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새로운 경험 "호국·보훈 나들이"

일곱 번째 맞는 대전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의 새로운 경험

등록 2003.06.23 22:57수정 2003.06.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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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장병들과 하나가 되어
공군장병들과 하나가 되어이철용
호국보훈의 달인 6월 장애인들의 색다른 나들이가 있었다. 대전에 위치한 사단법인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교장 오용균)는 해마다 6월이면 장애인들에게 호국·보훈의 정신을 기리는 장애인나들이를 갖는다. 올해가 일곱 번째 나들이다.

나들이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0일 토요일 대전시청 앞 광장에 아침부터 정신, 시각, 지체 등 대부분 유형의 장애인들의 가족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모여들었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교복을 입은 장애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 참가한 전체 인원은 보호자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213명이다. 그중 장애인은 127명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9명이 참가했다. 특별히 휠체어장애인들을 위한 특장차도 마련되었다. 대형버스 6대와 승합차 2대로 대전과 청주일대의 대전현충원, 청주고인쇄박물관, 공군사관학교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대전시내 14개 특수학급 장애학생들도 함께한 나들이

장애인들의 즐거운 하루
장애인들의 즐거운 하루이철용
해마다 참가자의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1회때 전체규모가 50명이었는데 7년만에 대규모의 행사가 되었다. 장애인들의 이동은 많은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여러 가지 점검할 일들도 많다. 항상 사고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힘든 일을 휠체어장애인인 오 교장은 해마다 6월이면 잊지 않고 진행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화창한 날씨였다. 오 교장은 7회째 되도록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7년간의 기상조건을 챙기며 비가 오지 않은 기간을 택해 날을 잡는다고 한다. 이런 치밀함이 올해도 화창한 날씨에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올해는 특별히 모두사랑장애인야학 자체의 인원뿐 아니라 대전시내의 14개 특수학급 장애학생들이 함께 참가했다. 중·고등학교 특수학급 장애학생들과 장애인특수학교, 시설의 중·고등 학생들이 함께 참가했다.

이번에 장애학생들을 참석시킨 것에 대해 오 교장은 "장애인에게 있어서 체험적 경험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며 "이들에게 평생동안 국립묘지와 공군사관학교 등의 경험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일정을 잡았고 단순히 야유회의 개념이 아니라 장애인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건전한 국가관을 심어준다는 생각으로 교육적인 면에 관점을 두었다"고 한다.


해마다 나들이에는 장애인의 가족이 동행한다. 장애인 가정에서는 하루동안 장애아를 밖에 내보내고 해방되어 쉴 수도 있겠지만 가족단위로 함께 나들이를 나가는 것도 교육적 의미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족단위로 신청을 받고 특수학교나 시설의 아이들은 교사가 동행을 하도록 한다고 한다. 이런 기회에 장애아 부모들도 다른 부모들을 만나 정보도 교류하고 새로운 경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있다.

행사를 준비하며 한가지 어려움은 예년에는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많이 참가했는데 올해는 대부분의 대학교가 시험기간이라 자원봉사자를 구하지 못해서 어려움 있었다.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그 진한 감동

오용균 교장이 분향을 하고 있다.
오용균 교장이 분향을 하고 있다.이철용
대전시청을 출발한 일행은 10시에 대전 국립묘지 현충원에 도착했다. 도착한 일행들은 15분간 "민족의 얼"이라는 현충원과 관련 홍보영상을 보았다. 안타까움은 자폐증 증상이 있어 보이는 한 장애아동은 엄마의 손을 잡고 어두운 곳을 들어가지 않으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충문으로 옮긴 모든 참가자는 관계직원과 오 교장으로부터 현충원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분향에 이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다. 모든 장애인과 참가자들은 사전에 연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숙여 묵념을 하는 모습이 더 숙연해 보였다.

참배에 이어 모든 참가자들은 현충원 주변의 잔디밭에 앉아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들뜬 마음으로 참가를 하느라 아침을 제대로 못 먹었는지 모든 참가자는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점심을 들었다.

전시물들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조선미 씨
전시물들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조선미 씨이철용
참가단은 오후 2시경 청주의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1377년(고려 우왕3년) 7월에 인쇄한 청주 흥덕사지에 위치하며, 1992년 3월 17일 개관한 고인쇄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전시실에 들어서자 인쇄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모형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전시장 안의 모형인물들은 말을 할 때마다 센서에 의해 입이 움직이게 되어 있어 장애인들은 그 신기함에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약간 거리가 떨어진 주차장에서부터 깔린 황색 점자유도블럭은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을 충분히 배려한 보기 드문 시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군사관학교, 부교장 간부 사관생도 모두가 뜨거운 환영

오후 3시 20분경 참가단은 공군사관학교에 도착했다. 정문을 통과하자 높은 탑의 하단화면에 "환영 사단법인 모두사랑"이라는 디지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일행이 도착하자 우렁찬 공군군악대의 연주가 이어졌고 공군사관학교 홍민 부교장과 간부들, 사관생도, 사병들이 도열을 하고 참가단을 뜨겁게 맞았다.

공군사관학교 부교장 홍 민 준장과 오용균 교장
공군사관학교 부교장 홍 민 준장과 오용균 교장이철용
오용균 교장은 "공군사관학교의 부교장 홍 민 준장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뜨겁게 환영해 준 것을 감사하다"며 "특히 홍 준장은 전투기를 몰다가 화상을 입고 공군 후배들을 위해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고 방문단에게 소개했다.

오 교장은 "옛 고향을 방문한 기분이며 사관생도들과 간부들, 군악대까지 나와서 환영을 해주고 기념품까지 주는데 빈손으로 찾아와 죄송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방문단은 뜨거운 공군사관학교의 환영에 감사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환영식과 기념촬영에 이어 공군사관학교는 참가자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했다. 이후 박물관을 둘러보며 공군과 관련한 전시물 등을 돌아보며 관계자들의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문화관으로 옮긴 일행은 강당에서 공군사관학교와 관련한 홍보영화를 시청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박진감 넘치는 영상은 모든 참가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오가는 모든 길은 사관생도와 장병들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장애인들의 손을 잡아주며 서로에게 새로운 경험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참가자들은 연병장을 지나 전투기를 전시한 전시장에 이르렀다. 참가 장애인들은 "저것이 정말 전투기냐?", "가짜 아니냐?"라고 물어보며 다가가기도 하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 팬텀기의 내부를 구경하고 "정말 진짜네"라고 외치기도 했다.

사관생도들이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
사관생도들이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이철용

"이거 진짜 전투긴가요, 가짜죠?"

말로만 듣던 전투기를 눈앞에서 보고 확인한 장애인들의 얼굴은 마냥 상기된 표정으로 흥미진진해 하며 다가가 만져보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고 연신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 신미야 선생
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 신미야 선생이철용
특수학급을 대동하고 참가한 신미야(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 선생은 "닫힌 공간에 있다가 외부에 나오니까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의 성격과 행동들이 학교에서와는 다른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주 유익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모두사랑 장애인야학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후원해서 이러한 기회가 많아진다면 장애인들에게 평생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장애를 입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조선미(24)씨는 "하루가 너무 좋았다. 고인쇄박물관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자원봉사자들에게 미안했지만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했고 공군사관학교도 처음 왔는데 생각보다 훨씬 크고 모두가 친절해서 좋았다"고 했다.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밀며 도움을 주었던 한 공군사병은 "처음 휠체어를 밀어봐 익숙하지 않아 장애인들이 불편했을텐데 앞으론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짧은 시간이라 아쉽다. 앞으로도 장애인들이 온다며 계속적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한 장애인의 어머니는 "장애인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특정한 곳을 방문하기는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대부분 포기를 하는데 이렇게 가족과 장애인들이 함께 좋은 곳, 특별히 개인이 찾기 힘든 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 이러한 기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두사랑에서 맺어진 두 가정, "우리는 동병상련"

지난해 12월과 올 5월에 모두사랑장애인야학에서 결혼한 두 가정
지난해 12월과 올 5월에 모두사랑장애인야학에서 결혼한 두 가정이철용
지난해 12월 결혼한 장애인 문경희씨는 "남편이 직장일로 함께 오지 못해 아쉽지만 즐거운 하루였다"며 "지난해에는 해군을 방문했고 올해는 공군사관학교를 왔는데 텔리비전에서 보던 비행기를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고 했다.

문경희씨는 행사 내내 지난 5월 말 결혼한 김시구, 정명선씨 부부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사랑야학에서 결혼한 두 장애인 가정이 서로를 돕는 모습은 보기에도 아름다웠다.

공국사관학교는 학교를 지역사회와 국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일년356일 사전에 방문신청을 하면 누구나 제한 없이 방문을 해서 학교를 안내 받을 수 있고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장애인들은 공군사관학교에서의 짧지만 소중한 경험을 아쉬워하며 공군 사병들의 손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오 교장은 내년에는 서산에 있는 해미를 다녀올 예정이라고 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참가하지 못함이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나들이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학생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중·고등학생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오 교장의 말은 이렇듯 소중한 경험들을 사회에서 조금씩 나눠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길 기대하며

장애 아동을 둔 가정은 일년에 한번, 아니 평생 한 번도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장애인의 70% 이상이 일주일에 5일도 단순히 외출하지 못하는 것이 장애인의 현실이다.

편의시설 부재로 인한 이동이 불가능하고 편견의 눈초리들이 곱지 않다. 고궁과 박물관 견학을 위한 시설들에서는 법과 제도적으로 "장애인 무료"라는 것을 걸어놨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이 올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현실에서 이것은 장애인을 다시 한 번 우롱하는 처사이다.

오후 6시 50분 모든 참가자들은 출발지인 대전시청 앞으로 모여 해산했다. 많은 부모들과 선생님들은 오 교장의 손을 잡으며 감사를 표했고 오 교장은 할 도리를 했을 뿐이라며 겸연쩍은 미소로 화답했다.

오 교장이 한 장애학생에게 던진 "잘가, 내꿈꿔"라는 말은 모든 장애인을 자식처럼 끌어안는 아버지의 마음과 같아 서울로 돌아오는 기자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모처럼 가족들이 밝은 하루를 보냈다.
모처럼 가족들이 밝은 하루를 보냈다.이철용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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