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청소년을 양지로

대전지방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 문태성 회장

등록 2003.06.21 09:35수정 2003.06.2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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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성 회장
문태성 회장권윤영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음지에 있는 청소년들을 양지로 이끌어내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전직 교장선생님이 법원으로부터 감호교육처분을 받은 청소년 선도에 앞장서고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지방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 문태성(70·충남 부여) 회장이다.

문 회장의 역할은 법원으로부터 감호교육처분을 받은 청소년들과 6개월 동안 부대끼며 상담을 통해 선도하는 것. 연고지가 부여인 문 회장은 부여지역에서 감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의 상담자다.

“아이를 맡게 될 때마다 일기장을 한 권 선물하고 일기를 쓰게 합니다. 독서도 많이 권장하고 무엇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며 이야기를 많이 들어 줍니다.”

세대차이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부여상고의 교장 재직시에도 학생들에게 교장실을 개방할 정도로 오픈마인드를 가진 문 회장은 학생들을 위해 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열린 학교, 열린 교육을 추구한 신사고 교육자였다.

그가 본격적인 자원보호자로서 활동하게 된 것은 정년퇴임 직후인 2000년부터. 이미 교직에 있을 때부터 ‘청소년 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청소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그에게 청소년보호활동은 안성맞춤이었던 것.


“일부러 공고나 상고 같은 실업계 학교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가서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더군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따뜻한 관심과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대화 상대였던 거죠.”

“전에는 폭력, 절도 등이 청소년 문제의 주가 됐는데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번에 보호자 역할을 맡게 된 아이도 정보망 해킹을 했더라구요. 제일 걱정스러운 점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법에 접촉되고 어떤 처벌을 받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문 회장은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청소년들이 먼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문제 있는 가정이 그렇게 만든다고 강조하며 “가정에서 부모들이 먼저 자녀들을 정으로 다스리고 사회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관심이 절실하다”라고 말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의 부재도 그의 큰 걱정거리.

“상담을 통해 아이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변화된 아이의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찾아올 때가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어떻게 보면 금방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 될 수도, 청소년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6개월.

청소년을 순화시키기 위한 조건은 고학력도, 고수입도 아닌 듯 하다. 문 회장과 같이 청소년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열린 귀, 함께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대전지방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란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에 대한 감호 및 상담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순수 자원봉사단체로 ‘청소년 나눔터’란 회지를 발간하고 있다.

98년 발족한 대전충남에서는 현재 157명의 자원보호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617명의 청소년들을 상담해 왔다. 2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며 목사, 스님, 공무원 등 직업도 가지각색이다.

보호상담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보호처분 대상 청소년을 맡아 6개열동안 상담을 진행한다. 보호처분 대상 청소년 수에 비해 자원보호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주시, 금산군, 아산시, 연기군, 예산군, 청양군에서는 어려움 겪고 있다고.

신청서를 제출한 후 법인의 승인을 받으면 누구든지 활동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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