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틀버스 안 풍경안병기
이 노래가 가나아트까지 가는 25분 내내 동행해 주었다. 올해 예순 살 되신 김정웅 기사님은 경북 상주가 고향이시란다. 그 분께 그 지방 토속민요인 <상주 함창 연밥 따는 노래> 얘기를 했더니 막바로 공검지 얘기를 꺼내시며 상주 사람들은 공검지를 공갈못이라고도 안 하고 그냥 공알못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이신다.
버스는 '참여연대'앞으로 해서 재동 고개를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사간동이다. 이 고개에는 토속음식이 맛갈스런 집이 많이 있다. 버스는 경복궁 민속박물관 돌담을 끼고 돈다. 곧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티벳박물관이 나오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청와대가 나온다.
창밖으로 청와대 춘추관이 보였다. 청와대 앞 분수대 한 켠에서는 새만금 간척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가 열리고 있었지만 분수대 물줄기는 태평스럽기만 하다. 청운중을 지나쳐 세검정 고개에 이르렀다. 오른쪽에 1968년 1.21 사태 때 무장간첩들에게 희생된 최규식 종로서장의 동상이 서 있다.
여기서부터 자하문이다. 옛날 이 고개에는 사과 아닌 우리 고유의 과일인 능금을 함지에 담아 팔던 아낙들이 있었다고 한다. 기사님이 환기미술관에 가실 분 있느냐고 묻는다.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고개를 내려가다 보면 국내 최대의 중국집인 하림각이 나타나고 관람료는 저렴하지만 가끔 볼 만한 공연이 열리는 부암아트홀도 이내 고개를 내민다.
다시 또 하나의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굽어지면 홍제동이요, 오른쪽으로 가면 북악터널로 가는 길이다. 버스는 북악터널 쪽으로 간다. 한국일보사를 지나자마자 버스는 왼쪽에 있는 오르막 길을 올라간다. 북한산 자락이다. 누가 이름 붙였는진 모르지만 '사자길'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그 어느 땐가는 여기에도 사자가 살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