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 반미... 예산따기 힘들 것
인권위 활동 제한하거나 없애야"

[현장] 국회 법사위원들의 반인권적 '폭언'

등록 2003.06.19 14:30수정 2003.06.20 08:19
0
원고료로 응원
19일 오전에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가인권위에 대한 주요현안 보고 자리에서 의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단체에 다큐멘터리 제작 비용을 지원한 것 등에 대해 질의했다. 왼쪽부터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 조순형 민주당 의원.
19일 오전에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가인권위에 대한 주요현안 보고 자리에서 의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단체에 다큐멘터리 제작 비용을 지원한 것 등에 대해 질의했다. 왼쪽부터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 조순형 민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예산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활동을 제한하거나 개정, 없어져야 한다"는 등 거의 협박 수준의 발언을 쏟아내 인권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오전에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가인권위원회(www.humanrights.go.kr)에 대한 주요현안 보고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단체에 다큐멘터리 제작 비용을 지원한 것과 네이스(NEIS) 관련 3개 항목 권고 등을 문제삼아 이같은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김창국 인권위원장이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병역을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를 위한 것"이라며 해명하려 했으나 일부 의원들은 "발언 시간이 없다", "여기는 토론자리가 아니"라며 해명 기회마저 박탈했다. 의원들의 행동은 일방적인 '폭언'에 가까웠다.

이날 의원들은 '인권위가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정치적 해석에만 급급해 어떤 활동이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울산 남)은 "반미나 친북을 인권적이라는 것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고 색깔론을 제기하며 "존재 근거가 희박한 만큼 인권위는 활동을 제한하거나 개정,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제작 비용 지원 결정을 '반국가적 활동'으로 규정하고 "만약 자신이 낸 세금이 반국가적 활동에 사용돼 세금을 거부하겠다는 분위기가 일 때 인권위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겠느냐"며 예산을 무기로 김 위원장을 집중 공격했다.

이에 앞서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비례대표)도 "체벌금지 법제화 공고, 이라크전 반대 성명, NEIS 일부 영역 배제, 양심적 병역거부 다큐멘터리 1300만원 지원 등… 인권위가 관련 단체 지원금을 앞으로 법사위 자체에서 확보할 수 있을까 걱정"이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ADTOP@
김학원 자민련 의원(충남 부여)은 "시민단체 협력 업무 차원에서 병역거부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해 인권위가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병역거부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오해를 받고 있다"며 "제 할 일은 안하고 엉뚱한 딴 일을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여당 의원도 NEIS에 대한 권고안을 문제 삼아 인권위를 공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은 NEIS 권고안과 관련해 "몇 가지 예시해서 시행을 하라고 하고 결정을 끝내야 하는데 결정문을 보니 35페이지나 된다"면서 "인권위가 교육부를 대신해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인권위의 '과욕'을 문제삼았다.


또한 조 의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 다큐멘터리 제작 비용 지원을 빌미로 "인권위 예산이 남아도느냐, 아니 예산은 북한인권문제에 써야 하는 것 아닌가"고 고함치며 따졌다.

김창국 "소외계층들 억울함 호소…국가기관 생겨 행복해 한다"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오마이뉴스 권우성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일방적인 질타가 이어지자,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시종 답답한 표정으로 법사위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먼저 네이스 권고안에 대해 "우리가 얘기한 것은 27개 항목이나 되는 방대한 정보 중에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침해할 수 있는 3가지 항목만을 제외하라고 했다"며 "그런 개인정보를 수집해서 집적 관리하는데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장에는 있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최병국 의원의 인권위 폐지 주장에 대해 "나는 인권위의 존재 의의와 관련해 기득권층 견해, 다수 의견만을 고려해서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맞받았다.

이어 그는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기관은 많이 있다, 반면 소외계층이 엄청 많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무력감과 소외감을 가진 계층이 많아질수록 사회통합이 어렵다고 본다, 지금 소외 계층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생겼다며 소속감 느끼고 행복해 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단체 다큐멘터리 제작 비용 지원 논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대신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하는 단체"라며 예산 지원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