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문제 본질은 인권의식 부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서 교육부 정면 비판

등록 2003.06.23 12:17수정 2003.06.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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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낸 보고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낸 보고서.윤근혁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의 본질은 정보인권에 대한 신중한 고려 부족"이라며 교육부를 정면에서 비판하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또 "NEIS 관련 문제는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전자정부 사업 전반이 갖고 있는 한계에 기인한다"면서 "하향식, 기술 중심의 전자정부 추진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관련내용 아래 박스기사 참조)

국무총리실, 정통부 관계자한테 전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이주헌, KISDI)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전자정부 사업과 개인정보보호 이슈'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지난 18일부터 국무총리실과 정보통신부 소속 정책결정권자들한테 전달했다.

국책연구기관이 이처럼 NEIS 문제를 '인권의 잣대'로 판단해 정부 기관의 잘못을 지적한 보고서를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이 연구기관이 소속된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6월말쯤 교육정보화위원회가 구성되는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KISDI는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NEIS 문제는 단순한 경제나 기술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도달했다"면서 "CS(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로의 완전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정보에 대하여 NEIS와 연계추진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마무리해 사실상 '학교별 NEIS 시스템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NEIS 소감'을 적었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NEIS 소감'을 적었다.안옥수
"성급하게 추진했다" 교육부 겨냥


KISDI는 '문제의 본질'이란 보고서 항목에서 "사업선정 과정에서 (NEIS가)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국민의 요구에 대한 조사나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진행되었다"면서 교육부 정보담당 부서를 겨냥했다.

실제로 교육부 정보담당 부서의 중견간부는 "NEIS 추진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KISDI는 "근본 문제는 NEIS에 입력되는 학생들의 정보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인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제기"라고 못박아 인권위원회의 최종 결정과 궤를 같이 했다.

이 보고서는 또 새 정부의 전자정부 추진원칙과 관련 "NEIS처럼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사업의 존폐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면서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로 △전자정부법 개정 △개인정보 등급화 △독립적인 국가개인정보보호 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연구원 "보고서 수용되면 심층 연구할 것"

지난 4월에 열린 행정정보화위원회 2차 회의.
지난 4월에 열린 행정정보화위원회 2차 회의.안옥수
이 보고서 제작팀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교육부와 전교조 등 양쪽의 주장을 바탕으로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고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이 보고서가 정보화위원회 등 정부 기구에서 수용된다면 구체 방안에 대한 정책연구를 더 깊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정보담당 부서에 비판적인 한 교육부 중견간부는 "이번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낸 보고서와 같은 내용의 정보를 교육학술정보원과 정보 담당 부서가 장관님께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고했다면 이처럼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삼성SDS가 떠맡고 있는 일방통행식 NEIS 사업방식을 질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 무얼 담았나?
따가운 질책, “새 정부 반성부터 출발해야”

▲ 지난 21일 논란 끝에 진행된 전교조 '연가투쟁'
ⓒ오마이뉴스 남소연

왜 수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국책사업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반대하고 나설까. 강성 전교조의 투쟁 때문일까, 아니면 집단이기주의 때문일까.

국책연구기관이 본 NEIS의 본질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16일치로 낸 연구보고서에서 다음처럼 답했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NEIS 시행에 따른 교육계 진통은 단순히 각 세력간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분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실제 정보수집의 대상인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환영받고 있지 못하는 것은 더 근본적인 어디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본 연구는 출발했다."

A4 용지 30쪽 분량으로 된 이 '전자정부 사업과 개인정보보호 이슈(NEIS를 중심으로)'란 보고서가 나온 곳은 뜻밖에도 고건 총리 체제인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 국무총리실은 최근 "6월 중 만들 정보화 위원회를 교육부에서 총리실 직속 기관으로 바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시점인 18일, 국무총리실과 정보통신부, 교육부 소속 정부 정책결정권자들은 이 보고서를 일제히 받았다. KISDI가 이슈보고서란 이름으로 이 연구 결과를 이들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이미 NEIS 사태는 예견된 것"

이 보고서 내용은 지난 5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바탕하고 있다. 'NEIS 추진과정에서 인권침해에 대한 고려와 여론 수렴과정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문제는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이 보고서는 다음처럼 적고 있다.

"정부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개인정보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 집적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정보인권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그럼 왜 이 같은 인권문제가 생겨났을까. 보고서는 추진과정의 문제를 들고 있다. 당초 교육부 방안대로 2004년 실시 예정이던 NEIS가 국민의 정부 전자정부특위의 지시에 따라 1년이나 앞당겨진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타난 문제는 보고서의 다음과 같은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인권보호 앞선 행정편의 생각"이 문제
"정보수집의 대상인 학생, 학부모, 일선교사들로부터 의견청취노력이 부재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올초 정부가 낸 전자정부백서에서도 나온다.
"NEIS의 경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치는 등 나름대로 사업 후 일부 난관을 겪게 되었다."(전자정부백서, 2003)

하지만 이 같은 '의견수렴 절차 부재'의 뿌리엔 또 다른 원인이 있었다는 게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그 원인은 바로 "기술중심·성과위주의 전자정부 추진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행정편의와 정보인권 사이에서 행정편의의 손을 들어준 것이 문제였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은 물론 올 초에 나온 감사원 '감사처분서'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 처분서에서 "(NEIS가)불필요한 자료까지 지나치게 입력돼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유대상 신상정보의 범위를 적정하게 정하고 보안대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강구하라"고 지적했다.

KISDI의 보고서는 새 정부에 대해 "참여정부는 기존의 전자정부 추진방식을 반성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글을 맺고 있다. / 윤근혁

마구잡이식 개인정보 수집 "철퇴 맞는다"
정보통신연구원, 외국의 정보보호 사례도 연구, 발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동의 없이도 개인 정보를 한데 모아 묶어놓을 수 있을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낸 최근 보고서는 고개를 젓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정부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 개인정보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집적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NEIS 문제가) 정보인권 문제로까지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따져보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달리 현재 OECD 29개 국가들과 EU 소속 국가들은 정보인권 침해를 감시할 개인정보감독기구를 두고 있다. 태국이나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이 같은 감독기구를 운영한다.

더구나 정보선진국이라는 스웨덴은 "정보 주체의 동의 하에 정보를 처리하더라도 인종, 피부, 정치신조, 종교, 노조가입, 건강, 성적 기호 등 민감한 정보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하지만 NEIS 항목은 대부분 학생 건강과 성적 등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보고서에 실린 외국 사례들.

<호주> 10여 년 전 전체 국민이 번호를 부여받는 주민카드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민 정보노출 주장으로 철회했음. 이후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조정과 협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
<스웨덴>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를 위해 정보감찰국의 면허가 필요함. 정보주체의 동의로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인종, 피부, 정치신조, 종교신념, 노조가입, 건강, 성적 기호 등 민감한 정보처리는 원칙적으로 금지.
<영국> 민간은 물론 정부 기관에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며 전산과 수작업에 따른 개인정보가 모두 해당됨.
<일본> 2001년 일본판 전자정부 사업인 주민기본대장제도가 대다수 국민과 일부 지자체의 반대로 어려움에 처해 있음.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제도에 찬성하는 주민들한테만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개인정보가 목적 외 사용되지 않도록 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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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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