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하겠어. 무가지 좀 폐간시켜줘요"

무기지 신문으로 골병앓는 지하철 객차 청소 아주머니들

등록 2003.06.26 01:35수정 2003.06.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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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선반 위에 버려진 무가지 신문들
지하철 선반 위에 버려진 무가지 신문들김진석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평소 5, 6 백원 내고 봐야 했던 신문들을 공짜로 볼 수 있는 무가지들의 등장 때문이다.

요즘 시민들은 출근 때마다 동전 대신 주머니에서 손을 꺼낸다. '정말 공짜' 인 무가지 신문들로 인해 시민들의 아침 출근 시간이 짧아졌다. 현재 무가지로 뿌려지는 신문은 일간지 두 곳(매트로, 포커스), 주간지 한 곳(오마이뉴스)이다.

매트로 약 41만부 주 5회 발행, 포커스 53만부 주 5회 발행, 오마이 뉴스 15만부 주 1회 발행이다. 이들을 합치면 한 주에 발행되는 무가지의 발행 수가 대략 4백90만부 정도이다. 이 수치를 높이로 환산해 보면 관악산의 높이 629m와 비슷한 수치가 된다.(신문 200부의 높이를 약 25cm로 계산하면 약 612.5m이다.)

무가지 수거로 인해 고통 받는 홍 할머니. 할머니 등은 부항 자국과 파스가 가득하다
무가지 수거로 인해 고통 받는 홍 할머니. 할머니 등은 부항 자국과 파스가 가득하다김진석
늘어가는 무가지로 인해 시민과 달리 고통 받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하철에서 청소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재 청소 용역 업체에서 고용돼 지하철 2호선 H역에서 M역까지 청소를 맡고 있다.

“환장 하겠어. 제발 무가지 좀 폐간 시켜줘요. 끝이 없어”

지하철 객차에서 수거 한 신문지를 한 아름 안고 나오던 이제 막 60세를 넘기신 오아무개 할머니가 기자를 보며 하는 말이다.

"서너 칸만 해도 1단 반이 넘어 채 5칸도 다 못 치울 정도이다”라며 고단함을 털어놓는 오씨는 "무가지로 인해 지가 대략 3배 가까이 늘었다”라고 밝힌다.


"생활광고 캠페인은 어떤가요?"
버려지는 무가지 신문, 이대로는 안된다

평소 지하철에서 무가지 신문을 즐겨본다는 이부형(21, 학생)씨를 만나봤다.

무가지 신문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공짜여서 본다.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데 시간 보내기가 좋다. 자주 본다.

무가지 신문을 보고 어떻게 처리 하는가?

다 본 후에는 다른 사람들도 보라고 선반 위에 종종 올려 놓는다.

무가지 신문을 아무데나 버리는 독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인식 없이 아무데나 버리거나 선반위에 올려 놓는다. 지금 당장은 시민들의 의식을 바꿀 수 없겠지만 점차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로 무가지 신문들 스스로가 1면에 작은 캠패인 광고(신문 구독 후 처리 방법에 대한)를 내고 홍보를 하면 더 낫지 않을까. / 김진석
연이어 "어떤 이들은 막상 우리가 치우려 할 때, 남들이 봐야 한다고 일부러 치우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가 조금만 안 치우면 바로 항의가 들어와서 결국 우리 입장만 난처해 져. 지저분하게 바람에 날려 온 바닥이 무가지 천지가 돼버린다"라고 전했다.

"우리들 대부분은 나이가 61∼68세 사이이다. "반 위에 음료나 아이스 크림을 올려 놓거나 술 취해 오바이트를 하는 거 다 좋다. 하지만 제발 무가지 만큼은 스스로 좀 치워 달라" 고 당부하는 오씨는 무가지 때문에 골병 든 동료들이 많다고 연방 한숨을 짓는다.


키 작은 할머니들이 높은 짐칸에 있는 신문을 내리려면 몇 번씩 의자에 올라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하루에 수백 번 이상을 하다 보니 몇몇 할머니들은 몸에 파스를 붙이거나 부항을 뜬다.

무가지 수거 이후 몸이 불편해 파스와 부항을 했다는 홍아무개 할머니는 "무가지 때문에 정말 힘들어 수거하는 사람만 죽어난다. 무가지를 들고 승차 후 그 신문을 가지고 내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며 "내가 여기 청소하러 왔지 놀러온 건 아니다. 하지만 무가지는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힘들어도 감히 짤릴까봐 차마 힘들다는 말 한 마디 못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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