지역 혁신체제 구축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해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신 비서관은 기조발제 말미에 '지역간 협조'를 당부, 최근까지 현안사업을 두고 주도권 갈등을 빚어온 광주시와 전남도에 훈수를 둬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신봉호 청와대정책기획조정비서관, 나간채 전남대 교수, 남상규 부국철강 대표, 송귀근 광주시기획관리실장, 신택호 변호사, 이건철 광전발전연구원 기획실장, 이병훈 전남도기획관리실장, 황한식 부산대 교수가 참여했다.

"전략적 핵심사업을 선택하라"

기조발제에 나선 신봉호 청와대정책조정비서관은 지역혁신사업을 추진하려는 광주·전남의 현실에 대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다"고 평했다.

신 비서관은 "정부는 지방정부의 자율과 자생력을 키우는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역혁신체계는 형평성이 아닌 효율성을 도모하는 시스템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것은 같이 나눠먹자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 핵심사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비서관의 발언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중구난방식으로 제출되는 사업계획보다 독창성과 파급성이 큰 사업을 선택하라는 '힌트'로 풀이된다.

신 비서관은 "업체, 연구소, 대학 등이 한 덩어리로 뭉쳐 하나의 메트로를 형성하는 클러스터(cluster)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인적자원과 정보인프라 활용 ▲장기적 전략 마련 ▲전략을 기획할 핵심역량(시·도지사 등)의 선출 ▲기업주도의 혁신체제 ▲지역간 협조메카니즘 구축의 필요성을 들었다.


지역간 갈등에 대해 신 비서관은 해법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지역간 협조를 클러스터 구축의 필수조건으로 강조한 신 비서관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갈등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협조의 룰과 원칙을 만들어 제도화 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신 비서관은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9월에 특별법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제발제를 맡은 나간채 전남대 교수 역시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위해 "타 지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신 비서관의 '전략적 핵심사업 선정'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나 교수는 광주·전남지역혁신체계 구축 원칙으로 ▲실질적인 민주화가 보장될 수 있도록 다수세력 참여 ▲타 지역보다 경쟁력 있는 요소 발굴 및 육성 ▲지역 자립성 확보를 제시했다. 또 지역혁신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대학, 연구소, 기업, 시민사회 등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 교수는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 1호로 광주시와 전남도의 갈등 문제를 들었다. 나 교수는 "두 단체가 갈등하면 불필요한 중복을 불러와 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한다"며 "원만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발전 위해 광주시·전라남도 협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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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후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황한식 부산대 교수는 "지역혁신시스템 구축 전략은 지방분권과 함께 분산화 전략을 결합시켜야 한다"며 "서울에 집중돼있는 중추관리기능을 지방에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황 교수는 광주가 지방분권과 혁신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DJ집권 시절 중앙정부 의존적 자세와 시민사회의 운동의식이 기존(과거)의 생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고 풀이해 눈길을 끌었다.

신택호 변호사는 "지역혁신은 사회적 자원에 의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며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할 때 관(官)이 주도한다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민간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상규 부국철강 대표는 지역혁신체계 논의에 대해 일선 현장에서 보는 시각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남 대표는 테크노파크 등의 예를 들며 "지금까지 우리가 방법을 몰라서 이것(지역혁신)을 안했나?"며 "지역의 산·학·관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역혁신 체계는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과 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전남도 기획실장은 "광주와 전남간 공동사업 발굴이 쉽지 않다"며 지역간 공통분모 찾기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 실장은 "지역혁신체계의 실질적인 주체역할을 담당할 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연구, 기술혁신을 주도할 우수인력의 양성이 지역발전의 핵심과제라는 것이다.

또한 두 지역간 협력을 요구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6월초 합의한 '초광역혁신협의체' 취지에 맞게 실정에 맞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송귀근 광주시 기획관리실장은 "지역혁신체제 구성 목적이 전략산업 발굴로 인한 지역발전을 추구하고 중앙정부를 상대해야하므로 지역혁신체제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해 신택호 변호사의 '민간주도론'을 반박했다.

또 "지역혁신협의체에서 분권과 혁신을 꼭 다뤄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해 지역혁신협의체의 탈(脫)정치화를 주장했다. 이어 "지역혁신협의체는 조정자 역할과 함께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갈등을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 송 실장은 "앞으로 광주와 전남간 모든 문제는 협의해서 잘 처리하겠다"고 밝혀 이병훈 전남도기획실장과 비슷한 수준의 발언으로 넘어갔지만, 광주시와 전남도 모두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아 시·도민의 걱정을 씻기는 역부족이었다.

이건철 광주·전남발전연구원 기획연구실장은 "지역혁신체계는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으로 주도하고 점차 대학과 기업이 주도해가면서 지자체가 이를 후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참여정부는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돈으로 살림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목적이다"며 "우리지역이 잘 살 수 있도록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광주·전남비전21의 새로운 시도

광주·전남비전21은 지역의 현실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태동됐다. 호남지역은 그동안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왔지만 정작 지역 내부에서는 지역공동체 의식과 구심점 형성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지역을 형성하고 있는 민·관·산·학·정 5개 분야의 네트워크 구축과 노·장·청의 협력으로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책임과 주체적인 대응을 위해 광주·전남비전21은 결성됐다.

최협 광주·전남비전21 이사장은 "5가지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이 밝힌 5가지 목표는 ▲열린 토론의 장 마련 ▲지역문제점 파악 및 해결방안 제시 ▲지역아젠다를 국가아젠다로 격상 ▲국가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다.

최 이사장은 이중 "몇년내에 국가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구체적 활동에 들어간 광주·전남비전21은 지역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룬 11번의 토론회를 가지면서 시민운동가를 비롯해 학자, 기업인, 언론인, 법조인 등 100여명의 인사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단체가 됐다.

이들은 앞으로 지역현안을 주제로 한 상설포럼과 시민이 참여하는 현장토론을 병행해 지역아젠다를 개발하는 한편 지역 혁신을 위한 전략·정보센터 역할을 전개할 예정이다.

소속을 떠나 지역의 새로운 대안과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각층 인사가 함께 나서 단체를 결성한 것은 광주·전남에서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다. 때문에 광주·전남비전21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걱정 또한 적지 않다.

윤장현 광주·전남비전21 포럼위원장은 "지난 96년 '21세기 광주전남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수차에 걸쳐 대대적인 토론회가 열렸는데 실천이 뒤따르지 않아 유야무야된 아픈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비전21은 그 대안으로 사단법인화를 선택했다.

18일 25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진지한 분위기에서 출범식을 치른 광주·전남비전21이 결성취지문에서 밝힌 것처럼 "노·장·청이 결속하고 조야(朝野)가 손을 잡고, 민·관·산·학·정이 한데 어우러져 살맛 나는 고을을 만드는" 일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승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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