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사자 유해 발굴, 정부가 나서야

[주장] 자유와 평화의 수혜자로서 최소한의 도리

등록 2003.06.24 14:37수정 2003.06.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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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이 올해로 발발한지 53년을 맞는다.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전사자 유해 10만3천여구(具)는 오늘도 이름 없는 산야에 버려져 있다.

6.25 전사자 유해! 이대로 버려둘 것인가? 그 동안 언론과 정부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물론 산사람의 문제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가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은 50여년 전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거룩한 주검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육군에서 지난 3년 반 동안 6.25 전사자 933구를 발굴했다고 한다.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시작된 유해발굴 사업은 2000년 4월 3일, 낙동강 전투의 격전지, 경북 칠곡 다부동에서 개토제(開土祭)로 시작되었다.

전쟁 사료와 생존자의 증언, 과거 유해발굴 지역 답사를 통해 24개 지역을 선정하여 진행되었다. 그 결과 금년도 전반기까지 152구의 유해발굴을 포함하여 총 933구를 발굴하였다.

특히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 중 12구는 국립묘지에, 일부 유해는 유가족의 선영(先塋)에 모셨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유해는 당시 기록물 확인과 DNA 유전자 감식, 두개골 특징을 비교 식별하는 영상처리법을 사용하여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동안 6.25전사자 문제는 경제건설과 사회혼란으로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나 육군의 유해발굴 활동은 '국가를 위해 희생된 분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적 신의와 도리를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6.25전쟁에서 얻은 '자유와 평화의 수혜자'이다. 가매장 또는 전장터에 남겨진 전사자 10만 3천여명의 유해는 수습되지 못한 가운데, 점점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유해발굴 현장에서는 아쉬움과 기쁨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고 한다. 감식조차 할 수 없는 유해를 보면서 너무 늦게 찾았구나 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학도병 참전지역에서는 만년필과 연필, 칼, 학교표지 단추 등이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유해와 뒤엉켜 발굴되기도 했다고 한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지금까지 묘비를 모셔온 유가족에게 유해발견 소식을 전할 때에는, 빛 바랜 사진을 갖고 달려와 통곡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몇 구의 유해가 뒤엉켜 있는 경우에도 '지난 50년 간 함께 했으니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하면서 함께 안장해도 좋다는 유가족들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조국을 위해 전쟁터에 나간 군인은 모두 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외국에서 전사할 경우 지구 끝까지도 찾아가 유골의 일부라도 가족 품에 안기게 한다.

만약 유해를 찾지 못하면 유품 한 점, 흔적이라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150년 전부터 대통령 직속으로 CILHI 부대 즉, 유해발굴 부대를 창설하여 활동하고 있다. 학자 13명과 156명의 유해발굴 요원은 탐색과 발굴, 감식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CILHI 부대는 '조국은 결코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기치아래 미군의 유해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든지 간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1구를 송환하면서 언론과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인들이 보여준 관심과 경의 표시는 감동적이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오늘날의 강력한 미국은 국가를 위해 희생된 장병들에 대한 각별한 예우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만약, 50년 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 이 시간, 우리들의 자유와 평화도 없었을 것이다. 참전용사들을 잘 예우하는 것이 곧 애국교육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항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전사자 유해발굴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여 정부산하에 '전문 유해발굴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영구적 활동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둘째, 수습하지 못한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여 격에 맞게 예우하고, 그 참뜻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셋째, 국군포로 송환 문제도 6.25 전사자와 동일한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은 전후세대에 대한 애국교육이요, 국민통합과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방법이며, '자유와 평화의 수혜자로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은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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