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송혜진 교수김기
어떻게 보면 이날 발제자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송혜진 교수의 주장은 이날 의견을 달리하는 두 그룹뿐만아니라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가 경청할 내용이었다.
송 교수는 1976년 <공간>에 연재되었던 황병기 교수의 글을 인용하여 그 내용을 설명하였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우리의 전통국악에는 작곡가는 물론 작곡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주 많은 수의 음악이 존재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악보를 정확하게 그릴 필요가 없었다. 해서 국악이나 동양음악의 역사는 악보보다는 구전(口傳)으로 발전되었기에 고악보가 극히 빈약하다.
또 있다고 해도 서양의 경우와는 달리 대강의 음악적 발전 단계만을 보여주는 이정표에 불과한 것이다.(중략) 현행 보태평과 정대업은 오랜 세월을 통하여 수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변화되어 왔다.
즉 다시 말해 왕조의 제사인 종묘제례에 복무한 보태평과 정대업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실제 연주하는 사람들에 의해 오랜 세월 변화하고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보는 시각은 분명 다를 수 있다. 변화를 전통의 붕괴로 볼 수도 있고 아름다운 발전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에 어느 한쪽으로 손을 들어주기란 힘든 일이다.
송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결국 음악이 가진 자기 생산성의 논지이다. 그것이 서양의 경우는 새로운 창작곡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우리의 경우는 기존의 악곡에 대한 연주자의 세련 욕구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종묘제례에 대한 일제의 왜곡 의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아닌 연주자들 즉 예술가들의 자연스러운 변화 욕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금 벌어지고 있는 종묘제례악을 둘러싼 "이다", "아니다"의 논쟁에 의해 당장의 성급한 결론 욕구를 견뎌내고 더 많은 학자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현재 장서각 등에 쌓여 있는 고문서의 해석과 연구가 더 시급한 일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짧지 않은 세미나를 말없이 지켜보면서 자주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과연 오늘 이토록 뜨거운 논쟁은 누굴 위한 것이냐는 의문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 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은 분명 우리 것이다. 여기서 우리란 아직도 조선왕조와 직계후손들에 국한된 것일까 하는 의문은 비단 기자 혼자만이 가지는 특별한 발상은 아닐 것이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와 이씨종친회뿐만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향유해야 할 보편적인 문화인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송 교수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 음악의 우수성은 1970년대 대만이 우리 문묘제례악을 배워가 그들의 문묘제례악을 복원한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의 종묘제례악에 대해 세계는 그 우수성과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부러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가깝지 않은 먼 곳의 문화인 점에서 전통문화에 종사하는 이들이 전력해야 할 방향이 어딘지를 시사한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